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즌제 브랜드오페라 등 다양한 시도 필요하죠”
2024년 07월 09일(화) 18:10
광주시립오페라단 최철 신임 예술감독 선임...26년 6월까지
겨울 시즌제 브랜드 오페라 제작 목표, 5월 브랜드 가공 활용

최근 광주시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만난 최철 예술감독은 겨울 시즌제 브랜드 공연과 5월 공연에 대한 계획을 들려줬다.

“얼마 전 대구 오페라하우스에 방문해 '안드레아 쉐니에'를 감상했는데, 광주에서 원정 관람을 온 관객들이 100여 명에 달해 놀랐습니다. 광주에서도 그동안 가치 있는 오페라가 제작됐지만 지속성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경우는 찾아보기 드문 것 같아요. 푸치니의 ‘라보엠’, 시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양림겨울축제’를 결합해 ‘겨울 오페라 축제’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최근 광주시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만난 최철 신임 예술감독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매년 펼쳐지는 ‘시몬 보카네그라’처럼 광주를 대표하는 시즌제 브랜드 오페라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든다.

최근 공개모집을 통해 선임된 최 감독은 장기 공백이던 오페라단 예술감독을 맡게 됐다. 임기는 오는 26년 6월까지 총 2년.

조선대 음악학과 성악 전공, 이탈리아 마스카니 국립음악원 등을 졸업한 최 감독은 이탈리아 로마네스코 오페라단을 연출했으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시민오케스트라(예술감독) 등을 맡았다. 조선대 대학원 문화학과 객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최 감독은 “올해에는 이미 기획되어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진력할 예정이다”며 “7월에는 로시니 작 ‘신데렐라’, 9월에는 푸치니 탄생 100주년 오페라 ‘토스카’를 선보이려 한다”고 했다.

이어 “10~11월에는 광주와 대구의 달빛동맹 프로젝트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연말에는 ‘월드 뮤직 페스티벌’을 상연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그의 비전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예술 질료로서의 광주’를 대하는 시각이다. 최 감독은 “광주 내부의 시선으로 볼 때는 우리가 펼쳐온 ‘5월 공연’들이 옳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겠지만, 한편으로 외부의 시선은 다를 수 있다”며 “5·18이라는 소재가 희생, 연대와 같은 보편적인 가치로 승화되어야만 ‘5월 오페라’가 전국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예를 들면 오페라 ‘토스카-광주’를 만든다면 여주인공 토스카는 광주에서 트로트 오디션을 보는 송가인 같은 캐릭터나 전대 성악과 출신의 소프라노로 설정해 볼 수 있고, 남자 주인공 ‘카바라도시’는 전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간판쟁이 미대생으로 구상할 수 있다”며 “원작과 같은 음악을 사용해 감동을 주되, ‘광주 바깥’에서도 쉽게 수용될 수 있는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최근 뉴욕에서 오페라 ‘나부코’를 보면서는 나부코와 한국의 ‘3·1운동’을 접목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는 후문이다.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끼끼’중 시모네 역을 맡고 있는 최 감독의 모습. <최철 제공>
그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광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내놨다. 원주·인천·부산 등에도 후속 오페라하우스가 생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권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최 감독은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오페라하우스건립 협의회’(가칭)를 구축해 공동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감독은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해서는 우선 지역에서 좋은 공연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것이 선결 요건”이라며 “한 번 실연하고 작품을 사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시민오케스트라 등과 협약을 통해 ‘시민과 함께하는 오페라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합창단원 100여 명과 오페라단이 함께 공연을 했던 서울의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 광주에서도 시민 오페라단 배우들을 선발해 월드클래식 공연에 출연시키고 지하철역과 같은 공간에서 공연을 펼치는 기획도 구상 중이다.

아울러 단막 공연에도 ‘광주만의 아이덴티티를 더 녹이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비쳤다.

최 감독은 “용아 박용철 시인처럼 광주를 대표하는 인적 자원의 삶을 극화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며 “18세기 유행했던 희극적이고 대중적인 오페라인 ‘오페라 부파’ 요소를 곁들인다면 흥행하는 작품을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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