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 전하는 감수성 인문학 - 감수성 수업
2024년 07월 19일(금) 00:00 가가
정여울 지음
그리니치 천문대, 사랑하는 여동생들, 데미안과 싱클레어, 라푼젤, 기념일.
문학, 미술, 심리학 등 다양한 글쓰기로 사랑을 받고 있는 정여울 작가가 신작 ‘감수성 수업-느끼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에서 풀어 놓은 키워드들이다.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었지만 유연하고 풍요롭지는 못했던 저자가 찬란한 자신만의 ‘개성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깨달음의 컬렉션이기도 하다.
저자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어떤 고통에도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충격적 상황에서도 ‘그동안 내가 읽고 배우고 경험한 사건들’ 속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내고, 그 모든 순간의 깨달음을 지혜롭게 종합해 영민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감수성이란, “느끼고 깨닫는 능력 뿐 아니라 살아가고 이겨내는 능력을 키우는 힘”이기도 하다.
책은 ‘개념과 낱말’, ‘장소와 사물’, ‘인물과 캐릭터’ 3부로 나눠 모두 43번의 감성 수업을 통해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어 나갈 것을 권한다.
‘인물과 캐릭터’에서는 자신의 글쓰기 인생의 뮤즈였던 수전 손택을 비롯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과 나이 많은 친구이자 멘토였던 문학평론가 고(故) 황광수까지 삶이 힘들 때 떠올리며 힘을 얻었던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의 시선은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개츠비가 아니라, 그의 친구 ‘닉’에게로 향한다. 그는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단죄하는 시대에 ‘누구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신중하게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고 끝내 타인을 존중하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길로 나아간다. 저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타인 때문에 괴로울 때 ‘닉’의 삶을 끄집어 내는 이유다.
또 사랑받기를 포기한 적이 있던 어린시절을 기억하며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 마음 속에서 오랫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내 안의 작은 소녀’를 꼭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 곁에 있는, 홀로 은둔하며 마음을 닫은 이들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개념과 낱말’에서는 책임, 침묵, 배려, 트라우마, 마음챙김 등 자주 사용하지만 실상은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은 단어들에 대한 다른 사유를 제안한다. 욕망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구두, 삶의 새로운 국면으로 떠나고 싶을 때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기차, 나를 나답게 만드는 추억이 깃들어 있는 액자 등 사물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감수성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매일 훈련해온 감수성 덕분에 지금껏 행복한 글쟁이로 살아가고 있다”는 저자는 “내 안에서는 매일 ‘아무도 짜주지 않은 아름다움의 시간표’가 알차게 실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나만의 감수성을 키우는 시간표’를 만드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민음사·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문학, 미술, 심리학 등 다양한 글쓰기로 사랑을 받고 있는 정여울 작가가 신작 ‘감수성 수업-느끼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에서 풀어 놓은 키워드들이다.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었지만 유연하고 풍요롭지는 못했던 저자가 찬란한 자신만의 ‘개성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깨달음의 컬렉션이기도 하다.
‘인물과 캐릭터’에서는 자신의 글쓰기 인생의 뮤즈였던 수전 손택을 비롯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과 나이 많은 친구이자 멘토였던 문학평론가 고(故) 황광수까지 삶이 힘들 때 떠올리며 힘을 얻었던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사랑받기를 포기한 적이 있던 어린시절을 기억하며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 마음 속에서 오랫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내 안의 작은 소녀’를 꼭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 곁에 있는, 홀로 은둔하며 마음을 닫은 이들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개념과 낱말’에서는 책임, 침묵, 배려, 트라우마, 마음챙김 등 자주 사용하지만 실상은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은 단어들에 대한 다른 사유를 제안한다. 욕망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구두, 삶의 새로운 국면으로 떠나고 싶을 때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기차, 나를 나답게 만드는 추억이 깃들어 있는 액자 등 사물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감수성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매일 훈련해온 감수성 덕분에 지금껏 행복한 글쟁이로 살아가고 있다”는 저자는 “내 안에서는 매일 ‘아무도 짜주지 않은 아름다움의 시간표’가 알차게 실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나만의 감수성을 키우는 시간표’를 만드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민음사·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