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착의 보고인 ‘길’에서 만나는 소중한 여정들
2024년 03월 28일(목) 15:30
임희정 작가 ‘길을 찾아서’전, 양림미술관 4월 3~14일

‘Attention 4’

우리는 매일매일 다른 길을 만난다. 매일 매일 출퇴근하는 길도 어제와 다른 눈으로 보면 전혀 다른 길로 다가온다. 다른 길을 만난다는 것은 다른 세상과의 연결을 의미한다.

어쩌면 삶이란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여정인지 모른다. 물리적인 길, 심리적인 길, 종교적인 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누군가에겐 평탄한 길이 있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울퉁불퉁한 길이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이에게는 눈물 없이는 걸을 수 없는 고통과 고난의 길일 수도 있다.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왔느냐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인생길’ 또한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이다.

이제껏 세상에는 길을 소재로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창작됐다. 길은 상상의 보고이자 창작의 발원지다.

임희정 작가가 길을 모티브로 양림미술관에서 4월 3일부터 14일까지 작품을 선보인다. ‘길을 찾아서’라는 주제는 일상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깊은 사유를 요한다.

‘Attention 3’
임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렸다. “인생 쓰다고 뱉지 마. 조금만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오니까. 고진감래(苦盡甘來) 흥진비래(興盡悲來)라는 말을 생각해야 한다” 즉,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오고, 즐거운 일이 다하면 슬픈 일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작품 ‘path-추억은 방울방울’은 아련한 인생길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적당한 곡선과 군데군데 넓고 좁은 폭으로 이어진 길에는 희로애락이 드리워져 있다. 나선형의 모양과 차분하면서도 격조가 느껴지는 색감은 삶에 대한 긍정을 이야기한다.

‘길위에서’를 주제로 한 연작은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삶의 단면을 압축적이면서도 밝은 색감, 단조로운 구도로 펼쳐냈다. 방향을 표시하는 듯한 도형들은 스스로 방향을 찾아 제 길을 내는 인생의 신비를 은유하는 것도 같다.

임 작가는 “나는 한 사람이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는 길, 그 끝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길은 계속 이어지고 그저 아주 천천히 희미해져 갈 뿐이다”고 전한다.

한편 임 작가는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광주미협회원전 등 단체전과 회원전, 광주국제아트페어(광주23) 등 다수의 아트페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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