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천년고도 나주서 다양한 맛과 역사 탐방 즐긴다
2024년 02월 19일(월) 19:00
[멋과 맛 함께 남도유람] 나주 로컬브랜드
3대째 전통적 제조 방법 그대로 유지
깔끔하고 담백하며 부드러운 맛 일품
NFC 착즙 방식 적용…원재료 맛 살려
음료·워터젤리 등 다양한 레시피 개발
소감라떼·수제피자·오란다 등 인기
전시 관람과 드로잉 체험도 가능

다도참주가 장연수 대표가 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3대 걸쳐 막걸리 빚는 다도참주가= ‘밝은 곳에 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술’. 나주시 다도면에서 3대에 걸쳐 막걸리를 빚고 있는 ‘다도 참주가’가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다.

“참주가가 생각하는 좋은 술이란 ‘좋은 재료로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빚은 술’ 입니다. ‘내가 마시고 싶은 술’을 생각하며 위생과 맛, 전통이 공존할 수 있는 제조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맛을 위해 전통적인 수제국을 만들었으며, 위생을 위해 과감한 설비투자를 했습니다.”

‘다도참주가’는 막걸리를 빚으며 대를 이어가고 있는 가족회사다. 1대 할머니, 2대 장영균 대표에 이어 현재 3대 째인 장연수·현오·봉수 삼형제가 함께 막걸리를 빚고 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1986년이지만 막걸리의 역사는 60년이 넘었다.

“아버지가 17세 때부터 술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할아버지가 마을 훈장과 초대 면장을 지내신 지식인이었는데 사고로 일찍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고 해요. 자식들 먹여 키워야 했던 할머니가 밀주를 만들어서 파셨답니다. 당시만 해도 술을 유통시키는 것 자체가 허가권이 없으면 불법이었을 때에요. 그게 참주가의 시작입니다.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 아버지는 17살 때부터 양조장에 들어가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배달일을 하다가 지점장, 공장장까지 지내셨고 1986년에 직접 양조장을 시작하셨습니다.”

공장을 키워가면서 부친은 두 가지 마음이었다. 너무 고생스러운 길임을 알기에 자식들이 안하길 바라는 마음 한편에는 일생 쌓아온 기술이 없어지는 게 안타까워 누군가 가업을 이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린 큰 아들 장연수 대표가 먼저 뛰어들었다. 이어 두 동생이 합류하면서 참주가 완전체가 꾸려졌다.

막걸리라는 게 단순히 쌀로 빚는 술이라고만 생각하는 건 오해다. 굉장히 세심하고 과학적인 기술을 필요로 한다. 어떤 온도로 발효 하느냐에 따라 효모의 서식환경이 달라진다. 효모의 생리활동이 달라지면 생성되는 물질도 달라지며 그에 따라 맛과 향이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나만의 맛, 참주가만의 맛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참주가는 고온발효, 즉 30도 이상에서 발효를 한다. 효모가 가장 편안해하는 온도이기도 하지만 다른 곰팡이 균들과 세균들이 좋아하는 온도이기 때문에 수준 높은 청결이 요구되는 발효법이다. 많은 고민 끝에 설비와 공정을 재조정해 안정화에 성공했다.

“좋은 술은 국(麴·누룩)이 결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찐 쌀과 밀에 균을 배양하는 일인데 상당히 민감하고 정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오동나무를 이용해 국을 빚는 것이 최선임을 깨달았어요. 국을 만드는 공정은 전통적 제조 방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도참주가에서 생산하는 대표 막걸리는 ‘참주가 생막걸리’다. 참주가가 만든 수제입국을 이용해 깔끔함과 담백함, 향기로움, 탄산감, 부드러움까지 갖춘 캐주얼한 데일리 막걸리를 표방한다.

국내산 약재와 솔잎을 직접 손질해 발효시킨 ‘참주가 솔 막걸리’, 나주 남평에서 재배되는 딸기와 나주쌀, 수제입국으로 만든 ‘참주가 딸링’, 한라봉을 듬뿍 갈아넣은 ‘참주가 라봉’까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좋은영농조합법인 이기선 대표가 음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로 나주배 참맛 알리는 좋은영농조합법인= ‘신의 선물’이라 불릴 정도로 품질좋은 나주배를 이용해 가공 음료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좋은영농조합법인’을 찾았다. 좋은영농조합은 품질좋은 나주배를 NFC 착즙 방식으로 가공해 국내는 물론 해외로 수출하며 나주배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좋은영농조합이 시작된 건 20여 년 전이다. 이기선 대표는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992년 고향인 나주로 돌아온 귀농인이다. 이 대표가 귀농 후 시작한 건 과수원 농사였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 수확한 과일은 우체국 쇼핑으로 온라인 판매를 하기도 하고 백화점에 납품도 했다. 품질 좋은 과일들은 가격도 잘 받았으며, 소비자에게 좋은 과일로 인정받는 것도 나름 보람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2002년 태풍 ‘루사’, 이듬해 태풍 ‘매미’가 과수원을 할퀴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가공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과일 농사를 할 때 수확한 과일의 30~35% 정도가 비상품 과일, 일명 ‘못난이 과일’이었다. 이 대표는 이 못난이 과일을 가져다 건강원에서 배 쥬스를 만들어 이유식 업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2006년 공장을 처음 시작하면서는 중탕으로 배즙, 사과즙을 만들었다. 건강원에서 했던 것처럼 과일을 갈아서 정성껏 달여 즙을 만들었다. 이번엔 특유의 냄새로 어린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진 못했다. NFC착즙 방식으로 바꿨다. NFC착즙은 물 한방울도 섞지 않고 100% 원재료만을 사용해 착즙하는 공법으로, 비타민 등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을 정도로 순간 살균 또는 초고압 살균 과정을 통해 제조된다.

착즙한 음료는 뒷맛이 깔끔해 반응이 좋았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자 생산라인을 늘렸다. 학교 급식으로도 나가고 대형마트나 온라인, 홈쇼핑에도 진출했다. 지금은 자체 브랜드 음료 외에 여러 대기업의 OEM 생산도 하고 있다.

음료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나주배는 연간 1000~1200t 분량이다. 배는 나주 원예농협과 물량 공급을 맺어 가져온다.

좋은영농조합법인이 런칭한 브랜드는 ‘이슬촌’, ‘나주이가’, ‘아올다’ 세 가지다. 자사 브랜드로 생산되는 제품은 20여 가지, 타 업체 OEM 생산까지 포함하면 300여 가지 음료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좋다. 지난해 8월에는 자체 개발한 ‘IdH 배주스’ 제품이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에 입점됐다. 선적 물량만 17t 으로 4만4000달러 규모였다. 앞서 2월에는 아마존 전남 브랜드관과 남도장터유에스에 입점시키기도 했다.

미술관 겸 카페로 활용되고 있는 ‘카페 소감&나주미술관’ 내부.
◇200년 감나무와 예술 향기 카페 소감&나주미술관= 나주시 산포면의 송림리는 휘황찬란한 혁신도시 인근에 자리한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5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 공기의 산뜻함이 다르고 같은 하늘인데도 유독 예뻐보인다. 이곳 송림마을에 자리한 ‘카페 소감 & 나주미술관’은 서양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희주씨의 보금자리이자 예술 창작공간이다.

카페는 잠사(누에 치는 일)를 하던 강 대표의 부친이 40여 년 전 손수 지은 공간을 리모델링 했다. 대학 졸업 후 그림을 그리는 작업공간으로 활용하다가 2년 전 카페 겸 미술관으로 새롭게 오픈했다. 지난해 10월 2주년이 됐다. 카페는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 이윤화 씨가 맡아 운영한다.

정원에는 카페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두개의 명물이 있다. 하늘을 뚫을 듯 우뚝 솟은 곰솔나무와 200년 넘게 한자리에서 마을을 지켜주고 있는 감나무다. 그래서 카페 이름도 ‘소감’이다.

카페 소감 시그니처 메뉴인 수제 피자와 음료.
카페 규모가 1500평이나 된다. 주문을 받아 음료를 제조하고 음식을 만드는 공간과 바로 옆에 미술관을 겸한 카페 공간, 언덕 위로는 누구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잔디 광장과 비닐하우스로 설계한 드로잉 체험공간이 있다.

카페에서는 음료 외에도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식사류가 판매된다. 시그니처 메뉴는 고소한 콩가루와 달달한 크림, 에스프레소로 맛을 낸 ‘소감 라떼’, 고소한 콩가루와 꿀, 아이스 홍시로 만든 ‘홍시 아이스크림’, 오징어 먹물 반죽 도우에 신선한 치즈와 갖가지 토핑을 올린 수제 피자다.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식사와 함께 차를 마시고 가기도 한다. 직접 만든 유자·자몽청 등을 이용한 따뜻한 차도 겨울에 많이 찾는다. 이윤화 대표가 직접 개발한 ‘나주로 오란다’는 선물용으로 인기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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