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한달…상급병원 의료 붕괴 현실화
2024년 03월 19일(화) 00:00
의대 증원을 놓고 시작된 의료계와 정부의 ‘의정(醫政) 갈등’이 한달째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의료 붕괴가 현실화 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이탈이 한달 가까이 계속된 상태에서 의대 교수까지 사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학병원급 상급병원들은 병동 폐쇄에 나서면서 경영난 타개를 위해 마이너스 대출로 버티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응급환자 위주로 수술을 진행하고 신규 외래 진료를 받지 않고 있다. 축소 운영에 따라 최근 본원 1동 6B 비뇨기과 병동과 8동 11층 성형외과를 폐쇄한데 이어 1동 7A 정형외과 병동도 폐쇄하고 환자들을 인근 병동으로 이동시켰다. 병동 폐쇄는 수익 감소로 이어져 전남대병원은 예비용으로 개설해 놓은 300억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거의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0억원을 사용했는데 의정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4월이면 나머지 100억원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25일부터 전국의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현실화 될 경우 대학병원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놓이게 된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교수들도 자체 설문조사를 거쳐 비대위 구성을 결정하기로 했는데 집단사직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해 그나마 타협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의정 갈등 이후 처음으로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에게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서달라”고 말한데 이어 대통령실 관계자도 의대 2000명 증원안 양보를 묻는 질문에 “의제는 오픈 돼 있다”고 언급한 것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환영할 일이다.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그 규모를 놓고 정부나 의료계가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일단 대화의 장을 마련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의정 갈등이 길어질수록 승자는 없고 피해는 약자인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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