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 - 변재원 지음
2024년 06월 14일(금) 00:00
100바퀴를 도는데 10분이면 충분한,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의 비좁은 공간을 과연 동물원이라 부를 수 있을까?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야윈 몸집 때문에 일명 ‘갈비 사자’라 불리던 바람이가 살던 곳은 폐업한 작은 동물원의 실내 사육장이었다. 언론을 통해 바람이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갈 곳 없는 바람이를 살린 곳은 충북 청주동물원이었다. 청주동물원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의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변재원 수의사는 이곳에서 김정호, 홍성현 두 수의사와 함께 300마리 동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동물도 사람도 행복한 동물원’을 꿈꾸는 변 수의사의 에세이 ‘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가 출간됐다. 아쿠아리움 진료 수의사와 동물병원 응급 수의사를 거치며 전시 중심의 동물 시설과 동물의 편안한 삶을 우선으로 하는 시설을 모두 경험하며 깨닫고 느낀 소회와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세계 각지의 야생에서 살던 동물이 어떻게 동물원의 동물이 되는지, 동물원 동물의 일반적인 삶이 어떤지, 동물원에서 병에 걸리거나 장애를 얻게 된 동물은 어떻게 되는지 등 우리가 몰랐던 동물원 속 이야기부터 길들여진 야생동물을 돌보는 일의 기쁨과 슬픔까지 담아냈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아직은 마음이 불편한 곳이더라도, 훗날에는 더 이상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이 내몰리지 않기를, 생명이 상품처럼 소모되지 않기를, 그러다 마침내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편안한 동물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영사·1만78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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