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꽃처럼 피워 주변을 시꽃으로 밝히고 싶습니다”
2024년 06월 07일(금) 11:50
조선의 시인, 시 최근 전문 문예지 ‘시꽃피다’ 창간
‘말만 할 줄 알면 시 쓸 수 있다’ 모토…신인 발굴 계획

문예지 ‘시꽃피다’ 창간호

최근 발표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43에 불과하다.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점점 책을 읽지 않는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일반 독서 외에도 시를 읽는 독자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시 전문 문예지를 창간한 이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조선의 시인. 그는 지금까지 시를 부지런히 쓰고 시 관련 창작 강의를 전문으로 해왔다. 충분한 역량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시 전문지 ‘시꽃피다’를 창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고개부터 갸웃거려졌다. 활자문화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마당에 지역에서 시 전문지를 창간한다는 것은 여간한 결심 없이는 힘든 일일 터였다.

“맞습니다. 요즘은 시를 읽지 않는 시대입니다. 시에 대한 낭만과 서사가 시대적 기호에 밀려 이제 시는 대중보다는 시인들을 위한 시가 되었습니다. 문예지를 만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다 말리더라구요. 경기도 좋지 않은데 굳이 일거리를 만드냐는 거였지지요. 하지만 십시일반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마음을 합하고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깃발을 올렸습니다.”

간혹 시를 매개로 한 강좌, 수상 소식 등을 전해오던 터라 이번에도 그런 이야기려니 싶었다. 그런데 문예지를 만든다며 한번 해보겠다며 조 시인은 마치 남의 일 말하듯 이야기를 꺼냈다.

시 전문지 ‘시꽃피다’를 창간한 조선의 시인는 “시를 꽃처럼 피워 주변을 시꽃으로 밝히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가 광주 등 여러 곳에서 시창작 강의를 하는데요, 기성 시인들도 계시고 몇십 년 전에 읽고 쓴 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마추어 분들도 있지요. 사실 기성 시인들은 각종 문예지에 참여할 기회가 있지만 아직 등단하지 않은 선생님들은 발표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추어도 하면 된다는 용기와 기회를 드리고 싶어 문예지를 창간하게 됐습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제호 ‘시꽃피다’가 멋있다, 시적이다 했더니 “시를 꽃처럼 피워 자신과 주변을 시꽃으로 밝히자는 취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무슨 일을 하든 꽃을 피운다는 마음으로 하면 안 될 일이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런 마음이면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시인은 “좋은 시란 매끄럽게 잘 쓴 시가 아니라 좀 거칠고 투박해도 새로운 관점에서 발견하고 해석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만 할 줄 알면 시를 쓸 수 있다’를 모토로 삼고 있다고 했다. 결국 “시는 자기 해부이면 자신과의 갈등에 대한 화해”라는 것이다.

일단 닻을 올렸으니 중요한 것은 지속성일 것이다. 한두 해 발간하고 그칠 일이면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또한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기존의 문예지가 발간되고 있는 이상, ‘시꽃피다’만의 차별성을 지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제 출발하는 데 다른 문예지와 변별성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다른 무엇보다 시를 통해 경쟁사회를 쫓기듯 살아가는 무력함을 벗어버리고자 의기투합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인들이 싱싱한 날것 같은 심상을 문예지를 통해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등단한 시인들도 그런 습작 과정을 거쳐 지금은 당당하게 각종 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창간호에는 가급적 기성시인보다는 아마추어를 대거 참여시켰다. 등단 5년 미만이나 처음으로 발표하는 예비 시인들을 위해 지면을 할애했다.

조 시인은 창간을 계기로 광주, 전주, 대전, 서울 등지에서 무료 특강을 계획하고 있다. 시에 관심있는 이들이 오기 때문에 잠재적 능력을 발견하고 서로 깨워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를 쓰고, 강의를 하고, 문예지를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등등 바쁠 텐데 더 바빠질 것 같다는 말에 그는 “그럼에도 하루 종일 생각의 점유율은 시상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며 “시에 대한 몰입은 최고의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시로 채워져 있는 듯했다. 강의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수강자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도움과 영감을 받고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향후 계획을 물었더니 그는 1년에 2번 정도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회원 상호 간의 시상을 교환하고 우의를 돈독하게 다질 생각이라고 했다.

“‘시꽃피다’는 때로는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 때문에 상처 받아도 결국 시가 만나야 할 궁극적인 대상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꽃피는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편 조 시인은 농민신문신춘문예 당선, 기독신춘문예 당선, ‘미션21’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상상인 작품상, 송순문학상, 김만중문학상, 거제문학상, 신석정촛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아직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 외 8권 시집과 ‘생명의 시 1~6’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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