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 퍼포머’ 박지혜 바이올리니스트 로봇과 협연 ‘화제’
2024년 06월 16일(일) 16:30
17~19일 ‘UN총회 메타버스 회의실’서 온라인으로 ‘2024 REVIVAL 컨퍼런스’공연
2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인공지능 소나타 11번’ AI 협연…“AI시대 예술도 준비를”

GIST 박지혜 겸직 교수.

AI 로봇 및 메타버스 기술을 클래식 연주에 접목한 ‘AI퍼포머’가 있다. 국내 최초로 세계적인 토크쇼 ‘TED’에 출연해 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예술가가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겸직교수·연세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박지혜 바이올리니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박 교수는 독일 칼스루헤 국립음대 및 동 대학원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타트업 (주)가치창조제이를 설립해 클래식 전용 혼합현실 공연장 ‘메타컬쳐센터’를 론칭하는 등, ‘AI 융복합 공연계’의 첨단에 서 있다.

박 교수는 17~19일 ‘2024 REVIVAL 국제 컨퍼런스’ 공연을 UN총회 메타버스 회의실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AI작곡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베토벤 AI소나타 11번’을 연주하고 12번 소나타는 초연한다. 올해 안에 AI기술을 접목한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며, ‘AI 총서’도 출간하려 한다.

광주 활동도 이목을 끈다. 2021년 광주디자인국제비엔날레 개막식에서 베토벤 미완성곡을 모티브로 창작한 ‘인공지능 소나타’를 AI 피아노와 협연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했던 단독공연 중 한 장면.
박 교수는 “우리 사회는 AI가 전례 없던 것까지 창조할 수 있는 생성형 AI시대에 도래했다”며 “인류가 AI 예술작품을 어떻게 활용하고 가치를 창조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고 운을 뗐다.

그는 직접 만든 AI 로봇(알파1프로) 100대와 함께 다양한 공연을 펼쳐 왔다.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코딩된 안무를 선보이는 로봇들의 군무는 장관을 연출한다.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LED 조명을 쏘는 로봇을 보면 한편으로 귀엽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박 교수는 자신의 피조물(로봇)을 ‘아이들’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곤 한다.

박 교수는 “AI, 메타버스 기술을 확장해 작년에는 ‘클래식 전용 메타버스 공연장’을 개발했고, 정식 공연장 등록까지 마쳤다”고 한다. 그는 ‘페스티벌-K클래식 360도’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스트리밍도 진행 중이다. AI 로봇들의 예술 향연을 360도 전방위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연이다.

만일 AI기술이 자의식을 갖고 행동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물었다. 박 교수는 “재미있는 질문인데, 챗GPT 4.0등 비약적인 인공지능 기술의 진보를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며 “애초에 설계를 잘해야겠지만 일단 전원 버튼부터 찾게 될 것 같다”는 위트 있는 답변을 들려줬다.

기술 혁신을 통해 성공가도를 달려온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코로나19 당시 무대도, 청중도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아트 퍼포머로서 ‘근간’이 흔들리는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위기를 겪고 나자 공연 실연 외에 이렇다 할 산업이 전무했던 ‘공연산업계’의 현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엔데믹 이후 새로운 예술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트테크’라는 활로를 개척했다. 이후 광주과학기술원 한국문화기술연구소에서 겸직 교수를 맡으며 기술 융복합 공연에 본격적으로 눈을 떴다.

202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식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와 AI 피아노가‘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1번’을 협연하고 있다. <박지혜 제공>
통합 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TED talks 강연에 대해서도 물었다. 10여 년 전 우연한 기회로 진행했던 강의 주제는 ‘당신의 삶을 연주하세요’. 바이올린이 예술의 수단에 그치지 않고 삶까지 탄주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박 교수는 “TED 강연을 진행하기 전에는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정형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의 삶을 살았다면, 강연 이후에는 과학기술에 천착하는 ‘예술 스토리텔러’로 바뀐 것 같다”고 했다.

한편 AI 기술 발전이 광주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박 교수는 “르네상스를 맞이한 K-POP 시대 이전에는 활황을 겪었던 K-클래식 시대가 존재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광주에서도 발전된 기술을 활용한 AI 공연들이 많이 등장하고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아트테크’란 구수한 장맛처럼, 오래 곰삭으며 제 가치를 발하는 것이다. 단기간 투자 등으로 광주가 아트테크의 성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예술계와 음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매개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가 AI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비발디 사계’ 전악장을 협연하고 있다. 당시 ‘세계 최장기간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콜라보 기록’를 목표로 공연을 펼쳤다.


한편 박 교수는 2011년 카네기홀 시즌 개막 주간에 한국인 최초로 독주회를 펼친 바 있다. 독일 정부로부터 세계 3대 명기로 손꼽히는 과르네리(바이올린)를 무상 지원받는 등, 다양한 예술 활동에 진력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박지혜의 음악채널’도 눈길을 끈다. ‘바이올린 배우기의 모든 것’이라는 테마로 메타버스 퍼포먼스, AI기술 등에 대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박 교수는 “앞으로도 AI 산업, 예술계, 학계 등을 오가며 융복합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며 “광주 클래식계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공연을 열린 마음으로 맞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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