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 5월 평범했던 일상의 파괴를 목도하다
2024년 07월 17일(수) 20:25 가가
문화공동체 딴청, 뮤지컬 ‘비망’ 공연
21일 서빛마루문예회관
5·18 트라우마 겪는 주인공 극화
21일 서빛마루문예회관
5·18 트라우마 겪는 주인공 극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고등학생 ‘경아’는 우연히 흑백 비디오 속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적인 모습을 마주한다. 필름에는 팬티만 입고 끌려가는 사람들, 곤봉과 총으로 무장한 군인이 시민들의 머리를 내리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44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 광주는 평화롭고 활기찬 모습이다. 그럼에도 5·18민주광장과 옛 전남도청 등은 ‘그날 광주’의 아픔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비망록처럼, 우리가 망각하지 말아야 할 비극적 역사를 환기시킨다.
문화공동체 딴청(딴청·대표 김유경)이 광주민중항쟁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오는 21일(오후 2시, 5시) 서빛마루문예회관에서 상연하는 오월극 ‘비망’이 그것.
김창배가 창작한 극을 김유경이 각색한 이번 공연은 2011년부터 매년 관객들을 만나 왔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계엄군 아버지의 딸 경아, 5월 항쟁을 직접 경험한 뒤 홀로 살아남은 소매치기범 덕복, 사랑하는 동생 명희를 키웠지만 계엄군의 총탄에 동생을 잃어버린 명순의 이야기를 다뤘다.
극중 광주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떡볶이 노점을 운영하던 덕복은 ‘구청 거리 정화사업’ 일환으로 무자비하게 들이닥치는 용역들을 마주하고 이를 막으려다 쓰러진다. PTSD로 인해 기절하는 경아와 세상의 풍파를 마주하는 덕복의 아픔 또한 광주 시민 모두의 고통이다. 배우들이 교련복과 몸빼 바지를 입고 군무를 추는 씬을 통해 옛 광주항쟁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딴청 한영옥 홍보팀장은 “이 밖에도 도청 앞 집단 발포사건, 광주 시민들의 트라우마, 도청 사수 등 역사적인 순간들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며 “이번 오월 뮤지컬이 2024년 광주의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광주의 참극을 되새기는 매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민중항쟁 발발 하루 전인 17일을 그린 씬은 밝은 분위기의 ‘단체무’로 묘사했다. 이는 곧 광주에 드리워질 참극과 대조를 이뤄 비극성을 심화시킨다.
뮤지컬 넘버 중에는 절망을 딛고 도청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광주 시민들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것도 있다. 미용실을 찾거나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던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노랫말은 5·18이 파괴해버린 역사의 상흔을 가늠하게 한다.
전국 계엄령 확대선언과 대학 휴교령, 광주 폭동설을 다뤘던 뉴스 리포트와 신문 기사 등은 실제 영상 자료들로 보여줄 예정이다. 최초 사망자인 농아인 고(故) 김경철의 영정사진을 보여주는 장면 등은 공연의 무게감을 더한다.
한편 딴청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공연예술 단체이며 ‘딴짓하는 청년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마다 활동 분야 및 전공은 다르지만 매년 지역에서 뮤지컬 등을 실연하고 있다.
김유경 대표는 “관객들은 주인공 경아와 함께 어쩌면 지금 내 이웃이 될 수도 있던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파괴됐는지 목도하게 될 것이다”며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숭고한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낸 ‘광주 정신’을 관객들이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무료 공연. 딴청 인스타 링크 예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문화공동체 딴청(딴청·대표 김유경)이 광주민중항쟁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오는 21일(오후 2시, 5시) 서빛마루문예회관에서 상연하는 오월극 ‘비망’이 그것.
김창배가 창작한 극을 김유경이 각색한 이번 공연은 2011년부터 매년 관객들을 만나 왔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계엄군 아버지의 딸 경아, 5월 항쟁을 직접 경험한 뒤 홀로 살아남은 소매치기범 덕복, 사랑하는 동생 명희를 키웠지만 계엄군의 총탄에 동생을 잃어버린 명순의 이야기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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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동체 딴청이 21일 서빛마루문예회관에서 오월 뮤지컬 ‘비망’을 선보인다. 배우들이 리허설을 진행하는 모습(왼쪽)과 무대 세트를 제작하는 장면. <딴청 제공> |
민중항쟁 발발 하루 전인 17일을 그린 씬은 밝은 분위기의 ‘단체무’로 묘사했다. 이는 곧 광주에 드리워질 참극과 대조를 이뤄 비극성을 심화시킨다.
뮤지컬 넘버 중에는 절망을 딛고 도청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광주 시민들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것도 있다. 미용실을 찾거나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던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노랫말은 5·18이 파괴해버린 역사의 상흔을 가늠하게 한다.
전국 계엄령 확대선언과 대학 휴교령, 광주 폭동설을 다뤘던 뉴스 리포트와 신문 기사 등은 실제 영상 자료들로 보여줄 예정이다. 최초 사망자인 농아인 고(故) 김경철의 영정사진을 보여주는 장면 등은 공연의 무게감을 더한다.
한편 딴청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공연예술 단체이며 ‘딴짓하는 청년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마다 활동 분야 및 전공은 다르지만 매년 지역에서 뮤지컬 등을 실연하고 있다.
김유경 대표는 “관객들은 주인공 경아와 함께 어쩌면 지금 내 이웃이 될 수도 있던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파괴됐는지 목도하게 될 것이다”며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숭고한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낸 ‘광주 정신’을 관객들이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무료 공연. 딴청 인스타 링크 예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