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계절 - 박성천 문화부장
2024년 03월 17일(일) 22:00 가가
국가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 선호하는 스포츠도 다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미식축구다. 특히 슈퍼볼은 내셔널 풋볼 콘퍼런스(NFC)와 아메리칸 풋볼 콘퍼런스(AFC)의 결승팀이 승부를 가리는 가장 인기 있는 경기다. 쿠바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다. 19세기 말까지 스페인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쿠바는 독립운동 중에 미국 원조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미국 문화인 야구를 수용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배드민턴 강국이다.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이 모두 배드민턴에서 나온 것과 무관치 않다. 필리핀에서 최고 인기 종목은 농구인데 100여 년 전 미국 지배를 받던 시기 농구가 소개됐다. 1970년대 독재자 마르코스는 아시아에서 처음 프로 농구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기(國技) 즉, 대표 스포츠는 축구다. 그러나 인기 측면에서는 프로 야구가 프로 축구를 능가한다. 일제 강점기 축구는 민족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상징적인 종목이었고 이후 ‘스포츠 남북 대결’ 국면에서는 국가 프로젝트에 비견됐다. 하지만 오늘날 야구가 축구보다 인기 스포츠로 부상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이종성 교수가 펴낸 ‘야구의 나라’라는 책은 야구의 인기 요인을 흥미롭게 분석했다. 저자는 프로 야구가 프로 축구보다 인기가 높은 이유를 1970년대 고교 야구에서 찾는다. 전국의 고등학교가 야구대회에서 각축을 벌였고 이를 계기로 야구와 지역 팬덤의 결합으로 이후 프로 야구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명문고를 중심으로 한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던 시기에 고교 야구는 명문고가 펼쳐야 할 또 하나의 경쟁 무대였던 셈”이었다고 본다.
이번 주말에는 프로야구가 시범 경기를 마치고 정식 개막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한화 이글스 류현진 선수가 LG 트윈스전에서 선발투수로 예고돼 이목을 끈다. 기아 타이거즈도 키움 히어로즈와 홈에서 개막전을 치른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비난과 막말 등 혐오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잠시나마 야구를 보며 답답함을 씻어내면 어떨까.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skypark@kwangju.co.kr
우리나라 국기(國技) 즉, 대표 스포츠는 축구다. 그러나 인기 측면에서는 프로 야구가 프로 축구를 능가한다. 일제 강점기 축구는 민족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상징적인 종목이었고 이후 ‘스포츠 남북 대결’ 국면에서는 국가 프로젝트에 비견됐다. 하지만 오늘날 야구가 축구보다 인기 스포츠로 부상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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