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할 준비 - 박준하 지음
2024년 03월 23일(토) 10:00
알고 취하면 더 맛있는 우리술 이야기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만큼 느낀다’고 했다. 주량이 소주 세잔인 ‘알쓰(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의미하는 ‘알콜 쓰레기’의 준말) MZ 기자는 일로 우리술을 처음 접했다. 보틀숍에서 ‘전통주 붐은 온다’라는 문장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일렁였던 기자는 전국 양조장을 찾아다니면서 차츰 우리술에 매료되고 결국 사랑하게 됐다. ‘전통주 소믈리에’와 ‘우리술제조관리사’(3급)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조주기능사’ 자격증에 도전중이다. 또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우리술을 알리는 ‘술플루언서’(술+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술 전문기자인 박준하 농민신문 기자는 신간 ‘취할 준비’ 들어가며에서 “이 책은 알쓰가 술에 대해 알아가는 여행기이자, 술과 사랑에 빠진 과정을 기록한 로맨틱 코미디다. 우리술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가이드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나 같은 알쓰도, 술을 사랑하는 술꾼도, 술독에 빠진 주당도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경험을 상기하고,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힌다.

저자는 크게 ▲전통주? 우리술? 아무튼 처음 뵙겠습니다 ▲옛날 술을 마시는 요즘 사람들 ▲나와 세상 사이에 놓인 이 한잔의 술 등 3부로 나눠 부제처럼 ‘알고 취하면 더 맛있는 우리술 이야기’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우리술을 취재하니 오래된 양조장을 만나게 된다. 오래된 양조장엔 오래된 술과 세월을 먹은 사람이 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떤 전통들은 살아나기도, 또 어떤 전통들은 사라지기도 한다.”

저자는 ‘알쓰’에서 ‘우리술 전문기자’로 거듭나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밝힌다. 또한 전통적인 우리술 뿐만 아니라 요즘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진 ‘이전에 없었던’ 우리술을 소개한다. 2030세대에게 ‘술의 성지’로 떠오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전통주 양조장과 잔술 메뉴, 소주·막걸리 도수 트랜드 등에 대해서도 새롭게 보여준다.

신간은 기존의 ‘우리술 답사기’와 다른 결을 갖고 있다. MZ세대의 우리술에 대한 시각을 젊은 감각의 문체로 풀어낸다. 기사체로 엮은 전통주 명인이나 우리술이야기라면 이렇게 술술 읽히지 않을 것이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일년에 딱한번 새해맞은 첫 돼지날부터 세 번의 돼지날에 걸쳐 빚는다는 ‘삼해주’(三亥酒)와 포르투칼 주정강화 발효주 포트와인 격인 ‘과하주’(過夏酒) 등 생소한 우리술을 접하게 된다. 덧술을 더해 다섯번까지 빚는 ‘오양주’가 있고 상품화되고 있는 것도 처음 알게됐다. 글 중간중간 마련된 ‘취하기 전에 알아야 할 우리술 상식’은 우리술을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청주와 약주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한잔 우리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100년 동안 대를 이어가며 우리술을 빚는 ‘목도양조장’(충북 괴산군)과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를 만드는 ‘모월 양조장’(강원도 원주시) 등 ‘맨정신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우리술 여행지 12’도 눈에 띈다.

요즘 주류시장에서 전통주는 1%정도의 점유율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진도홍주를 찾는 폴란드 위스키마니아 사례처럼 우리술 ‘K술’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을 읽다보면 술 취향이나 주량에 관계없이 우리술에 대해 깊이 알게 되고 절로 애정을 품게 된다. 전국 1400개 양조장에서 빚어내는 우리술맛이 궁금하다. 아마도 독자들은 주유천하(周遊天下)가 아니라 주유천하(酒遊天下)를 하지 않을까 싶다.

<위즈덤하우스·1만95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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