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코드에서 5월 광주의 아픔 풀어내다
2024년 07월 02일(화) 10:00
가수 박종화 앨범 ‘엄마’ 발매…총 11곡 수록

가수 ‘박종화’ <(주)좋은친구들 제공>

“이번 앨범은 지역 극단인 ‘토박이’ 소극장에서 MR 하나 틀고 노래하며 완성했습니다. 단출하지만, 어쩌면 마지막 독집이 될지 몰라 각별한 마음이네요. 수록곡들은 5·18의 아픔, 광주의 비극사, 일제강점기 등 소재를 ‘엄마’라는 코드 로 풀어냈습니다.”

가수 박종화는 최근 앨범 ‘엄마’를 발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주)좋은친구들에서 발매한 이번 앨범에는 ‘엄니표 참기름’을 필두로 ‘병실에 와서’, ‘5·18 어매’, ‘분단의 어머니’ 등 총 11곡이 수록돼 있다.

대표곡으로 상재한 작품은 직접 작곡한 ‘엄니표 참기름’. 방앗간에서 참기름을 짜는 모습과 어머니를 오버랩해,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짜내듯’ 살아온 어머니의 삶과 희생을 반추하는 작품이다.

“물팍이 아퍼 기어다님서 뭣헐라고 짠지 모르겄네 미쳐불겄소 내가/ 헐 수 있응게 허제 나 죽어불믄 생각날 것잉게 암말도 허지 말어야”라는 가사에는 실감 나는 전라도 사투리의 맛도 배어 있다.

수록곡 중 ‘둘째 아들의 선물’도 눈길을 끈다. 이 곡은 박 씨가 스물여섯 살 때 오월학살 원흉처단을 위한 특별위 활동을 하다가 투옥된 후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1992년 처음으로 발표했었으나 이번에 편곡, 미디프로그래밍 등을 거쳐 재발표한 것.

최근 가수 박종화가 앨범 ‘엄마’를 발매했다.
5·18민중항쟁 당시 남편이나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를 모티브로 창작한 ‘5·18어매’도 귀를 사로잡는다.

“1980년 5월 내 나이 서른일곱/ 총탄이 뚫고 지나간 그이의 싸늘한 시신을 싸매고/ 어쩔 줄 모를 때 이미 정신줄은 사라졌어/ 미친년처럼 허둥대다가/ 라디오 새벽방송에서 나오는 한 구절/ 시신이 있으면 도청 앞 상무관으로 가져오라는 말 듣고/ 겨우 지게 하나 구해 남편을 실었지” 등 실감나는 노랫말은 당시 오월 광주의 비극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하다.

이 밖에도 이산가족을 다룬 곡 ‘분단의 어머니’, 1980년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쓰러졌던 ‘30번 시신’을 소재 삼은 노래 ‘30번 남자’ 등도 저마다 광주항쟁의 의미를 투시한 작품들이다. 이와 함께 앨범에는 특별 제작한 영상도 담겨 있다.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의 목소리도 노래에 삽입돼 긴장감과 현실감을 더했다.

박 씨는 “5·18 등 청년 시절 다양한 사건을 거치며 쌓인 서사와 한을 ‘어머니’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낸 앨범이다”며 “광주에 쌓여 있는 민중의 아픔이 이번 앨범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수 박종화는 ‘5·18민중항쟁 10주년 기념 창작공연’, ‘청춘으로 일어서는 오월’ 등 공연을 펼쳐왔다. 5·18 30주년 전야제 총감독을 비롯해 박승희 열사 20주년 문화제 총감독, 전국오월창작가요제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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