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떠오르는 지난날 ‘재현과 위로’
2024년 04월 25일(목) 19:00
함평군립미술관, 6월2일까지 기획특별전…임남진·허수영 등 참여

노여운 작 ‘기다리다’

누구나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문득문득 지나온 날들을 떠올릴 때가 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기억, 또는 추억이라고 한다. 기억이든 추억이든 예전의 시간을 생각 속에 소환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그 기억은 온전히 동일할 수는 없다. 일테면 장면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밀하게 기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현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재현은 경험을 다시 생각해내는 것이 본질이므로, 재현의 주체는 새롭게 그것을 재구하거나 심미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함평군립미술관에서 오는 6월 2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특별 기획전 ‘재현과 위로’는 재현을 매개로 위로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에서는 노여운, 임남진, 허수영, 황선태 작가의 작품 50점을 만날 수 있다. 그림은 저마다 주위의 풍경과 일상을 잔잔하게 떠올릴 수 있는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노여운 작가의 ‘기다리다’는 유년의 기억 속에 드리워진 도심 주변부의 오래된 주택을 담았다. 녹슨 철제 옥상 난간과 그 녹빛과 닮은 대문, 사각형의 좁은 불투명한 창문 등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치 오래된 집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작가가 ‘기다리다’로 표제를 삼은 것은 그런 의도인지 모른다.

한지에 채색을 한 임남진 작가의 ‘나는 너는’은 아련한 정취와 그리움을 환기한다. 미명의 새벽 같기도 한 시간, 건물 사이로 아스라이 보이는 해(달)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몇 가닥의 전깃줄이 드리워진 허공 사이로 점점이 앉아 있는 새들은 적요하면서도 정밀한 풍경을 닮았다. 새가 이편을 보는 것인지, 이편이 새를 보는 것인지, 보는 방향에 따라 상이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사계절의 풍경을 겹쳐 그린 허수영 작가의 그림은 내면에 드리워진 알 수 없는 깊이를 보여주는 것 같고, 황선태 작가의 작품은 실내 공간에 놓인 사물과의 관계를 빛으로 구현한다.

한편 이태우 관장은 “4명 작가들의 작품은 저마다 다른 관점과 색으로 지나온 날들 또는 현재의 시간을 초점화하고 있다”며 “따뜻하면서도 잔잔한 감성을 통해 재현과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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