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의 조화 - 박주정 한국교원대 연구교수, 전 광주서부교육장
2024년 07월 17일(수) 21:30
지난 6월 17일에 발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중학교 3학년 학생 비율이 약 50%에 이르며, 필수적인 기초·기본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1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차 심화되고 있는 이러한 학력저하 현상에 대해 우려하면서 최근 각 교육청의 교육감 취임 2주년 관련 전반기 성과 분석과 후반기 청사진 등을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아쉽게도 지역별 학력수준에 대한 분석이나 학력저하의 심각성에 대한 대책을 찾기는 어려웠다. 학교교육의 두 축인 지식과 인성에서 인성 영역만을 중시하다 보니 지식교육이 약화되는 경향까지 나타나 우려를 더해 주었다.

한 지역의 분석 사례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행정 성과와 과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만 19세 이상의 도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으로, 도민 63%가 최우선 과제로 인성교육을 꼽았다. 인성교육은 다른 교육활동 영역인 교육환경 개선(14%), 교육활동 보호(7%), 지역사회 협력(6%), 학력향상(4%)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경기도교육청은 도민들의 의견에 따라 무엇보다도 인성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경향은 이전의 여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교육부에서 2021년에 학생, 교원과 학부모 1만 12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초·중·고교에서 강화돼야 할 교육으로 인성교육(36.3%), 인문학적 소양 교육(20.3%), 진로·직업교육(9.3%) 등이 높게 나왔고, 수학·과학교육(4.9%) 등에 대해서는 낮은 편이었다.

여러 조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학교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이나 학력이 아니라 인성교육이라는 의견이 대세로 나타나 있다. 입시위주 경쟁교육으로 인해 인품 계발이나 도덕성 함양 교육이 약화되었다고 비판받는 한국 교육의 특수성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또한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사람들 중에는 지식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력 향상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약화시켜서라도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을 대비시키려는 관점이 사회 전반적으로, 그리고 학생과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 사이에도 상당히 많다. 심지어 학업성취를 강조하는 사람에 대해 교육현실을 모르는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향을 실감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지식교육, 특히 기초·기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의를 할 때마다 상당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히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만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교육의 두 축은 지식과 인성교육이기 때문이다. 지식과 인성은 어느 한 부분을 약화시켜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을 강화시킬 수 없으며, 두 영역은 상보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인성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은 학교에서 학력향상은 불가능하고, 학력향상에 대한 교원들의 헌신 없이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은 상보적이라는 이론을 미국의 인성교육 연구 및 연수기관인 CEP의 보고서 ‘Smart and Good School’(2007)에서 제시한 새로운 인성교육 패러다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종래의 인성교육은 선한(good) 사람이 되도록 돕는 일에 초점을 두었지만, 새로운 인성교육에서는 현명한(smart) 사람이 되도록 돕는 일도 동일한 비중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람직한 인성교육이란 문제행동을 줄이거나 시민의식을 높이면서 동시에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결론적으로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기본학력 향상에 더 신경을 써서 모든 학생을 자신의 잠재력만큼 키워 주려고 노력할 때 학교폭력도 줄고 인성교육도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학교에 있을 때 인성교육 측면에서 만났던 많은 학생들을 새겨본다. 그들과 어느 정도 이야기가 통할 때 쯤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곤 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같은 대답을 했다. “저도 공부 잘하고 싶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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