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고 스토리 - 에비타니 사토시 지음·류지현 옮김
2024년 03월 31일(일) 16:10
‘혁신의 아이콘’ 레고에서 경영과 창의성을 배우다
레고 그룹 회장 요안 비 크눗스토프가 레고 블록이 가진 ‘가능성’을 체감하도록 할 때 선보이는 프리젠테이션이 있다. 노란색 4종류, 빨간색 2종류의 레고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청중에게 나눠주고 60초 안에 이를 모두 사용해 ‘오리’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결과물을 함께 보며 사람들은 놀란다. 각기 다른 오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레고는 인간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사고방식을 도출하고 발굴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이론상으로 2x4 레고 볼록 2개를 조합하면 24종류, 3개로는 1060 종류의 형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6개로는 약 9억 종류의 형태가 가능하다. 그래서 참가자들 사이에서 완전히 같은 오리가 만들어 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본 저널리스트 에비타니 사토시가 쓴 ‘더 레고 스토리-장난감 브랜드, 혁신의 아이콘이 되다’는 장난감과 테마파크를 넘어 영역을 확장중인 레고의 브랜드 파워와 원동력을 분석한 ‘위대한 장난감 왕국 보고서’다. 숱한 도전을 이겨낸 레고의 생존법칙은 경영 전술의 지침서이자 무한 경쟁의 시대, 개인들이 독창적인 창의력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전세계적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레고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저자는 덴마크 레고 본사를 비롯해 세계 각지의 현장을 다니며 경영진, 과거 직원 등 수많은 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제조현장, 조직문화 등을 세세히 살펴 책을 엮었다.

여러가지 플라스틱 블록으로 구성된 레고가 창의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도구라는 건 많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혁신 기업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대학 시절부터 레고 마니아였다. 구글의 로고 4가지 색상 중 빨강, 파랑, 노랑은 레고의 기본 블록에서 착안했으며 세계 각 지역 사무실에 레고를 비치하고, 레고를 사용한 직원워크숍을 연다. 2000년대 이후 레고는 사회 인재 개발을 위한 창의력 툴로 주목받고 있다. 본인의 경험을 레고로 표현하는 교재 활용, 팀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드는 워크숍 등 레고는 곳곳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1932년 덴마크 서부 빌룬에서 목수였던 창업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목재 완구를 제조·판매하면서 출발한 레고그룹은 현재 9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장난감 브랜드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위기는 또 다른 출발이 됐다. 1980년대 레고 블록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누구나 비슷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고, 디지털화 바람까지 불면서 레고는 휘청였지만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탄탄한 커뮤니티를 활용하고, 명확한 존재 의의를 세우는 전략으로 부활했다.

저자는 “블록 놀이를 통해 기를 수 있는 논리력과 창의력은 질서와 혼돈 그 자체다. 레고가 인간 본연의 능력을 이끌어 내는 도구로 주목받는 것은 얼핏 모순될 만한 2가지 가치를 모두 긍정하고 일깨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2만3000원·유엑스리뷰>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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