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드’ 대신 우리 새말 ‘청노년’ - 박행순 전남대 명예교수, 전 네팔 카트만두대 객원교수
2024년 07월 17일(수) 00:00
출석하는 교회에서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설하였다. 이름 하여 ‘소망 아카데미’이고 주제는 ‘욜드’(Yold) 세대이다. 70세 이상이 대상이니 과거에 ‘노인대학’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칠순 어르신들도 노인이라거나 동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로 부르는 것을 달갑잖게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해서 ‘노인대학’이라는 용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욜드(Yold)는 young과 old의 합성어로서 직역하면 ‘젊은 노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부머(1946~1964년 생)들, 즉 60에서 70대 후반 사이의 세대를 가리킨다.

처음 욜드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2019년 11월, ‘아주경제’의 한 기사였다. 일본에서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펴낸 ‘2020년 세계경제대전망’에서 ‘욜드시대가 도래 했다’고 소개한 후, 얼마간 국제적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만 활발하게 사용한다고 소개되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욜드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서 더 건강하고 높은 교육수준을 갖추고 있으며 그 숫자도 많아서 세계는 이들이 새로운 경제부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러한 기대는 우리나라의 노년층에 의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요즘 퇴직자들은 아직도 비교적 건강하며 의욕은 여전하고 각종 실전 경험을 갖추고 있으나 직업전선을 떠난다. 이들은 우리 역사상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지고 퇴직하는 세대로서 안정된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다양한 분야에 새롭게 배우고자 하는 학구열도 있다. 그리하여 이들이 IT 학습을 위한 교육, 식품, 여행과 관광 등의 레저 산업, 헬스 케어 등 여러 산업계의 중요한 마케팅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욜드 인구는 2030년에는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며 활발한 사회활동, 다양한 취미를 즐기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드(Old) 세대는 가족을 위하여 희생하고 봉사하며 산 결과 자신의 노후 준비가 부실한 반면, 욜드(Yold) 세대는 가족을 위한 희생 봉사에 상한선을 설정하고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며 자신의 행복과 미래를 설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주택연금을 활용하여 자녀들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보다는 주택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여생 동안 일정금액을 수령하며 경제적 자립을 도모한다. 과거에 부모에게 효도했으나 자녀들에게 효도를 기대할 수 없는 낀 세대, 소위 효도 부도 세대가 취하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강진군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은퇴한 노인들을 위한 ‘신청년 욜드 대학’을 운영한다는 기사를 올렸다. 다양한 교육과 일자리까지 연계시켜서 호평을 받는다. 유엔이 2015년에 발표한 생애 연령기준에 의하면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 80~99세는 노인,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이다. 따라서 후기 청년기와 중년기 전체를 아우르는 세대를 ‘신청년’이라고 칭하는 강진군이 크게 엇나간 것 같지는 않다.

욜드를 대체할 순우리말로 젊은 노년, 젊노인, 젊노족, 청노인, 청노년, 풋노인, 금퇴족 등이 거론되었다. ‘새말 모임’에서 여론 조사를 한 결과, ‘청노년’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어 새말로 최종 선정되었다. ‘금퇴족’은 경제력을 갖고 은퇴를 한 부류로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새말 모임에서 ‘알기 쉬운 우리 새말’로 욜드 대신 청노년을 사용하자고 제안하며 기사화 한 것이 2023년 7월 25일, 일 년 전이다.

욜드의 사전적 의미는 ‘잘 속는 사람, 멍청이’이다. 나이 들면서 기억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은 자연적인 노화의 과정이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피싱 사기꾼들에게 속으며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이 노인들만은 아닐지라도 단어의 의미를 알고 나니 꽤 씁쓸하다. 하루 빨리 욜드 대신 우리 새말, ‘청노년’을 언론과 사회 전반에서 사용하기를 기대한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