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이정효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4년 03월 08일(금) 00:00
“저렇게 축구하는 팀한테 졌다는 게 제일 좀 분합니다.” 지난해 3월 홈 개막전에서 패한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경기를 압도하고도 승부에서 지자 울분을 참지 못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표현이 직설적인 그는 팀이 이겨도 선수들이 약속된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불호령을 내린다. 경기 내내 쏟아내는 샤우팅과 외투와 목도리를 벗어 던지는 등 거친 퍼포먼스는 승리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이정효 감독은 K리그 최고 전략가로 통한다. 전술의 핵심은 공간 활용. 좌우명은 공격축구다. 모든 전술은 어떻게 해서 골을 넣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광주FC는 매순간 효율적인 위치를 잡아가는 포지션 플레이가 가장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팀이다. 선수들은 전술 훈련을 통해서 공을 가지고 있을 때와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어디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이 감독은 빈 공간을 활용해 빌드업 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튼의 데 제르비 감독을 좋아한다. 세계 축구 트렌드를 팀에 적용해 K리그의 전술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광주는 지난 시즌 3위라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성적과 함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이 감독은 전지훈련 때 하루 2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고 한다. 전술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많은 훈련을 통해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완벽하게 준비한 결과다. 그는 좋은 지도자보다는 선수들의 꿈을 크게 만들어주는 능력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한다. 팬들의 사랑에도 목이 마르다. 지난해 광주구장의 평균 관중은 4500명 정도. 올해 6000명을 넘기면 좋은 경품을 선물하기 위해 적금까지 들었다.

광주는 올 시즌 개막전에서 맨유 출신 린가드가 출전한 서울을 2-0으로 제압하고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 감독은 성적에 대해 큰 부담이 없다고 말한다. 팬들의 기대보다 자신의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올 시즌엔 지난해보다 더 나은 전술과 실력으로 K리그 판을 흔들고 싶어 한다. 화끈한 공격축구로 재미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리그 우승을 꿈꾸는 이정효. 그의 꿈은 광주의 꿈이기도 하다.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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