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차출, 농어촌 의료 공백 어쩌나
2024년 03월 13일(수) 00:00
정부가 그제 전남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공보의) 23명을 차출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7명)과 아산병원(7명), 화순 전남대병원(6명) 등 도시지역 병원에 파견했다. 혼자서 근무하던 전남 19개 보건지소 공보의도 차출돼 해당 지역은 4월 11일까지 ‘개점휴업’ 상태에 처하게 됐다.

앞서 전남도는 “공공의료가 취약한 전남지역 공보의들이 타 지역과 상급병원으로 파견되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전남도는 공보의 공석이 된 지역의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인근 시·군 보건소에 순회 진료를 요청하고, 전남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정부에 보건기관의 비대면 원격진료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태는 취약한 농·어촌 공공의료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전남 19개 지역 지역의료 기반이 ‘펑크’났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다급한 입장을 인정할지라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1만2000여 명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임시변통에 불과하고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해당 지역 보건지소 운영이 전면 중단돼 주민들은 한 달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인근 시·군 보건소의 순회 진료 또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우려되는 심각한 농·어촌 의료공백은 어찌할 것인가.

공보의는 병역의무대신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료의 버팀목이다. 전국에서 섬이 가장 많고 의료여건이 열악한 전남에 배치된 공보의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정부의 공보의 차출은 지역 사정을 감안해 지양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법적 처분만을 앞세우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의료계와 대화·협의를 통한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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