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에 면죄부 준 보고서 낸 5·18조사위
2024년 03월 07일(목) 00:00
4년 동안의 조사에도 핵심 쟁점을 밝혀내지 못해 ‘부실 보고서 논란’을 낳은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계엄군과 5·18을 왜곡하는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탓이다.

진상조사위는 엊그제 ‘군·경찰의 사망·상해 등에 관한 피해’와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 일원 무기고 피습사건’이란 조사결과 보고서 2건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진상규명 불능이라고 결정했다. 우선 군·경 피해 보고서는 514쪽으로 행방불명자(86쪽)와 암매장(54쪽) 보고서에 비해 압도적으로 분량이 많은데다 내용도 ‘대다수 계엄군은 부당한 명령을 받았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 논란을 낳고 있다. 또한 ‘대다수가 정당한 명령으로 인식하고 진압작전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을 담아 광주시민을 학살한 계엄군에게 섣불리 면죄부를 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무기고 습격사건에 대해서는 무기고 피탈 시점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해 지만원 등 5·18 왜곡 세력들이 이용하는 ‘시위대 선제무장설’을 반박하기 보다 그들의 주장에 여지를 준 꼴이 됐다.

진상조사위는 2019년 출범할 때만해도 5·18의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지난달 말 4년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 하면서 내놓은 보고서에는 발포 명령 책임자와 암매장 등 진상규명의 핵심 쟁점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가 은폐된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두고 ‘책임자는 없고 진실은 묻혔다’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그런데 추가로 공개한 보고서조차 계엄군에 면죄부를 주고 5·18 왜곡 세력에 빌미를 주는 결과라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진상조사위 활동은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사였다. 부실 보고서라는 언론의 비판에 대해 기껏 한다는 것이 조사위 내부에서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해명자료나 내놓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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