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으로 살려낸 오밀조밀 기억 한 자락
2024년 03월 04일(월) 18:45
‘서채은의 일일일작’전 8일까지 일곡갤러리

‘정남진’

작품에서 흑백의 맛이 배어나온다. 오밀조밀하게 묘사된 풍경은 기억의 한 자락을 펼쳐놓은 듯 아늑하면서도 정이 느껴진다. ‘정남진’을 보다 말고 오래 전 방문했던 그곳 토요시장의 한 장면이 뇌리에 스쳐지나가는 경험과 조우한다. 대상의 특징을 빠르게 갈무리한 스케치는 그렇듯 현장보다 더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서채은의 어반스케치가 주는 맛은 깊고 그윽하다. 한번 보고 또 보고 싶어지는 그림이다.

일곡도서관 내 일곡갤러리(8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는 ‘서채은의 일일일작(一日一作)’. 전시실에서는 평면(회화), 팬드로잉을 포함 약 50여 점과 20여 권의 드로잉북, 어반스케치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일일일작’이라고 명한 것은 매일 하루 한 장씩 현장에 가서 작업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어반스케치는 거주하고 있는 곳이나 여행지 등 현장에서 보는 풍경이나 단상 등을 빠르게 담아내는 그림을 말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민화 광주예술공감연구소 대표는 “어반 스케치하면 연필로 그리고 펜을 입힌 다음 수채화물감을 들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서 작가는 연필이나 펜만을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수묵담채화처럼 심플하고 간결한 맛이 느껴지며, 흑백의 음영이 주는 율동감은 특유의 분위기를 환기한다”고 말했다.

서 작가는 2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한 뒤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했다. 어반스케치를 시작한 지는 2년 정도 됐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펜을 들었다. 그동안 광주를 비롯해 서울, 담양, 장성 등 여러 곳을 다녔고, 각각의 지역이 주는 감성이 오롯이 화폭에 투영됐다.

서 작가는 “현장을 다니다 보면 예기치 않은 상황이 많이 있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옆에 와 얘기를 건네는 이도 있고,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난감할 때도 있다”며 “모든 것은 스토리가 돼 의미있는 작업으로 연결된다는 데 현장 작업의 특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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