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홍석원’…광주시향 마지막 무대 ‘헌정’
2024년 07월 01일(월) 10:40
광주시립교향악단 홍석원 마지막 무대 28일 광주예술의전당
2021년 부임…서울교향악축제, 통영국제음악제 등 참여 호평

‘홍석원 지휘자’ <광주시립교향악단 제공>

“귀국해서 재직한 첫 직장인 만큼, 제게 더 특별할 수밖에 없던 ‘광주시향’입니다. 마지막 연주를 끝내니 더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3년 3개월 동안 함께해준 단원들과 광주 시민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2021년 4월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해 예술 비전을 실현해 온 홍석원(41) 지휘자는 마지막 광주 공연 ‘헌정’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공연은 지난 28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펼쳐졌으며, 이날 무대를 끝으로 홍 지휘자는 광주를 떠나 7월부터 부산시향 12대 예술감독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광주시향은 홍석원 지휘자 부임 후 전국구 오케스트라로 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교향악 축제 오프닝 공연에 출연해 호연을 펼쳤으며, 아시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로 불리는 통영국제음악체 초청공연에서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와 협연하기도 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공연 실황 녹음도 음단의 큰 주목을 받았다. 실황음반 ‘베토벤, 윤이상, 바버’는 발매 당일 플래티넘(1만장 이상 판매)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임기 내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홍 지휘자는 “첫 취임연주회는 물론 미국 초청공연, 바비야르 한국 초연, 교향악축제 개막공연 등 의미 있는 무대들이 떠오른다”며 “그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통영에서 선보였던 ‘광주여 영원히’ 공연이다”고 답했다.

‘광주여 영원히’는 베를린에서 라디오를 통해 광주의 항쟁을 접한 윤이상이 통곡하며 만든 교향곡으로 알려졌다. 이 노래야말로 “광주 정신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광주의 혼’과 같은 작품이라서 지휘 당시의 기억이 더 선명하다”는 것이 그의 부연 설명이다.

홍 지휘자가 부임한 2021년 이후 처음 도입한 ‘마스터 클래스’도 좋은 성과다. 예비 음악가들이 대가들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차세대 연주자 발굴 및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진행해 왔다. 그동안 강충모(피아니스트), 서선영(소프라노), 백주영(바이올리니스트) 등이 강단에 서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줬다.

홍 지휘자 또한 마스터 클래스에 직접 출연해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지휘하며 예비 지휘자들에게 가르침을 줬다. 긴장감과 열정이 가득했던 현장에는 홍 지휘자의 강연을 동영상으로 담거나 메모하는 수강생들로 가득 찼다는 후문이다.

그는 “학생일 때부터 대가들의 가르침을 받을 소중한 기회들이 많았는데, 그 덕에 현재의 음악적 바탕을 다질 수 있었다”며 “젊은 음악도들에게 비슷한 기회를 주고 싶었고 감사하게도 취지에 공감해 준 많은 협연자가 흔쾌히 손길을 내밀었다”고 했다.

‘광주시립교향악단’ <광주예술의전당 제공>
한편 이번 연주회에서 홍 지휘자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E장조 WAB 107’을 들려줬다. 특히 올해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가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그 의미를 더했다.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선율에 브루크너의 악상이 투영된 작품으로, 장엄한 알레그로 모데라토로 시작해 약동하듯 리드미컬한 피날레로 막을 내리는 작품이다. 탄생 200주년이라는 점 외에도 왜 이 작품을 ‘작별곡’으로 선택했을까. 잔잔한 리듬으로 출발해 점점 고조되는 리드미컬한 악상은 홍 지휘자 취임 후 천천히 상승기류를 타온 광주시향의 모습과 일견 닮아 있는 듯하다.

마지막 4악장의 악상 기호는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한국어로 풀이하자면 “약동하듯이, 그러나 너무 빠르지 않게”다. 이는 앞으로 광주시향이 나아가야 할 길을 은유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아울러 연주회 주제인 ‘헌정’도 눈길을 끌었다. 홍 지휘자는 “그동안 큰 성원을 보내준 광주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헌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광주 시민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없는지 궁금했다.

홍 지휘자는 “언제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광주 관객들께서는 늘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셨다”며 “제가 떠나더라도 광주시향은 광주 시민들의 것이고, 그들의 아름다운 음악과 다양한 레퍼토리의 공연들이 이곳에 오롯이 남아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저 또한 아직 지휘자로서는 많이 젊은 나이기에, 다시 광주 관객분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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