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귀여운 수박과 작은 양파가 주는 웃픈 현실
2024년 06월 09일(일) 18:35 가가
이상기후로 과실·채소류 품질 하락…생산자도 소비자도 곤혹
농산물이든 어물이든 큰 것에 마음이 가고. 맛도 좋다는 것은 진리인 듯 하다. 10㎏에 달하는 수박을 수확해 다디단 속살을 입안 가득 머금었을 때나, 지름 9㎝ 이상의 양파를 캐 들어 보이며 자부심을 드러내 본 농부들이라면 여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가신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생전에 수박 같은 과일은 물론이고 갈치 같은 어물을 살 때 하나를 사더라도 제일 크고 실한 것을 샀다고 자랑하듯이 이야기하곤 했다. 작은 것 여러 개(마리) 보다 크고 실한 것 하나가 모양새가 나고 맛도 더 좋다는 인생의 경험을 전하면서 말이다.
얼마 전 수박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수박을 샀다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를 모호한 말을 들었다. 수박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이전이고 사과 한 알이 5000원에 달할 정도로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터라, 어쩔 수 없이 조그마한 것을 골랐다. 끈 수박 망에 담아 수박을 들고 집으로 오던 길에 한 초등학생이 “어머 귀여워라, 강아지처럼 생겼네”하는 것이다. 수박을 보고 귀엽다고 표현한 점과 강아지에 비유한다는 것이 특이했고 한편으론 놀랐다. 내 생각엔 그 아이는 수박의 작은 크기를 보고 귀엽다고 느꼈을 것이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떠올라 귀여운 강아지 같다고 했을 성 싶다.
실은 요즘 수박은 크든 작든 다 익었고 맛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수박의 숙성과 당도를 비파괴 당도 선별기 대신 AI 선별 시스템으로 선별해 출하하는 정도니 더 말을 해 무엇하겠는가.
채소류에 속하는 수박의 등급판정 때 농산물표준규격에 따른 수박의 크기 구분은 제일 큰 것 4L 11㎏이며 차례대로 1㎏씩 줄어 1L(8~9㎏), 중간 것인 M은 7~8㎏, S는 6~7㎏, 3S는 5.0㎏ 미만으로 점점 더 작아진다. 하지만 2.5㎏과 1.3㎏ 사이의 조롱수박 같은 ‘미니수박’도 팔리고 있고, 1인 가구의 증가로 아담한 크기의 애플수박도 인기가 높아 크기 구분은 실효성이 없어진 지도 이미 오래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밭에 심은 양파를 수확하면서 서운함과 서글픔이 교차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수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어서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예전과 달리 수확량이 조금인 데다 크기마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양도 크기도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모종 구매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확량이었다. 다만 겨울을 잘 참아내고 견디어낸 만큼, 작지만 단단하고 맛도 진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고 조금은 위안이 됐다.
무게로 크기를 따지는 대부분 과실이나 채소류와는 달리 유독 마늘과 양파는 무게에 더해 1구의 지름(㎝)을 등급판정을 위한 기준으로 삼는다. 과실의 횡경 기준(㎝)으로 크기를 구분하는 블루베리, 무게와 1개의 지름을 같이 사용하는 감귤과 매실의 예외가 있지만 말이다.
이 기준을 적용해 수확한 양파를 살펴보니 2L(9㎝ 이상)·M(6~8㎝)인 것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이 S(6㎝ 이하)였고 3㎝에 못 미치는 것도 허다했다. 농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탓이겠지만 크기만 볼 때 이러한 실망스러운 점수를 받으니 서글프기까지 했다.
요즘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과실이나 채소류의 품질이 좋지 않다. 이에 따라 가격이 치솟아 농가는 물론 소비자도 곤혹스럽다. 작은 크기에도 비싸게 살 수밖에 없어서다. 크기에 따라 맛이 차이 나는 시대는 아닐지언정 큰 것이 좋고 맛있다는 통념이 여전한 만큼 크고 맛있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 농부의 책무와 그에 따른 자부심을 품고 농사에 임해야 하는 농부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그리고 귀여운 수박과 조그마한 양파에 ‘웃픈’(뭔가 웃을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혹은 오히려 울고 싶은 상황)것은 나뿐인 걸까.
/bigkim@kwangju.co.kr
그런데 며칠 전에는 밭에 심은 양파를 수확하면서 서운함과 서글픔이 교차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수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어서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예전과 달리 수확량이 조금인 데다 크기마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양도 크기도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모종 구매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확량이었다. 다만 겨울을 잘 참아내고 견디어낸 만큼, 작지만 단단하고 맛도 진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고 조금은 위안이 됐다.
무게로 크기를 따지는 대부분 과실이나 채소류와는 달리 유독 마늘과 양파는 무게에 더해 1구의 지름(㎝)을 등급판정을 위한 기준으로 삼는다. 과실의 횡경 기준(㎝)으로 크기를 구분하는 블루베리, 무게와 1개의 지름을 같이 사용하는 감귤과 매실의 예외가 있지만 말이다.
이 기준을 적용해 수확한 양파를 살펴보니 2L(9㎝ 이상)·M(6~8㎝)인 것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이 S(6㎝ 이하)였고 3㎝에 못 미치는 것도 허다했다. 농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탓이겠지만 크기만 볼 때 이러한 실망스러운 점수를 받으니 서글프기까지 했다.
요즘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과실이나 채소류의 품질이 좋지 않다. 이에 따라 가격이 치솟아 농가는 물론 소비자도 곤혹스럽다. 작은 크기에도 비싸게 살 수밖에 없어서다. 크기에 따라 맛이 차이 나는 시대는 아닐지언정 큰 것이 좋고 맛있다는 통념이 여전한 만큼 크고 맛있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 농부의 책무와 그에 따른 자부심을 품고 농사에 임해야 하는 농부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그리고 귀여운 수박과 조그마한 양파에 ‘웃픈’(뭔가 웃을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혹은 오히려 울고 싶은 상황)것은 나뿐인 걸까.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