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가 주는 생동감, 그리고 따스한 감성
2024년 02월 28일(수) 19:30
모은영 초대전, 3월16일까지 예술이 빽그라운드

‘희망은 자신의 선택이자 용기이다’

주위에 손글씨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 뚝딱 글이 완성되고, 휴대폰을 활용해 글을 쓰다 보니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무리 컴퓨터, 디지털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서 작성이 가능해도 손글씨가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매력을 따라갈 수는 없다. 기계와 인간이 구현하는 각각의 글씨는 전혀 다른 느낌을 환기한다. 예로부터 ‘글씨는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했던 것은 손으로 글씨를 쓰는 과정에 인간적인 요인들이 투영된다는 의미가 전제돼 있다.

글씨예술가 갈매 모은영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복합예술문화공간 예술이 빽그라운드(대표 이당금)에서 오는 3월 1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 주제는 ‘氣澐섬動’. 다소 철학적인 주제는 “전시를 통해 삶의 바다에 큰 생동감을 일으킨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모 작가는 “글자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글이 되는 과정은 각기 따로따로 흩어져있던 섬이 또 다른 섬을 만나 넓은 땅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획의 기운생동과 재료들의 물성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글씨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정현종 시인의 ‘섬’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구절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일정부분 함의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다. 세상이라는 거센 풍랑이 이는 외로운 바다에 떠있는 ‘섬’과 같은 존재다. 섬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견지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터. 작품 속 둥둥 떠 있는 섬과 그것들을 에워싼 세상은 고립돼 있지만은 않다. ‘따로 또 같이’라는 이미지를 환기함으로써 개별과 연대의 의미를 포괄한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제목과 동일한 작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호연지기의 기상이 전해진다. 그러나 독불장군의 이미지만을 환기하지 않고 부드러움과 유함의 감성도 선사한다. ‘뿔’이라는 글씨는 물이 흐르듯 유장하면서 다른 글씨들을 아우르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율한다.

이당금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해 “자신만의 글씨체를 갖는다는 것은 자신만의 이름을 갖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며 “크고 작은 물결을 일으키는 바다의 파도처럼 이번 전시의 생동감이 관객들에게 희망의 기운을 전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