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더 좋고 길이 남을 -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2024년 07월 12일(금) 07:00
가끔 ‘행복하고 싶은데 가진 것이 없어 불행한 것 같아!’, ‘즐겁고 기쁘게 그리고 좀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어서 어쩌지!’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이런 하소연에 ‘정말 행복하고 싶은 것일까? 삶을 정말 즐겁고 기쁘게 살고 싶은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사제직을 준비하던 신학생 시절, 영성 면담 신부님의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인지?’라고 신학생들에게 삶의 본질에 대한 화두를 던지셨다. 우리가 사는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과 필요한 것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필수적인 것과 필요한 것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 갈등 안에서의 선택을 통해 행복한 삶 또는 불행한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부족함 없이 풍요롭고 남 부럽지 않게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건강을 돌보지 않고 돈을 모으는 것은 운전하느라 바빠서 주유소에 갈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어리석음과 같다. 상식이지만, 우리가 쉽게 범하는 어리석음이기도 하다.

현재의 삶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라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묻지마 폭행과 같은 범죄, 나만 아니면 된다거나 나만 편하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돈이면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천박한 자본주의 의식, 다르다거나 천한 일을 한다고 ‘제노포비아’(Xenophobia)와 같은 혐오 의식을 만들어내는 선민적 우월의식 등,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초래되는 병폐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간의 삶은 죽을 힘을 다해 소유하려고 하는 물질보다 더 숭고하며 아름답고 고귀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잊혀지지 않는 오래 기억되는 인물들이 있다. 나라를 위해 그리고 모두의 안녕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고 희생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무엇이 자기 안위보다 모두를 위한 삶과 희생이라는 행동으로 이끌었던 것일까? 이들이 송두리째 내놓았던 삶에서 공통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삶의 본질적인 것을 놓치지 않았다. 삶의 본질적인 것을 보호하고 살아가는데 가치를 두었고, 자신은 물론 모두가 사는 삶을 택했다.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인간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에도 자신보다 타인과 모두를 위해 투신했던 이들이었다. 그래서 자신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았고, 희생할 수 있었던 그들의 지향점, 삶을 이끌었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이방인의 사도로서 주님의 복음을 온몸과 마음으로 전파했던 바오로 사도는 히브리서 10장 34절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또한 감옥에 갇힌 이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었고, 재산을 빼앗기는 일도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보다 더 좋고 또 길이 남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음 선포자들, 예수께서 사셨고 보여주셨던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이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과감하게 세상을 위해 던질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인 이익에 집착하지 않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지 않았으며, 모든 인간관계가 분열되지 않도록 온몸으로 희생했던 이들이다. “그보다 더 좋고 또 길이 남는 재산”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 보이지 않는 가치와 사람을 살리고 서로가 행복의 길을 알았던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기억되는 이들도 “그보다 더 좋고 또 길이 남는 재산”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리고 이를 살았을 때 훗날 모두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의 시대는 너무나 빠르다. 소중한 것들과 우리 삶의 본질적인 것들이 쉽게 짓밟히고 무너져내리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바오로 사도의 “그보다 더 좋고 또 길이 남는 재산”의 말씀을 되새기자. 그보다 더 좋은 세상과 모두가 함께 살아가도록 이끄는 길이 남을 재산을 추구해보면 어떨까?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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