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림산방 5대 7인의 200년 화업 한자리에
2024년 03월 07일(목) 19:00
27일~4월 8일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임전 허문 작 ‘강무’

진도 운림산방은 한국미술사에서 남종산수화 화맥이 깃든 의미있는 공간이다. 1대 소치 허련(1808∼1893) 선생이 그림을 그렸던 화실 이름, 즉 당호이면서 허씨 일가의 화맥을 상징한다. 소치 허련부터 2대 미산 허형, 3대 남농 허건, 임인 허림, 4대 임전 허문 그리고 5대 허진과 허재 등 200여 년 화업의 역사가 담겨 있다. 조선 말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사에 큰 획을 이루어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롭다.

운림산방 5대 7인의 200여 년 화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돼 화제다.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관장 구본호,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오는 27일부터 4월 8일까지 열리는 ‘林田 허문 초대전과 운림산방 5대전’이 그것. 이번 전시는 한 화가를 시작으로 5대손까지 200여 년 화업을 펼쳐온 한 가계의 역사와 열정, 예술적 DNA 등을 다각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무엇보다 남종산수화 변화과정은 물론 한국 근대미술사의 학술적 가치를 두루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층에서는 전통 수묵산수 기법을 초월하는 선염기법의 ‘운무산수화’를 창안한 4대 ‘임전 허문 초대전’을 볼 수 있다. 운림산방 전통을 토대로 하지만 자신만의 조형적인 해석을 가미했던 허문의 작품이 주제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은 “1980년대부터 새로운 수묵화 기법을 연구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전대미문의 독자적인 조형기법을 완성했다”며 “이른바 ‘운무산수’라는 선염기법을 중심으로 하는 초현실적인 산수풍경이다”고 평했다.

2층 전시장은 5대 작품이 세대별 5~8점씩 모두 40 여점으로 구성돼 있다. 1대 소치 허련을 비롯해 남종 문인화의 품격을 세운 2대 미산 허형, 서정적인 실경으로 신남화를 제창한 3대 남농 허건, 미적 감각을 타고났음에도 요절한 천재화가 3대 임인 허림, 독창적 선연법의 운무산수 4대 임전 허문, 역사인식과 인간의 내면적인 욕망을 형상화 한 5대 허진, 실경의 틀을 깬 5대 허재 등 독창적인 작품 경향을 보여온 이들의 작품과 만나게 된다.

구본호 관장은 “이번 전시는 남종산수화의 변화과정을 포함해 한국 근대미술사 흐름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계기”라며 “유화와 채색 한국화 중심으로 변해가는 현재 미술문화와는 다른 우리 수묵화의 독창적인 아름다움, 깊은 사유 등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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