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이름 기록하고 명예회복시켜야”
2024년 06월 10일(월) 00:00 가가
‘밀리환초 학살’ 등 추적 일본 사학자 다케우치 야스토씨
전남 출신 214명 등 218명 본적지·사망 일자·원인 등 밝혀내
일본 중·고생 위한 책도 발간 “강제징용은 국가폭력의 문제”
전남 출신 214명 등 218명 본적지·사망 일자·원인 등 밝혀내
일본 중·고생 위한 책도 발간 “강제징용은 국가폭력의 문제”
1945년 2월 발생한 밀리환초 학살은 남태평양 마셜제도에 강제 동원됐던 조선인들이 일본군의 식인(食人) 사건에 저항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이 학살로 인해 모두 55명의 조선인이 사망했고, 이들을 포함해 전쟁 중 밀리환초에 끌려가 세상을 떠난 218명 가운데 전남 출신은 214명에 달한다.
이 사건을 꾸준히 추적해온 일본인 강제동원연구자이자 사학자 다케우치 야스토(67)씨를 7일 일제강제동원시민 모임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케우치 씨의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218명 사망자 전체의 본적지와 사망 일자, 원인, 친권자 등이 밝혀졌다.
그는 일본인으로서 이 문제에 천착해온 데 대해 “단순히 한 나라와 관련된 사건이 아닌, 국가 폭력과 정의에 관한 문제이고 전체를 정확히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게 평화이고, 그 평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올바른 역사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광주시의회에서 ‘밀리환초 조선인 학살 사건’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던 그는 “피해자들을 아사 직전에 몰아넣고 인간의 육식을 먹게한 후 학살까지 한 역사가 은폐된 채 80년이 지났다”며 “전쟁의 피해와 진실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다면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일본군 육군비행부대와 군수공장이 있었던 하바마츠 출신인 다케우치 씨는 공습으로 3000여명 이상이 사망한 피해의 도시이자, 상대국을 폭격하기 위해 출격하는 비행부대가 있던 가해자의 도시에서 성장했고 조부모 역시 필리핀에 머무는 등 어려서부터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왔다.
그는 오랫동안 시즈오카현 등 전국의 탄광, 발전소 등 강제동원 현장을 방문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던 그는 1980년대 한일 교과서 문제와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이어진 위안부 증언과 재판, 일본재판지원단 결성과 시민단체들의 진상규명 활동 등을 접하면서 역사와 마주하게 됐다. 그는 탄광, 발전소을 직접 탐방해 기록한 ‘조선인강제노동’(전 4권)을 공동 집필했으며 ‘조선인의 강제 노동의 역사 부정을 묻다’도 펴냈다. 또 중고생들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집필한 책도 이와나미 서점을 통해 출간했다.
“이번에 명부를 제작하며 18살, 19살에 목숨을 잃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도 헤아려보게 되더군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곧 역사이고, 우리는 그 역사를 기록해야합니다. 보통 역사의 기록에서 개인은 사라져 버리는데 개인 개인의 삶이 모여야 바로 역사가 됩니다.”
그는 이번에 작성한 자료가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았던 ‘진짜 이름’을 정확히 기록해 역사에 남기고 명예회복을 시켜야 합니다. 또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온 광주전남 지역에서 규모와 상관 없이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한편 다케우치씨는 광주를 떠나기 전 시민모임 사무실에 보관중인 고(故)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이 남긴 방대한 자료를 살펴봤으며 8일에는 담양을 방문, 피해자 중의 한 명인 고(故) 김기만 씨의 조카 김귀남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그는 일본인으로서 이 문제에 천착해온 데 대해 “단순히 한 나라와 관련된 사건이 아닌, 국가 폭력과 정의에 관한 문제이고 전체를 정확히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게 평화이고, 그 평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올바른 역사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랫동안 시즈오카현 등 전국의 탄광, 발전소 등 강제동원 현장을 방문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던 그는 1980년대 한일 교과서 문제와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이어진 위안부 증언과 재판, 일본재판지원단 결성과 시민단체들의 진상규명 활동 등을 접하면서 역사와 마주하게 됐다. 그는 탄광, 발전소을 직접 탐방해 기록한 ‘조선인강제노동’(전 4권)을 공동 집필했으며 ‘조선인의 강제 노동의 역사 부정을 묻다’도 펴냈다. 또 중고생들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집필한 책도 이와나미 서점을 통해 출간했다.
“이번에 명부를 제작하며 18살, 19살에 목숨을 잃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도 헤아려보게 되더군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곧 역사이고, 우리는 그 역사를 기록해야합니다. 보통 역사의 기록에서 개인은 사라져 버리는데 개인 개인의 삶이 모여야 바로 역사가 됩니다.”
그는 이번에 작성한 자료가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았던 ‘진짜 이름’을 정확히 기록해 역사에 남기고 명예회복을 시켜야 합니다. 또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온 광주전남 지역에서 규모와 상관 없이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한편 다케우치씨는 광주를 떠나기 전 시민모임 사무실에 보관중인 고(故)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이 남긴 방대한 자료를 살펴봤으며 8일에는 담양을 방문, 피해자 중의 한 명인 고(故) 김기만 씨의 조카 김귀남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