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배추에 수입산 고춧가루 김치 - 옥영석 농협식품 전무이사
2024년 06월 11일(화) 22:30 가가
동네에서 걸어 다닐 만한 거리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보쌈 회사가 있다. 모처럼 일찍 귀가한 날, 동료들이 즐겁게 식사했고 가볼 만한 곳이란 추천도 있어 산책 삼아 그 집에 가보기로 했다. 은근 차별화된 외양과 인테리어가 세련돼 보이는 게 여느 레스토랑 못지 않았지만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한 두 사람 와서 보쌈을 주문하기 부담스러울까봐 1인용 보쌈도 있으니 편하게 주문하라는 배려가 돋보였다. 프랜차이즈라고는 해도 이름난 기업에서 내오는 음식인데다 그것도 대표 메뉴이니만큼 기대를 가득 안고 보쌈정식을 주문했다. 보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갓 삶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 수육에, 무말랭이와 갖가지 양념이 푸짐한 김치가 먼저 생각난다. 그래서 이름도 그냥 김치가 아니라 보쌈김치가 아닌가.
그러나 10여 분 만에 식탁에 놓인 김치는 검붉은 빛깔이 도는 게 미심쩍은 데다 막상 먹어보니 아삭한 맛은커녕 물컹한 식감에, 양념은 있으되 심심하고 밋밋한 게 중국산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원산지 표시를 찾아보려고 했더니 메뉴판은 물론 사방을 둘러봐도 제품 홍보하는 포스터만 보인다. 이건 아니다 싶어 계산대 종업원에게 김치 원산지를 물었더니 잘 모른단다. 사람 좋은 표정으로 식당을 나왔지만 이쯤되면 한번 해보자는 건가 싶어 은근 오기가 발동했다. 식당으로 다시 들어가 지배인을 찾아 물었더니 배추는 국내산, 고추가루는 중국산이란다. 허 참~. 그렇다면 그 김치는 국내산인가? 수입산인가? 고춧가루가 비싸 원가를 줄일 고육책이라는 건 알겠지만 이름난 맛집에서 내는 그 국적불명의 김치에 뒷맛이 더 씁쓸해졌다.
오래전부터 아는 분의 이모님이 직접 지은 고춧가루를 몇 집만 싸게 판다며 선뜻 주소를 알려주었다. 절임배추를 사와 간수를 빼고 무, 홍갓, 쪽파는 채 썰고 배, 마늘, 양파, 생강, 새우젓, 까나리액젓에 찹쌀 풀을 쑤어 이틀을 꼬박 들여 김장을 했다. 처음 한 두 달은 김장김치가 먹을만 했다. 두 세 달이 지나면서 흐물흐물해지더니 나중엔 김치찌개를 끓여도 먹기가 어려울 만큼 물러져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원인이 뭔지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니 문제는 대충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보관 온도가 맞지 않아서라는데 김치냉장고에 들어가 있었으니 해당이 없을 터였고, 다른 하나는 소금이나 고춧가루 등 부재료의 문제였다. 소금에 덜 절이거나 염도가 높아도 배추가 물러지지만 희나리가 섞인 조악한 고춧가루도 배추를 무르게 해,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이 항산화제 역할을 함으로써 김치가 쉽게 물러지는 것을 방지하는데 백김치가 일반김치보다 쉽게 물러지는 건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아서라니, 고춧가루가 비싸다 해도 제값은 하는 셈인 것이다.
지난해 농식품부의 ‘김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상품 김치 70만 톤 중 수입 김치는 37%인 29만 톤에 달하며, 그중 99%는 중국에서 들어온다고 한다. 알몸으로 절임배추를 휘젓는 동영상을 벌써 잊었는지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식당의 74.7%가 중국산 배추김치를 쓰고 있단다. 이윤을 남기자고 하는 사업에 원가가 3배나 넘는 국산 김치를 쓴다는 게 어지간한 신념이 아니고서야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두 조사를 뒤집어 해석하면 우리는 집에서는 국내산을 먹지만 남에게는 수입산을 팔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도 국산 김치를 쓰는 집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주황색 배추 모양에 ‘100% 국산 배추김치’라고 표시된 식당을 찾으면 된다. 이는 김치협회와 외식업중앙회 등 민간단체가 100% 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외식·급식업소 등을 인증해주는 제도인데 다행히 우리 고장 전남에는 6000개가 넘는 인증업체가 있다니 식사하러 나설 때면 잘 찾아볼 일이다. 가격을 더 받을 수도 없으면서 비싼 김치를 쓰는 그 고집을 인정해준다면 소비자와 생산자, 소상공인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인이 뭔지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니 문제는 대충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보관 온도가 맞지 않아서라는데 김치냉장고에 들어가 있었으니 해당이 없을 터였고, 다른 하나는 소금이나 고춧가루 등 부재료의 문제였다. 소금에 덜 절이거나 염도가 높아도 배추가 물러지지만 희나리가 섞인 조악한 고춧가루도 배추를 무르게 해,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이 항산화제 역할을 함으로써 김치가 쉽게 물러지는 것을 방지하는데 백김치가 일반김치보다 쉽게 물러지는 건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아서라니, 고춧가루가 비싸다 해도 제값은 하는 셈인 것이다.
지난해 농식품부의 ‘김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상품 김치 70만 톤 중 수입 김치는 37%인 29만 톤에 달하며, 그중 99%는 중국에서 들어온다고 한다. 알몸으로 절임배추를 휘젓는 동영상을 벌써 잊었는지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식당의 74.7%가 중국산 배추김치를 쓰고 있단다. 이윤을 남기자고 하는 사업에 원가가 3배나 넘는 국산 김치를 쓴다는 게 어지간한 신념이 아니고서야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두 조사를 뒤집어 해석하면 우리는 집에서는 국내산을 먹지만 남에게는 수입산을 팔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도 국산 김치를 쓰는 집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주황색 배추 모양에 ‘100% 국산 배추김치’라고 표시된 식당을 찾으면 된다. 이는 김치협회와 외식업중앙회 등 민간단체가 100% 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외식·급식업소 등을 인증해주는 제도인데 다행히 우리 고장 전남에는 6000개가 넘는 인증업체가 있다니 식사하러 나설 때면 잘 찾아볼 일이다. 가격을 더 받을 수도 없으면서 비싼 김치를 쓰는 그 고집을 인정해준다면 소비자와 생산자, 소상공인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