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망조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4년 03월 28일(목) 00:00 가가
이건 미친 소리일 수도 있다. “주택은 상품이 아닙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소셜(Social) 또는 퍼블릭(Public) 하우징을 연구하고 있는 이병훈 건축사가 최근 광주에서 강연을 했다. 부동산으로 한 몫 잡으려는 사람들, 더 높게 지어서 더 큰 수익을 얻으려는 업자들, 시장 논리를 내세워 업자와 투기꾼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정부, 용역으로 재미를 보려는 전문가 등이 뒤섞여 난장판, 정확히는 ‘돈 놓고 돈 먹는 야바위판’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 주택 시장에서 그의 주장이 먹혀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소셜 또는 퍼블릭 하우징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사회 또는 공공주택이다. 하지만 우리말이 그 함축된 의미와 유럽 사회가 노력해온 역사를 담지 못하고, 일부의 반자본주의적인 주장인 것처럼 해석되기에 원래 표현을 그대로 쓴다. 이병훈 건축사에 따르면 빈은 1925년 메츨라인스탈러 호프를 시작으로 공공주택을 짓기 시작해 시민 190만명 가운데 62%가 아무런 불편 없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햇볕·공기·빛을 중시해 시민 건강을 우선하고, 디자인 요소도 강조해 6~7층 높이의 아름답지만 완전히 다른 공공주택들이 도시 곳곳에 들어서 있다. 여성들의 노동 및 사회 참여가 증가하면서 육아시스템이 접목되고 병원·학교·도서관 등이 단지 내에 들어서 이웃공동체를 만들어냈다. 자동차를 강력히 규제해 트램이나 버스, 공원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곳에 단지를 우선 조성하는 것도 당연시 된다. 꿈같은 소리다.
그들의 정책이 무조건 좋을 수 없으며 여건도 다르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업자와 투기꾼을 위한 주택정책이 물가 상승, 결혼 포기, 수도권 쏠림 등 민생고의 시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서울 강남 아파트 3가구 무순위 청약에 2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101만명이 전국에서 달려들고, 아파트 분양가가 매년 20% 이상씩 폭등하는데도 정부가 가만히 있는 것이 정상적인가. 여·야와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부동산 망조에 편승하지 말아야 한다. 대파 가격으로 눈속임하려 하지 말고, 알량한 지원금 쥐어주며 생색내지 말고, 주택정책을 혁신하는 것이 진정 민생을 위한 것이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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