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잡초 넌 대체 뭐니?
2024년 07월 14일(일) 18:30
농경지 잡초만 1600여종…알면 유용한 ‘선한 잡초’도 많아

/클립아트코리아

농사를 짓는 이라면 ‘농사가 작물을 키우는 것이라기보다는 잡초를 못 자라게 하는 일’이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잡초와의 전쟁’이 농사라는 말이다.

잡초는 주로 산과 들에 알아서 번식하는 잡다한 풀로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식물이 아니다. 작물 사이에 자연적으로 발생해 직간접으로 작물의 수량이나 품질을 나쁘게 하는 식물의 통칭이지, 특정한 식물 종을 분류할 때 쓰는 용어는 아니라는 의미다.

잡초는 무엇보다도 강인한 생명력이 특징이다. 대부분이 인간에게는 별 쓸모가 없지만, 번식만큼은 왕성해서 재배 중인 작물의 영양소를 빼앗아 먹는것은 물론이고 잎사귀나 줄기가 작물을 뒤덮어 성장을 방해하고 생존까지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환경조건에서도 잘 자라 가볍고 많은 종자를 주변에 퍼뜨린다. 길가와 논둑, 들판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질경이의 경우 씨앗을 수레바퀴 밑에서도 살 수 있다는 뜻에서 ‘차전자(車前子)’라 부를 정도이니 말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이 지긋지긋한 잡초는 이름을 다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종류도 오만가지다. 지구상에 생육하는 식물 3만여 종 중에 농경지에 자라는 잡초만 160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에는 비농경지 등의 잡초를 포함해 40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논과 밭에서 주로 피해를 주는 잡초로 각각 20여 종과 40여 종이 꼽힌다.

농업 관련 연구소에서는 논에 나는 잡초를 화본과 2종(강피, 물피), 사초과 2종(올챙이고랭이, 알방동사니), 광엽 5종(물달개비, 미국외풀, 밭뚝외풀, 마디꽃, 벗풀) 등 보통 총 9종으로 나눠 분류한다.

또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밭작물 재배지에서 발생하는 잡초는 총 375종. 본격적으로 텃밭작물 재배를 시작하는 6월에 자라는 것으로는 바랭이, 강아지풀, 쇠비름, 방동사니, 깨풀, 흰명아주, 개비름, 여뀌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아는 잡초 중에는 갈대나, 쑥, 토끼풀, 닭의장풀, 민들레, 박하처럼 나름대로 쓸모를 찾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종도 있다. ‘선한 잡초’라고도 불리는 것들인데, 대표적으로 부레옥잠은 수질 정화식물로 쓰인다.

인간에게 유용한 대부분의 농작물은 그 쓰임을 위해 상당량의 영양소를 사용한다. 곡식이나 과일 등 농작물은 자신이 가진 영양소의 상당량을 성장과 번식에 쓰지 않고 씨앗이나 열매에 축적하는데, 이 때문에 맛있고 유용한 먹을거리가 되는 것이다.

인류는 농사를 시작한 이후부터 농작물이 더욱 많은 영양소를 작물 자신이 아닌 인간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도록 품종을 개량해 왔다. 이 작물들 사이에 살며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를 제거 대상으로 삼고 다량의 제초제를 개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잡초가 주는 해악이라는 것도 인간의 기준일 뿐이고 생태계 차원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다. 지금처럼 사료가 보편화 되기 전 소나 염소 등 가축의 먹이로 쓰였던 잡초는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 땅속 깊숙한 곳에서 영양 염류를 퍼 올리는 기능을 하는가 하면 땅을 섬유화시켜서 표토층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처럼 잡초를 없애버려야 하는 존재로 지목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잡초 나름대로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탓이다. 새로운 작물을 육종하거나 유용한 성분을 뽑아내 농약과 의약, 향신료 등에 이용되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농업인들이 잡초의 유용성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작물로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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