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리다
2024년 04월 15일(월) 20:00
‘4·16’ 10주기…유가족·활동가 등 활동 담은 ‘기억의 공간…’
10인의 작가 집필…“‘기억의 방’은 한 아닌 새살 돋는 신생의 방”

2022년 송내도서관 세월호 추모 행사에 참여한 누리. ⓒ가온누리가족

‘4·16’.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4·16세월호 참사는 가장 슬프고 뼈저린 고통 가운데 하나다. 생때같은 자식들이 망망한 바다에 수장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부모들의 심정은 필설로도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4·16이 돌아왔다. 바로 10년 전 우리는 대한민국의 안전이 ‘수장’되는 끔찍한 사고를 생생하게 그리고 무참하게 지켜봐야 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얼마나 더 안전한 사회로 변화됐을까. 많은 생명들을 잃었지만 여전히 안전불감증의 문화는 별반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올 거라고, 그때만 해도 구조될 거라고 믿었어요. 아이들이 어딘가에 모여서 잘 있가다 기적처럼 올 거라고…. 촛불을 들고 간절하게 마음을 모으면 아이들이 모두 돌아올 줄 알았어요 단원고에 모인 촛불이 화랑유원지로 모이고 그 다음에 안산문화광장으로 이어졌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기억과 추모, 연대를 매개로 약속을 실천해가는 이가 있다. 안산지역에서 ‘기억과 약속’을 실천하고 있는 고명선 씨다. 고 씨는 지난 2017년 4·16기억저장소에서 펼쳐졌던 4·16민주시민교육원 1기 수료생이다.

고 씨처럼 그날의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희생된 아이들 영혼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고, 살아있는 이들도 더 이상 무참한 사고로 안타까운 희생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이들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팽목항 선착장에는 어린이와 시민들이 4656장의 타일을 연결해 꾸민 기억의 벽이 있다. ⓒ신정임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한겨레출판)는 기억의 공간을 모티브로 다양한 각도에서 안전사회를 위해 활동을 전개해 온 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기억을 담은 공간’, ‘기억을 품은 사람들’이라는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책은 지난 10년의 시간을 거쳐 온 기억의 역사다.

책에서는 생존자를 비롯해 유가족, 활동가, 가족협의회, 봉사단, 416합창단 단원, 4·16기억저장소 소장,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대표 등 다양한 사람들의 활동과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세월호 제주기억관. ⓒ장태린
이번 책을 발간하기 위해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의 기획으로 송경동 시인이 여러 분야 구술, 인터뷰활동을 해온 10인의 작가를 모았다.

작가들의 면면은 이번 책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노동인권 활동가 박내현, ‘기록되지 않은 노동’의 공저자 변정윤, 르포 작가 진정임, 기록 노동자 희정 등 10명의 작가가 ‘안전사회’를 향한 열망으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들이 만난 인터뷰이들 또한 지나온 10년을 성실히 증언했다. 위에서 언급한 ‘기억과 약속’을 실천하는 고명선 씨는 지금의 활동을 하는 것은 “나만의 애도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억교실에 오신 분들이 ‘미안하다. 미안하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 그렇지만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는 글을 많이 남긴다고 했다.

목포 신항에서 자원 활동을 하는 시민 김애숙 씨는 유가족과 보낸 시간, 그들과 한 약속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새해 첫날, 추석 전날 상차림을 준비하면서 하루 속히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고대한다. 그는 “부모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라며 “다 내 자식 같고, 나는 부모니까”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단원고 4·16기억교실은 희생된 학생과 교사를 기리기 위한 기념관이다. 참사 당시를 고스란히 복원한 2학년 교실과 교무실은 먹먹함을 준다. 기록관리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온 이은화 씨는 책상 위의 낙서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글, 사진, 책 등이 기록에 포함되는데 공간을 기록으로 상정하는 것은 “기억교실이 세월호참사를 모르는 학생들이 와서 배워가는 그런 공간으로 계속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에는 지난 10년의 유가족, 활동가들의 사진도 선별해 수록하고 있어 그간의 세월을 가늠할 수 있다. 기억의 공백을 의미있게 메우려는 시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면 세상은 더 위험해질 것입니다. 10년 뒤에는 우리가 지닌 기억의 힘으로 세상은 더 안전해졌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훈 작가는 추천의 글에서 “‘기억의 방’은 한을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고, 상처가 아문 자리에 새살이 돋아나는 신생의 방이다”고 언급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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