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혈맥을 새로 잇다] 수탈과 소외의 역사 털어내고 서남권 랜드마크로 우뚝 선다
2024년 04월 16일(화) 19:45 가가
3. 목포역 노후역사 개선·시설 재배치
1913년 탄생 일제 수탈 슬픔과 한 간직한 역사
국가 역량 경부라인에만 쏟아부어 쇠락의 길
1979년 신축한 현 건물 2004년 전면부 리모델링
전남도·목포시 역사 개량 지속 건의 국가 예산 반영
내년까지 설계 공모 거쳐 2026년 착공 2028년 완공
1913년 탄생 일제 수탈 슬픔과 한 간직한 역사
국가 역량 경부라인에만 쏟아부어 쇠락의 길
1979년 신축한 현 건물 2004년 전면부 리모델링
전남도·목포시 역사 개량 지속 건의 국가 예산 반영
내년까지 설계 공모 거쳐 2026년 착공 2028년 완공
목포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 1897년 10월 1일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항구를 열었고, 개항장에는 주로 일본인들이 북적였으며, 이후 도시로 성장해갔다. 간척과 매립으로 면적이 커가고, 도로·철도·수도·전기·하수 등 근대 기반시설들이 호남에서 가장 먼저 설치되었다. 학교·은행·법원 등이 들어서면서 근대 문명의 혜택을 보려는 조선인 인구도 급증했다. 1936년 발간된 ‘목포부세일반’에 따르면 1935년 목포의 인구는 5만9046명(조선인 4만9967명, 일본인 8836명)으로, 광주를 능가했다. 1910년(1만655명) 인구를 감안하면 5.5배 성장한 것이다.
먼저 개항했던 부산, 인천, 원산 등에 이어 조선 4대 항구 도시였고, 해방 이후 인구 10만명을 넘어서 6대 도시에도 들어갔었다. 하지만 개항과 함께 찾아온 목포의 전성기는 정부의 산업·경제 정책에서 소외되면서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수심이 얕아 대규모 무역항이 되기에는 부적합했고, 기반시설은 일제강점기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1970년 이후 정부가 부산항과 수도권이 거점이 되는 경부라인에 모든 국가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목포와 함께 호남도 서서히 쇠락해갔다.
번번한 산업단지 하나 갖지 못했던 목포는 1990년대 들어서 화학·철강·조선 등 전남에 설치된 국가기반산업의 혜택도 받지 못하면서 여수·순천·광양 등 전남 동부권 도시에도 뒤처지는 신세가 되었다. 비수도권 도시 가운데 가장 면적이 좁아 새로운 성장·발전의 모맨텀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포는 조금씩 인구가 증가하는데 그쳤고, 지난 2000년(24만5492명)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 2월 말 현재 21만3659명으로 이제 20만명도 위협받고 있는 처지다.
전남 서부권의 거점이자 호남선의 종착역인 목포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001년 서해안고속도로(340.8㎞) 개통, 2005년 11월 전남도청 남악 이전, 2007년 11월 무안국제공항 개항, 2015년 호남고속철도 1단계(충북 오송~광주송정) 운행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이다. 2016년 5월에는 목포 최초의 산업단지인 대양산단이 준공되면서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여건도 마련했다.
목포, 그리고 호남선의 상징은 무엇보다 목포역이다. 1913년 5월 첫 영업을 시작하며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린 목포역은 오랜 기간 구도심에 자리하면서 전성기를 이끌었다. 호남선의 종착역인 그 역사적인 배경 탓에, 그리고 느리고, 미흡하고, 불편했던 시설로 인해 지역민들에게는 슬픔, 한, 차별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초기 목포역 건물은 철거되고 1979년 신축된 현재 역 건물은 2004년 상·하행이 가능한 복선화가 마무리되면서 전면부를 일부 리모델링한 것이다.
호남선(경목선)은 경인선, 경부선, 경의선 등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거의 모든 철도가 일제와 서구 열강의 손아귀에 떨어지기 시작했던 1898년 약소국 조선의 왕 고종은 경목선만은 직접 설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차관마저 거부한 유일한 노선이다. 재정난 속에 조선 정부는 1904년 조선인 서오순에게 부설권을 인가했으며, 일제 통감부가 설치된 엄혹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이 중심이 되어 1909년까지 호남철도 부설 운동을 이어나갔다.
일제는 중국 대륙 침략, 일본 본토와의 최단거리 연계 등을 위해 경부선을 1905년 개통시킨 뒤 이를 중심으로 철도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전을 거점으로 설정해 호남선을 경부선의 지선으로 만든 일제는 강제 수탈 대상인 호남·충청지역을 운행하는 호남선에 대해서는 단선 체제를 고수한 반면, 군사·정치적 목적으로 설치한 경부선은 서둘러 복선화를 마무리하는 등 차별했다. 이 같은 시스템은 대일 무역 증가, 영남권 중심 산업화 정책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해방 이후에도 이어졌다.
경부선에 비해 15년 늦은 2025년 말 호남고속철도 2단계(광주송정~목포) 개통을 앞두고 있는 한국철도공사는 뒤늦게 목포역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 사업을 단행하기로 했다. 전남도가 목포시와 함께 지난 2022년부터 수차례 국회를 비롯한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에 대합실 등 시설이 협소한 노후 역사 개량을 지속 건의해 예산 490억 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2023년 11월 투자 심의 및 이사회 결정을 거쳐 올해부터 2025년 말까지 설계 공모, 실시 설계 등을 거쳐 2026년 1월 착공해 2028년 완공할 예정이다. 아쉽게도 2단계 개통 이후 공사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현재 위치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노선 위에 새롭게 지어지는 목포역사는 고객 편의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호남선 종착역이자 남해선의 시작역인 서남권 거점역의 위상을 고려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신축될 예정이다. 지난 3월 국내 10여 개의 건축업계가 목포역을 현장답사했으며, 설계공모 당선작은 5월중 결정된다.
오는 2028년까지 1200억 원을 투입해 목포역 철도시설을 전면 재배치하는 사업도 올해 시작된다. 2024년 말 남해안선 목포~보성 구간 전철화 사업이 마무리되고, 2025년 말 호남고속철도 2단계가 개통되면 노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궤도를 재배치하면서 착·발선 기존 6개선에서 8개선으로 늘리고, 준고속열차(EMU-200) 통합 정비고를 신설하는 등 시스템을 보강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존 목포역이 호남선, 남해선 등 수도권과 영남권으로의 출발역이라는 높은 상징성에 비해 역사가 오래되고 좁은 것이 사실”이라며 “동북아 해양시대 글로벌 관문, 철도·도로·해양 진출 기점인 목포역의 역사적·지리적 상징성을 높이고 서남권 거점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목포역은 최근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주말 1만 명 이상이 찾고 있다. 하지만 목포역 내부는 좁아 앉을 장소조차 없고 편의시설도 크게 미흡했다. 역사는 낡아서 더이상 수리·보수가 불가능할 정도였으며, 광장·주차장 역시 비좁아 지역민은 물론 외지인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에서 여행을 왔다는 정영길(70) 부부는 “목포역이 이렇게 왜소할 지는 미처 몰랐다”며 “앞으로 관광객들은 더 늘어날텐데 역에 머무를 공간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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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 종착역 기념석. |
목포, 그리고 호남선의 상징은 무엇보다 목포역이다. 1913년 5월 첫 영업을 시작하며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린 목포역은 오랜 기간 구도심에 자리하면서 전성기를 이끌었다. 호남선의 종착역인 그 역사적인 배경 탓에, 그리고 느리고, 미흡하고, 불편했던 시설로 인해 지역민들에게는 슬픔, 한, 차별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초기 목포역 건물은 철거되고 1979년 신축된 현재 역 건물은 2004년 상·하행이 가능한 복선화가 마무리되면서 전면부를 일부 리모델링한 것이다.
호남선(경목선)은 경인선, 경부선, 경의선 등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거의 모든 철도가 일제와 서구 열강의 손아귀에 떨어지기 시작했던 1898년 약소국 조선의 왕 고종은 경목선만은 직접 설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차관마저 거부한 유일한 노선이다. 재정난 속에 조선 정부는 1904년 조선인 서오순에게 부설권을 인가했으며, 일제 통감부가 설치된 엄혹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이 중심이 되어 1909년까지 호남철도 부설 운동을 이어나갔다.
일제는 중국 대륙 침략, 일본 본토와의 최단거리 연계 등을 위해 경부선을 1905년 개통시킨 뒤 이를 중심으로 철도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전을 거점으로 설정해 호남선을 경부선의 지선으로 만든 일제는 강제 수탈 대상인 호남·충청지역을 운행하는 호남선에 대해서는 단선 체제를 고수한 반면, 군사·정치적 목적으로 설치한 경부선은 서둘러 복선화를 마무리하는 등 차별했다. 이 같은 시스템은 대일 무역 증가, 영남권 중심 산업화 정책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해방 이후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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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역은 지난 1913년 5월 첫 영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건물은 지난 1979년 그 자리에 신축한 것이다. |
현재 위치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노선 위에 새롭게 지어지는 목포역사는 고객 편의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호남선 종착역이자 남해선의 시작역인 서남권 거점역의 위상을 고려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신축될 예정이다. 지난 3월 국내 10여 개의 건축업계가 목포역을 현장답사했으며, 설계공모 당선작은 5월중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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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을 대표하는 목포역은 비좁고 편의시설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는 2026년 상반기 새 역사 공사에 들어가 2028년 완공할 예정이다. |
전남도 관계자는 “기존 목포역이 호남선, 남해선 등 수도권과 영남권으로의 출발역이라는 높은 상징성에 비해 역사가 오래되고 좁은 것이 사실”이라며 “동북아 해양시대 글로벌 관문, 철도·도로·해양 진출 기점인 목포역의 역사적·지리적 상징성을 높이고 서남권 거점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목포역은 최근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주말 1만 명 이상이 찾고 있다. 하지만 목포역 내부는 좁아 앉을 장소조차 없고 편의시설도 크게 미흡했다. 역사는 낡아서 더이상 수리·보수가 불가능할 정도였으며, 광장·주차장 역시 비좁아 지역민은 물론 외지인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에서 여행을 왔다는 정영길(70) 부부는 “목포역이 이렇게 왜소할 지는 미처 몰랐다”며 “앞으로 관광객들은 더 늘어날텐데 역에 머무를 공간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