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걸어간 우주로의 여정
2024년 05월 30일(목) 21:10
유쾌한 천문학자들 - 이광식 지음
“우리가 별의 형태, 별까지의 거리, 별의 크기, 별의 움직임을 알아낼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모든 것을 가지고 풀려고 해도 절대 해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가 있다. 그것은 별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프랑스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1798~1857)는 1844년 ‘머나먼 별의 성분을 아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1859년 독일 물리학자 구스타프 키르히호프(1824~1887)가 분광기를 활용한 태양광 스펙트럼 연구를 통해 태양과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의 성분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그가 거래하던 은행 지점장은 ‘태양에 아무리 금이 많아도 지구에 갖고 오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비아냥 거렸다. 훗날 분광학 연구 업적으로 대영제국 메달과 금화를 상금으로 받은 키르히호프는 은행지점장에게 금화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소, 태양에서 가져온 금이요!”

국내 대표적인 천문학저술가 이광식 씨는 최근 펴낸 ‘유쾌한 천문학자들’ 머리말에서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주에 관한 모든 지식은 최소한 지난 1만 년동안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일구어낸 결실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에피소드로 읽는 천문학의 역사’라는 부제를 붙인 신간은 메소포타미아 평원에서 현대의 별자리 원형을 만든 양치기들부터 블랙홀을 연구한 스티븐 호킹에 이르기까지 33편의 천문학자 이야기를 통해 장대한 천문학의 역사를 펼쳐보인다.

저자는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우주관을 보여주는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Nebra Sky Disc) 유물을 비롯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우주관을 들려준다. 탈레스는 ‘물’을, 피타고라스는 ‘수’(數)를 만물의 근원인
일찍이 고대 그리스에서 주창됐던 지동설은 1700여 년이 지나서야 정설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튀코 브라헤와 요하네스 케플러를 사로잡았던 1577년 대혜성. /출처 위키피디아
‘아르케’(Arche)로 여겼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천동설을, 한 세대 뒤 인물인 아리스타르코스는 지동설을 주창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막대기와 각도기만으로 지구의 크기를 측정했다.

저자는 코페르니쿠스와 튀코 브라헤, 요하네스 케플러,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을 통해 신(神)을 중시하던 중세 암흑기에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뀌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아리스타르코스 이후 1700여 년이 지나서야 ‘지동설’이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저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찬드라 세카르, 조르주 르메트르, 에드윈 허블, 스티븐 호킹 등 현대 천문학자들과 함께 독자들을 ‘빅뱅’(대폭발)과 블랙홀, 암흑에너지 등 끝없는 우주의 심연으로 이끈다. 현대 우주론은 어렵지만 흥미롭다. ‘분광기의 윌리엄 허셜’로 평가받은 마거릿 허긴스와 암흑물질의 증거를 발견한 베라 루빈, 노벨상 수상을 앞두고 타계한 헨리에타 리비트 등 여성 천문학자 일화도 눈길을 끈다.

독일 천문학자 올리히 뵐크는 “철학이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다면, 천문학은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다”고 했다. 지구가 우주중심이라는 ‘지동설’과 태양계가 은하계 중심에 있다는 우주론은 코페르니쿠스와 할로 새플리 등 천문학자들에 의해 뒤바뀌었다. 현재도 우리는 우주의 실체를 여전히 모른다. 현재 이론은 언제든 뒤집어 질 수 있다. 앞으로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서 있었던 뉴턴같은 이들이 필요한 까닭이다.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천문학 역사를 따라 장대한 우주여행을 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우리는 어버이 별에게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들”이라며 눈을 들어 별을 볼 것을 강조한다.

“오늘밤 바깥에 나가 하늘의 별을 보라. 저 아득한 높이에서 반짝이는 별들에 그리움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 우주적인 사랑을 품은 사람이다.”

<예술과마을·1만95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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