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사랑한 첼리스트와 클래식을 사랑한 수학자의 대화 -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2024년 07월 26일(금) 00:00 가가
양성원·김민형 지음
어떤 주제를 이야기할 때 전문가의 견해도 중요하지만, 외부자의 질문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음악, 특히 클래식을 둘러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연주자와 수학자가 만났다. 수학을 사랑한 첼리스트 양성원과 클래식을 사랑한 수학자 김민형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엮은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은 수학자와 연주자의 음악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런던 로열아카데미오브뮤직의 초빙교수로 옥스퍼드 대학을 방문한 양성원 교수는 당시 수학과에 재직하던 김민형 교수를 만나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학창 시절 독일 가곡을 외워 부르는 등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던 수학자와의 대화가 흥미로웠던 첼리스트는 음악에 대한 책을 함께 써 볼 것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화집이보니 책을 읽다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오자와 세이지의 대담집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클래식과 재즈 마니아로 알려진 하루키와 마에스트로 세이지의 책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과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등 작품이나 연주자에 무게 중심을 뒀다면, 이 책은 음악이 주는 감동은 무엇인지, 수학과 음악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 좀 더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특히 클래식을 포함한 음악을 들으면서 궁금해할 만한 것들에 대해 김민형이 때론 직설적으로 질문한 덕에 독자들도 자신만의 답을 생각해 보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양성원이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면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낭만주의 시대음악에 대한 감상, 아티스트의 천재적 재능, 전문성과 대중화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로 뻗어나간다.
특히 두 사람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음악은 항상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주제가 눈길을 끈다. 듣기 좋은 음악도 때론 ‘파괴적인’ 영향을 미쳐 전쟁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수학자의 주장에 대해 연주자는 음악의 파괴적인 영향은 음악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생긴 것이기에 음악이 인간을 감정적으로 고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도덕적으로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 생생한 현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라이브 공연을 즐기는 것과 녹음된 음악을 듣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지, 서양에서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클래식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클래식의 대중화와 엘리트주의는 양립할 수 있는지 등 흥미로운 주제가 이어진다.
책 말미에 실린 바코드를 통해 카잘스와 로스트로포비치를 포함해 책에서 언급된 연주자의 곡들과 주파수 그래핑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김영사·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
런던 로열아카데미오브뮤직의 초빙교수로 옥스퍼드 대학을 방문한 양성원 교수는 당시 수학과에 재직하던 김민형 교수를 만나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학창 시절 독일 가곡을 외워 부르는 등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던 수학자와의 대화가 흥미로웠던 첼리스트는 음악에 대한 책을 함께 써 볼 것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양성원이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면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낭만주의 시대음악에 대한 감상, 아티스트의 천재적 재능, 전문성과 대중화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로 뻗어나간다.
특히 두 사람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음악은 항상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주제가 눈길을 끈다. 듣기 좋은 음악도 때론 ‘파괴적인’ 영향을 미쳐 전쟁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수학자의 주장에 대해 연주자는 음악의 파괴적인 영향은 음악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생긴 것이기에 음악이 인간을 감정적으로 고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도덕적으로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 생생한 현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라이브 공연을 즐기는 것과 녹음된 음악을 듣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지, 서양에서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클래식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클래식의 대중화와 엘리트주의는 양립할 수 있는지 등 흥미로운 주제가 이어진다.
책 말미에 실린 바코드를 통해 카잘스와 로스트로포비치를 포함해 책에서 언급된 연주자의 곡들과 주파수 그래핑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김영사·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