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 김석 호남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2024년 07월 30일(화) 00:00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은 살인죄 누명으로 종신형을 받고 여덟 번이나 탈옥을 하며 누명을 벗으려 한다. 어느 날 꿈속에서 사막 한가운데를 걷는 그는 재판관과 배심원들에게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한다. 하지만 재판장은 “인간으로서 가장 중죄다. 너를 기소한다. 인생을 낭비한 죄로.”라고 말하고 이 말을 들은 빠삐용은 말없이 돌아선다.

‘인생을 낭비한 죄?’ 진정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여기서 낭비란 ‘시간이나 재물 따위를 헛되이 헤프게 씀’을 의미한다.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꼭 써야 할 곳에 쓰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곳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럼 인생을 낭비하는 죄에 해당하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는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성경에 달란트 비유가 있다. 어떤 사람이 종들에게 각각 금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맡기고 길을 떠났다. 주인이 돌아와서 결산하는데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받은 종은 바로 장사를 시작하여 각각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더 남겨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받았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종은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 책망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는 잃어버릴 것을 염려하여 땅을 파고 달란트를 감춰 두었을 뿐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달란트는 ‘Talent’로 해석이 되고 ‘개인의 재능과 능력’을 뜻한다. 이 비유에서는 달란트 개수는 개인별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며, 중요한 것은 달란트 개수가 아니라 각자의 능력과 역량을 어떻게 활용하였느냐에 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재능(달란트)을 땅에 묻혀 두 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이승엽은 프로 입단 당시 투수 유망주였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따라다닌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타자로 전향했다. 전향(轉向·convert)의 사전적 의미는 ‘방향을 바꾸다’이다. 이승엽 선수는 한국과 일본 리그를 합쳐 23년간 선수 생활 동안 627개 홈런을 치며 ‘국민타자’라는 명칭을 얻었다. 은퇴 후 기자 회견에서 “만약 제가 투수로 남았으면 평범하게 은퇴하고 지금쯤 유소년 선수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고 있었을 것입니다. 저에게 타자 전향은 천운과도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인지를 한다면 빨리 전향하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더 빠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의 칼럼에 “다른 사람이 시키는 원치 않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지 않을 것이다. 기름진 저녁 한 상을 벌기 위해 자유로운 시간을 팔지 않을 것이다.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되어 산다는 것을 말한다.” 회사의 직급이나 명함에 새겨진 직함이 자기 자신으로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에다 나의 시간을 통째로 맡기고 살아가는 직장인은 연극 무대의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배우는 대본과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기를 하고 연극이 끝나면 분장을 지우고 무대 위에서 객석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때부터가 진짜 나의 모습이 시작이 되는 것이다.

구본형은 또 이렇게 말한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나의 삶을 즐길 것이다. 언젠가 그 하루 전체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삶은, 온통 자유로운 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를 얻기 위한 싸움과 인내인지 모른다. 나는 오직 내가 되어, 60억 인류 속에 서로 같지 않은 하나로 살다 가고 싶다. 그때 신은 나에게 ‘자신이 허락한 유일한 인생을 낭비한 죄’를 나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며, 그곳에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맘껏 발휘하며 삶의 의미와 보람을 키우고 가꾸는 일이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목표가 바뀔 수 있고 더 잘하는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방향을 바꿔야 한다. 내가 삶의 주인공인데 못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발견한 달란트를 성장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성장시킨 그 재능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산다면 우리는 인생을 낭비하고 살고 있다는 죄책감은 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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