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76주년 - 송기동 예향부장
2024년 04월 02일(화) 00:00 가가
제주의 4월 봄빛은 찬란하지만 한편으로 가슴을 아리게 한다. 몇 해 전 ‘다크 투어리즘’ 취재를 위해 제주 4·3유적지를 찾았을 때 가슴 아픈 풍경을 여러 곳에서 만났다.
우선 제주 4·3평화공원내 상징조형물인 모녀상 ‘비설(飛雪)’과 조천읍 북촌 너븐숭이 4·3기념관 앞 ‘애기무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모녀상은 1949년 1월 6일, 토벌대를 피해 피신하던 중 봉개동 거친오름 눈보라 속에서 희생된 25살 어머니(변병생)와 두 살배기 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북촌리에서는 같은 해 1월 17일, 토벌대에 의해 남녀노소 400명 이상이 한날한시에 희생됐다. 현기영 작가의 중편소설 ‘순이삼촌’(1978년 발표)의 모티브가 됐던 집단학살 사건이다. 기념관앞 무덤 20여기 가운데 8기 이상이 이때 학살된 어린이 무덤이라고 한다. 무덤가에는 과자와 인형이 놓여 있었다.
또한 제주 4·3평화공원에는 ‘행방불명 희생자 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4·3 이후 대전과 호남, 영남지역 형무소로 이송된 뒤 행방불명된 제주도민 3913명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이들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경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모두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는 ‘백조일손지지(百祖一孫之地)’ 비가 있다. 132위의 시신을 제대로 수습할 수 없어 ‘백 할아버지의 한 자손’이라는 명칭을 붙이며 통한(痛恨)의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유가족들의 심정이 오롯이 담겨있다.
제주 4·3 사건이 76주년을 맞았다. 제주 창천초등학교 학생들은 최근 4·3을 기리는 현수막 문구 ‘을큰허게(안타깝게) 간 소중한 생명, 아름답고 따뜻한 평화로 피어나리’를 제주어로 제작해 정문에 게시했다. 오늘 광주 광산구 광산문예회관 광장에 제주 4·3 희생자를 기억하는 조형물 ‘민중의 힘’(작가 강문석)이 세워진다. 육지에 설치되는 최초의 4·3조형물이다. 전국적으로 4·3을 추모하고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마치 피어나는 동백꽃을 연상케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4·3 희생자들의 원통함을 푸는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해야 할 것이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우선 제주 4·3평화공원내 상징조형물인 모녀상 ‘비설(飛雪)’과 조천읍 북촌 너븐숭이 4·3기념관 앞 ‘애기무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모녀상은 1949년 1월 6일, 토벌대를 피해 피신하던 중 봉개동 거친오름 눈보라 속에서 희생된 25살 어머니(변병생)와 두 살배기 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북촌리에서는 같은 해 1월 17일, 토벌대에 의해 남녀노소 400명 이상이 한날한시에 희생됐다. 현기영 작가의 중편소설 ‘순이삼촌’(1978년 발표)의 모티브가 됐던 집단학살 사건이다. 기념관앞 무덤 20여기 가운데 8기 이상이 이때 학살된 어린이 무덤이라고 한다. 무덤가에는 과자와 인형이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