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맛 함께 남도 유람-보성] 비경 속 쉼!…의향·예향·다향 느끼며 ‘3색 힐링’
2024년 06월 25일(화) 08:30 가가
윤제림·성림정원, 수국·산림에 여유 만끽
태백산맥 문학거리서 근·현대사 속으로
오봉산 채석지·용추폭포서 더위 날리고
해수탕에 몸 담그고 바다 보며 심신 치유
태백산맥 문학거리서 근·현대사 속으로
오봉산 채석지·용추폭포서 더위 날리고
해수탕에 몸 담그고 바다 보며 심신 치유
보성은 예로부터 ‘3경(景·산, 호수, 바다)·3보향(寶鄕)’의 고장으로 불렸다. 충의열사를 많이 배출해 의향(義鄕), 서편제 등 예술 혼이 살아 숨쉬는 예향(藝鄕), 국내 최대의 차재배지로서 다향(茶鄕)이라 했다. 벌교 태백산맥 문학거리와 오봉산 구들장 채석지 또한 보성만의 역사문화를 품고 있다. 6월 초록 융단을 깐듯한 녹차밭을 비롯해 ‘윤제림’ 수국 꽃밭, 율포 해수욕장에 여행자의 발길이 몰린다.
◇‘소통의 숲’ 윤제림·‘치유정원’ 성림정원=요즘은 수국의 계절이다. 보성 ‘윤제림’(允濟林)은 수국 명소로 첫 손에 꼽힌다. 탐방객들은 337㏊(102만 평)에 달하는 ‘윤제림’ 규모에 우선 놀라고,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가꿔온 산림경영 숲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현재 1970년대부터 심은 편백나무들은 울창한 숲을 이뤘다. 또한 펜션(휴양의 집·숲속의 집)을 비롯해 아치 하우스, 캠핑 하우스, 데크 야영장, 캠핑카(대형 텐트) 야영장 등 숲속 숙박시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6~7월 ‘성림정원’의 핫 플레이스는 ‘수국원’이다. 아름드리 편백나무 숲아래 탐스럽게 피어난 수국 꽃밭이 동요 그대로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룬다. 1만여 평에 4만 본이 식재돼 있다고 한다. 저마다 파랑·보라·분홍 등 파스텔 톤 빛깔을 발산한다. 토양 pH(수소이온 농도지수)가 산성에서 알칼리 토양으로 올라갈수록 남색-보라-자주-분홍색으로 꽃색깔이 변한다. 탐방로를 따라 수국의 향연(饗宴)을 즐기며 걷는 내내 여행자의 마음에도 꽃색깔이 배어든다. 평생 동안 나무를 심어 가꾸어 많은 사람들에게 숲속 초록의 힐링을 안겨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산림 경영인의 아름다운 마음 결을 오래도록 기억할 일이다. 하절기(3~10월) ‘성림정원’ 관람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마지막 입장 오후 5시)까지이다.
◇근·현대사 살아 숨쉬는 벌교 ‘태백산맥 문학거리’=“1907년에서 1910년 사이 3년 만에 이런 금융조합을 전국에 130개를 세웁니다. 1945년 패망할 때까지 950~960개로 늘어납니다. 벌교에는 1918년에 설립됐고요. 벌교와 나주, 고흥(풍양·도양), 김제(백구) 금융조합 건축구조는 좌우대칭형으로 거의 비슷합니다. 르네상스 절충주의 건축양식에 따라 붉은 벽돌을 쌓아 만들었는데 조적조(組積造) 건축이라고 합니다.”
벌교금융조합에서 만난 한명순 전남도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지난 2005년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226호)으로 지정된 금융조합 건물은 견고함과 위압감을 동시에 풍기는 관공서 스타일이다. 과거에 금고로 사용됐던 방은 ‘화폐 속 숨어있는 이야기’를 알려주는 교육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홍교(虹橋)에서 벌교금융조합~보성여관~벌교우체국으로 이어지는 ‘태백산맥 문학거리’를 따라 걷는다. 작곡가 채동선(1901~1953) 생가와 채동선 음악당이 자리하고 있고, 박기동(1917~2004) 시인의 ‘부용산’ 시비도 가까운 산자락에 세워져 있다. 거리는 21세기 벌교 주민들의 생활 속 공간이다. 개구리문구점과 동아책방, 보리점방 상호가 눈에 띈다. 마을기업으로 운영되는 ‘월파공방’과 통밀 빵을 파는 ‘모리씨 빵가게’는 벌교를 찾은 여행자들의 ‘핫 플레이스’이다.
옛 보성여관으로 가는 길, 삼화목공소에 발길이 멈췄다.
“사람 몸만 빼고 (목공소가) 다 타버렸소~!”
목수 왕봉민 어르신과 담소를 나누던 지인들이 기자에게 2021년 2월 발생한 화재를 알려준다. 천장에는 화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1941년 12월에 지어진 건물이 자칫 전소될 뻔 했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정경’(Scene)을 크게 틀어놓은 채 일을 하던 노목수는 미소를 짓는다. 벌교에 자부심을 갖는 주민들이 ‘태백산맥 문학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오봉산, ‘온돌문화’의 근간 구들장 채석과 용추폭포= 지난 2022년 4월에 보성군 득량면 오봉산 ‘구들장 채석지’가 국가등록문화재(제833호)로 지정됐다. 앞서 2021년 12월에는 오봉산 ‘구들장 우마차길’이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됐다. 보성 오봉산(해발 343.5m)은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구들장을 캤던 국내 최대 규모의 산지였다. 토박이들은 구들장 대신 ‘방(房)돌’이라고 부른다.
이제 오봉산은 구들장 돌을 캐던 삶의 터전에서 숲과 계곡,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변모했다. 오봉산 입구에 자리한 해평저수지에는 3.9㎞ 길이의 둘레길(1시간 20분 소요)이 조성돼 있다. 물가에 세워진 돌탑이 이색적이다. 물비늘 일렁이는 수면을 옆에 끼고 숲속을 걷는 생태탐방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보는 오봉산 자락은 온통 초록빛깔이다. 반영된 물빛조차 초록이다.
칼바위 주차장에서 용추폭포까지는 1.3㎞ 거리. 용추폭포는 깊은 계곡 속에 가려져 있다. 계곡물가 바위를 조심스레 밟아가며 올라가면 용추폭포가 눈앞에 펼쳐진다. 힘든 산행을 보상해주는 대자연의 선물이 아닐까.
폭포 앞 암벽에는 통일신라시대 고운(孤雲) 최치원 선생의 한시가 새겨져있다고 구전으로 전해온다. 하지만 김희태 전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의 ‘보성 오봉산 용추동 암각문 조사자료’에 따르면 1924년 늦은 봄, 유산풍류(遊山風流)에 나선 유학자 회봉(晦峰) 안규용(1873~1959) 선생을 비롯한 일행 16명 이름이 한자로 새겨져있다.
또한 1935년 봄, 폭포를 찾은 임창주 등 6명의 이름도 별도로 새겨져 있다. 이들은 ‘용추에서 목욕하고/ 칼바위 바람 쐬고 돌아오니/ 벗을 부르는 봄바람 증점의 4월처럼 좋을시고’라는 시문을 함께 새겼다. 공자와 제자인 증점의 고사를 인용한 시문이다.
<>◇율포, 솔숲과 해수녹차탕, 책방의 어울림=율포의 첫 인상은 한 폭의 산수화다. 솔숲 사이로 너른 백사장, 푸른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율포 해수욕장에는 천혜의 백사장과 솔숲뿐만 아니라 ‘율포 해수녹차센터’와 콘도, 오토캠핑리조트, 펜션, 민박 등 다양한 편의·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문을 연 ‘율포 해수녹차센터’는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바닷물과 보성 찻잎을 우려낸 녹수를 융합한 전국 유일의 녹차해수탕이다.
푸른 바닷가에서 책을 읽는 여행자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율포에서는 상상이 이뤄진다. 해수욕장 동쪽 우암선착장 인근에 ‘율포 파랑책방’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안하게 자신의 일상을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습니다. 맨발걷기를 하다 다리 아프면 들어와 쉬었다 가기도 합니다.”
책방지기 김정남 전남도 문화관광해설사가 여행자를 반겼다. 어린이들이 색칠하며 놀 수 있는 책상도 따로 마련돼 있다. 한 사람당 1권을 대출해 책방 내부나 인근 해변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해양예술치유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책방 운영시간은 화~일요일(월요일 휴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월 율포에서 보성만의 서정적인 감성에 물들어보자!
/글=송기동 기자 song@·보성=김용백 기자
/사진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벌교금융조합에서 만난 한명순 전남도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지난 2005년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226호)으로 지정된 금융조합 건물은 견고함과 위압감을 동시에 풍기는 관공서 스타일이다. 과거에 금고로 사용됐던 방은 ‘화폐 속 숨어있는 이야기’를 알려주는 교육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홍교(虹橋)에서 벌교금융조합~보성여관~벌교우체국으로 이어지는 ‘태백산맥 문학거리’를 따라 걷는다. 작곡가 채동선(1901~1953) 생가와 채동선 음악당이 자리하고 있고, 박기동(1917~2004) 시인의 ‘부용산’ 시비도 가까운 산자락에 세워져 있다. 거리는 21세기 벌교 주민들의 생활 속 공간이다. 개구리문구점과 동아책방, 보리점방 상호가 눈에 띈다. 마을기업으로 운영되는 ‘월파공방’과 통밀 빵을 파는 ‘모리씨 빵가게’는 벌교를 찾은 여행자들의 ‘핫 플레이스’이다.
옛 보성여관으로 가는 길, 삼화목공소에 발길이 멈췄다.
“사람 몸만 빼고 (목공소가) 다 타버렸소~!”
목수 왕봉민 어르신과 담소를 나누던 지인들이 기자에게 2021년 2월 발생한 화재를 알려준다. 천장에는 화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1941년 12월에 지어진 건물이 자칫 전소될 뻔 했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정경’(Scene)을 크게 틀어놓은 채 일을 하던 노목수는 미소를 짓는다. 벌교에 자부심을 갖는 주민들이 ‘태백산맥 문학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오봉산, ‘온돌문화’의 근간 구들장 채석과 용추폭포= 지난 2022년 4월에 보성군 득량면 오봉산 ‘구들장 채석지’가 국가등록문화재(제833호)로 지정됐다. 앞서 2021년 12월에는 오봉산 ‘구들장 우마차길’이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됐다. 보성 오봉산(해발 343.5m)은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구들장을 캤던 국내 최대 규모의 산지였다. 토박이들은 구들장 대신 ‘방(房)돌’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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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평저수지 둘레길 돌탑. |
칼바위 주차장에서 용추폭포까지는 1.3㎞ 거리. 용추폭포는 깊은 계곡 속에 가려져 있다. 계곡물가 바위를 조심스레 밟아가며 올라가면 용추폭포가 눈앞에 펼쳐진다. 힘든 산행을 보상해주는 대자연의 선물이 아닐까.
폭포 앞 암벽에는 통일신라시대 고운(孤雲) 최치원 선생의 한시가 새겨져있다고 구전으로 전해온다. 하지만 김희태 전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의 ‘보성 오봉산 용추동 암각문 조사자료’에 따르면 1924년 늦은 봄, 유산풍류(遊山風流)에 나선 유학자 회봉(晦峰) 안규용(1873~1959) 선생을 비롯한 일행 16명 이름이 한자로 새겨져있다.
또한 1935년 봄, 폭포를 찾은 임창주 등 6명의 이름도 별도로 새겨져 있다. 이들은 ‘용추에서 목욕하고/ 칼바위 바람 쐬고 돌아오니/ 벗을 부르는 봄바람 증점의 4월처럼 좋을시고’라는 시문을 함께 새겼다. 공자와 제자인 증점의 고사를 인용한 시문이다.
<>◇율포, 솔숲과 해수녹차탕, 책방의 어울림=율포의 첫 인상은 한 폭의 산수화다. 솔숲 사이로 너른 백사장, 푸른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율포 해수욕장에는 천혜의 백사장과 솔숲뿐만 아니라 ‘율포 해수녹차센터’와 콘도, 오토캠핑리조트, 펜션, 민박 등 다양한 편의·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문을 연 ‘율포 해수녹차센터’는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바닷물과 보성 찻잎을 우려낸 녹수를 융합한 전국 유일의 녹차해수탕이다.
푸른 바닷가에서 책을 읽는 여행자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율포에서는 상상이 이뤄진다. 해수욕장 동쪽 우암선착장 인근에 ‘율포 파랑책방’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안하게 자신의 일상을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습니다. 맨발걷기를 하다 다리 아프면 들어와 쉬었다 가기도 합니다.”
책방지기 김정남 전남도 문화관광해설사가 여행자를 반겼다. 어린이들이 색칠하며 놀 수 있는 책상도 따로 마련돼 있다. 한 사람당 1권을 대출해 책방 내부나 인근 해변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해양예술치유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책방 운영시간은 화~일요일(월요일 휴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월 율포에서 보성만의 서정적인 감성에 물들어보자!
/글=송기동 기자 song@·보성=김용백 기자
/사진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