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혈맥을 새로 잇다] SOC 인프라 확충이 지방소멸 극복할 최우선 과제
2024년 03월 19일(화) 18:45
1 프롤로그
정부 근대화·산업화 정책 소외
쇠락의 길 걸어온 전남
민선 8기 들어 기반시설 비약적 성과
호남고속철도 2단계 막바지 공사
남해선 전철화 사업 96% 공정률

호남고속철도 2단계 무안국제공항역 조감도. 오는 2025년 말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 2단계는 전국 공항 중 유일하게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하게 된다.

성장·발전하는 지역은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기관, 단체 등이 자리를 잡아 기간산업을 일으키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상업, 건설, 금융, 관광 등 서비스업들로 지역을 부흥시키는 것이다. 전남의 도로는 여전히 좁아 구불구불하고, 고속철도의 혜택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항만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국제공항 역시 비상하지 못하고 있다. 민선 7기부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전남도는 민선 8기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기반시설 부문에서 비약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도로, 철도, 공항 등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속도감 있게 그 편의성을 높여가고 있다. 광주일보는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도로·철도·공항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 그 당위성, 진척 정도, 향후 영향 등을 심층 보도한다.

지난 14일 전남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전남 발전을 위해서는)도로, 철도, 교통 등 기반시설 인프라 확충이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올해 용역비가 반영된 영암~광주(47km) 간 초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강진~완도 고속도로(38.9km), 전라선 익산~여수 간(180km) 고속화 등 전남이 추진하고 있는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남해안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전남의 관광과 미래산업에 큰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해방 전후 정부의 근대화·산업화 정책에서 철저하게 소외되면서 쇠락해왔다. 기반시설이 열악했으며, 당연히 산업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 일자리, 더 나은 삶을 찾아 나선 이들이 고향 전남을 떠나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에 정착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은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은 쉽게 개선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미 인구가 집적되어 있는 수도권의 기반시설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영남권 역시 수도권에 견줄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경제 주체들 역시 인구 규모가 크고, 어느 정도 기반시설을 갖춰 효과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재정 투입과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지역과 쇠락지역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전남이 기반시설의 개선 및 정비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민선 7기 이후다. 중요성, 시급성, 파급성, 실현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우선 순위를 정하고, 전남과 수도권·주변 지역, 전남도내 주요 지역 간 연계를 위해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의 계획 반영에 나섰다. 무안국제공항 경유 문제로 진척을 보지 못했던 호남고속철도 2단계의 노선을 과감히 수정했고, 경전선(광주송정~순천)·남해선(목포 임성~보성)과 관련 경남 구간과의 차별을 지적하며 전철화·고속화 사업을 정부 계획에 반영시켜 현재 추진중이다.

철도사업에는 지난해 4484억 원에 이어 올해 5512억 원의 국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우선 광주송정에서 목포역까지 연결하는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총길이 78.3㎞, 총사업비 2조7862억 원)은 올해 484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오는 2025년 개통을 위한 막바지 공사에 나설 예정이다. 무엇보다 무안국제공항역의 설치로, 전국 공항 중 유일하게 고속열차가 공항에 정차하게 될 전망이다. 목포 임성~보성 간 남해선 전철화 사업(82.5㎞, 1조6446억 원)은 96%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289억 원으로 역사 신축과 마무리 공사를 거쳐 올해 말 개통한다. 광주송정~순천 간 경전선 전철화사업(121.5㎞, 2조1366억 원)은 올해 382억 원으로 실시설계가 마무리되면 착공해 오는 2030년 완공된다. 호남고속철도의 종착역이 되는 목포역의 노후역사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사업도 490억원을 들여 오는 2028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라선 종착역인 여수엑스포역 전경. 전라선 전북 익산~여수 구간 고속화가 이뤄지면 서울에서 여수까지 2시간10분에 오갈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전남도는 지난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전라선(익산역~여수엑스포역) 고속화 사업(89.2km, 3조357억 원)을 추진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민생토론회에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첫 번째 현안일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신청했으며, 기획재정부가 선정 여부를 검토중이다. 윤 대통령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라선이 고속화되면 서울(용산)에서 여수 간 소요 시간을 34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호남의 핵심도시인 광주와 공동혁신도시, 나주를 철도로 연결하는 광역철도(26.46㎞, 1조 5192억 원)도 주요 철도 현안으로, 효천역 경유 문제로 광주가 예비타당성 조사 중지를 요청해 정부와 협의중이다.

오는 2027년 개항 예정인 흑산공항 조감도.
지난 2015년 울릉공항과 함께 건설계획이 발표된 흑산공항(사업비 1833억 원)은 10년만인 올해 비로소 착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립공원 해제 문제가 발목을 잡았으나 2023년 1월 우여곡절 끝에 공항 부지가 국립공원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일부 실시계획 설계 내용을 수정한 가운데 총사업비 변경 협의, 실시계획 고시 등을 거쳐 상반기 내 착공하겠다는 것이 전남도의 계획이다. 서남권 거점공항인 무안국제공항에 대형 여객기 운항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활주로 연장 사업(492억 원)은 현재 공정률이 20%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 준공될 예정이다.

올해 전남도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도로 사업은 신안 압해~해남 화원 간 국도 77호선 연결도로(5365억 원), 여수 화태~백야 국도 77호선 연결도로(5319억 원), 신안 비금∼암태 구간 국도2호선 건설(3995억 원),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6974억 원) 등이다.

신안 압해도와 해남 화원반도를 잇는 국도 77호선 연결도로는 1 공구 해남 화원~목포 달동(5.95㎞, 해저터널 2.73㎞, 2326억 원)와 2공구 목포 달동~신안 압해(7.54㎞, 해상교량 1.68㎞, 2473억 원)으로 나눠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20%대를 보이고 있다. 전남 서부권 관광 편의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키며 신안, 목포, 해남, 영암 등의 성장·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 화태도를 시작으로 개도, 제도를 거쳐 백야도로 이어지는 국도 77호선 연결도로 역시 1공구 여수 화태도~개도(6.05㎞, 해상교량 1.54㎞, 3152억 원)와 2공구 여수 개도~백야(6.91㎞, 해상교량 1.24㎞, 2167억 원)로 구분된다. 고흥~여수 간 남해안축 해안·육상 교통망을 완성하면서 가막만과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을 이어 급증하고 있는 해양관광 수요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정률은 19%다.

신안 비금∼암태 간 국도 2호선 도로 건설은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의 서쪽 한 축에 해당한다. 연장 10.4㎞에 해상교량만 5.0㎞에 달한다. 지난 2008년 5월 압해대교 개통, 2019년 4월 천사대교 개통에 이어 신안 1004개 섬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도서민 교통기본권 확보, 섬 해양관광 개발 기반 구축,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 경제 기여 등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여수~남해 해저터널이 들어설 부지. 전남과 경남 연계 편의성을 향상시켜 국토 남부권 관광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전남 여수와 경남 남해를 해저터널 5.75㎞를 포함해 8.08㎞의 4차로로 연결하는 사업도 올 상반기 착공한다. 2031년 준공 예정으로, 영호남의 교류와 관광객의 편의 증진에 기여하게 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 성장·발전에 근간이 되는 기반시설에 대해 정부가 신속하고 규모 있게 재정을 투입해줘야 한다”며 “정부가 인구 감소 및 소멸지역을 중심으로 기반·편의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민간 자본의 유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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