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트렌드로 부상한 ‘감독판’·‘무삭제판’, ‘리마스터링’
2024년 02월 17일(토) 12:18 가가
원작의 '매운맛'과 '예술성' 고스란히 전하는 '감독판'·'무삭제판'
왕가위 홍콩영화 대규모 리마스터링 재개봉...4K 화질, 음향 등 보완
"성공작 이름값에 의존하려는 '관객 눈가림'" 부정적 견해도
왕가위 홍콩영화 대규모 리마스터링 재개봉...4K 화질, 음향 등 보완
"성공작 이름값에 의존하려는 '관객 눈가림'" 부정적 견해도
‘영화·드라마 재관람’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처음 관람할 때 놓쳤던 장면들을 곱씹어볼 수 있고, 복잡한 서사나 복선 등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팬데믹 이후 디지털 플랫폼이 확장하면서 ‘다시 보기’가 편리해졌다는 점도 반복 관람의 유행 요인 중 하나로 해석된다.
재관람 열풍과 맞물려 최근에는 검열 등의 이유로 편집했던 장면을 복원하거나 재배치하는 ‘감독판’·‘무삭제판’, 수십 년 전 개봉작을 화질이나 음향을 발전시켜 다시 선보이는 ‘리마스터링’ 버전 등이 유행 중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기존 IP나 콘텐츠를 활용해 재관람의 경계를 넓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아보자.
◇창작자 의도와 예술성 고스란히 ‘감독판’·‘무삭제판’
최근 12·12사태를 모티브로 극장가를 달궜던 영화 ‘서울의 봄 감독판’ 개봉이 낭설로 드러났다. 원작에서 볼 수 없던 미공개 씬과 스틸컷 등을 발견한 누리꾼들이 “원작에 없던 미포함분을 포함한 새로운 버전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했던 것이다.
‘감독판’·‘무삭제판’은 러닝타임이 원작보다 10~30분 정도 긴 경우가 많다. 감독의 주관대로 새로운 장면을 복원시켜 창작자의 예술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원작의 의도를 ‘편집’ 없이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티빙 등 OTT플랫폼에서 상영 중인 아리 에스터 감독의 영화 ‘미드소마’는 감독판의 좋은 예다. 최근 재개봉한 ‘미드소마 감독판’은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펼쳐지는 제의적 행위에 얽힌 미스터리와 공포를 다뤘다. 작중 마을 사람들이 여행객들의 시체를 수레에 싣고 움막집으로 향하는 모습, 적나라한 성적 표현과 잔인한 표현 등은 원작에 없던 장면이다. 원작의 감동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극적 시퀀스를 마련한 점은 재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충분해 보인다.
연산군의 흥청망청을 그린 영화 ‘간신’도 감독판으로 OTT에서 다시 얼굴을 비췄다. 본편에서 볼 수 없던 20분 분량의 12가지 씬이 새롭게 추가된 것은 물론 장녹수, 설중매 등 주요 인물들의 드라마도 추가됐다. 본편과 차별점 있는 엔딩은 물론 다양한 미장센이 도입돼 역사의 새로운 이면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현재 OTT에서 ‘군함도’, ‘최종병기 활’, ‘윈드리버’, ‘박화영’ 등을 비롯해 시리즈물 ‘대탈출2’, ‘1%의 어떤것’, ‘애타는 로맨스’, ‘히든싱어6’까지 드라마, 예능, 영화 등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감독판 작품들이 스크린을 수놓고 있다.
아울러 ‘무삭제판’도 19금 영화·드라마 등에서 흐름을 타고 있다. 극장가 개봉을 위해 제거했던 잔인한 장면, 수위 높은 씬 등을 되살려 오리지널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감독판과 유사성을 갖는다. 풀 버전을 보여주는 무삭제판·감독판은 주로 영화제만의 특징으로 꼽혀 왔으나, 최근에 와서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일본의 명작 ‘배틀로얄’ 등 오래된 작품들도 OTT에서 무삭제판으로 상영 중이다. 또 익숙한 ‘괴물’, ‘타인은 지옥이다’ 등 흥행 가도를 달렸던 작품들은 물론, 비교적 근작인 ‘강남1970’, ‘손 the guest’ 등 다양한 작품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매운맛 연기와 서사로 시청률 28.4%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왓챠플레이, 티빙 등 OTT 플랫폼에서 무삭제판으로 상영 중이다. 원작과 비교해 볼 때 베드씬이나 폭력의 수위가 더 높다.
이 밖에도 무삭제판·감독판 ‘붐’은 스페인 드라마 ‘스캄’, 영국의 액션 드라마 ‘월요일이 사라졌다’ 등 국가와 장르를 막론하고 유행 중이다.
◇원작 이상의 생생한 감동…… ‘리마스터링’
얼마 전 광주극장, 광주독립영화관 OTT 플랫폼 등에서 선보인 ‘만추 리마스터링’이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4D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해 화질과 음향을 보완, 실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13년 전 스크린에 올랐던 원작의 화질과 음향 등을 보완해 2011년의 감동을 다시 소환했다.
90년대 홍콩 감성을 그대로 담은 ‘화양연화’도 최근에 전국 메가박스에서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했다. 4K 화질로 감상하는 작품은 원작 이상의 감동을 주고 있다는 평이 이어진다. 또 1998년 첫선을 보인 왕 감독의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또한 평점 8.91(네이버 관람평)을 기록하며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왕 감독의 ‘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은 기대를 잔뜩 받는 작품이다. 개봉 30주년을 맞아 오는 28일 극장가를 수놓을 예정이며 현재 티빙, 왓챠 등 OTT 플랫폼에서 상영 중이다.
이에 앞서 2009년 개봉했던 영화 ‘아바타’도 3D·4D작업을 거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지난 2022년 재개봉한 사례가 있다. 단 2주에 걸쳐 개봉했을 뿐이지만, HDR 대화면으로 보는 제임스 카메론의 낯선 세계는 기술, 화질, 사운드 등에서 보완을 거쳐 압도적인 감동을 줬다.
이외에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2001년 개봉작 ‘메멘토’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OTT에서 즐길 수 있다.
광주독립영화관 한재섭 관장은 “이 같은 흐름에는 긍정적·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데, 고해상도 파일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검열이 줄어드는 등 새로운 문화기술적 맥락과 궤를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영화 산업이 소위 헐리우드, 마블류 작품 등에 장악당하며 고갈됐기에, 기존에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한 작품을 다른 버전으로 내놓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이미 흥행 보증수표를 받은 작품으로 관객을 ‘눈가림’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창작자 의도와 예술성 고스란히 ‘감독판’·‘무삭제판’
티빙 등 OTT플랫폼에서 상영 중인 아리 에스터 감독의 영화 ‘미드소마’는 감독판의 좋은 예다. 최근 재개봉한 ‘미드소마 감독판’은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펼쳐지는 제의적 행위에 얽힌 미스터리와 공포를 다뤘다. 작중 마을 사람들이 여행객들의 시체를 수레에 싣고 움막집으로 향하는 모습, 적나라한 성적 표현과 잔인한 표현 등은 원작에 없던 장면이다. 원작의 감동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극적 시퀀스를 마련한 점은 재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충분해 보인다.
연산군의 흥청망청을 그린 영화 ‘간신’도 감독판으로 OTT에서 다시 얼굴을 비췄다. 본편에서 볼 수 없던 20분 분량의 12가지 씬이 새롭게 추가된 것은 물론 장녹수, 설중매 등 주요 인물들의 드라마도 추가됐다. 본편과 차별점 있는 엔딩은 물론 다양한 미장센이 도입돼 역사의 새로운 이면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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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독판으로 재개봉한 ‘미드소마’ |
이외에도 현재 OTT에서 ‘군함도’, ‘최종병기 활’, ‘윈드리버’, ‘박화영’ 등을 비롯해 시리즈물 ‘대탈출2’, ‘1%의 어떤것’, ‘애타는 로맨스’, ‘히든싱어6’까지 드라마, 예능, 영화 등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감독판 작품들이 스크린을 수놓고 있다.
아울러 ‘무삭제판’도 19금 영화·드라마 등에서 흐름을 타고 있다. 극장가 개봉을 위해 제거했던 잔인한 장면, 수위 높은 씬 등을 되살려 오리지널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감독판과 유사성을 갖는다. 풀 버전을 보여주는 무삭제판·감독판은 주로 영화제만의 특징으로 꼽혀 왔으나, 최근에 와서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일본의 명작 ‘배틀로얄’ 등 오래된 작품들도 OTT에서 무삭제판으로 상영 중이다. 또 익숙한 ‘괴물’, ‘타인은 지옥이다’ 등 흥행 가도를 달렸던 작품들은 물론, 비교적 근작인 ‘강남1970’, ‘손 the guest’ 등 다양한 작품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매운맛 연기와 서사로 시청률 28.4%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왓챠플레이, 티빙 등 OTT 플랫폼에서 무삭제판으로 상영 중이다. 원작과 비교해 볼 때 베드씬이나 폭력의 수위가 더 높다.
이 밖에도 무삭제판·감독판 ‘붐’은 스페인 드라마 ‘스캄’, 영국의 액션 드라마 ‘월요일이 사라졌다’ 등 국가와 장르를 막론하고 유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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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무삭제판’ |
얼마 전 광주극장, 광주독립영화관 OTT 플랫폼 등에서 선보인 ‘만추 리마스터링’이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4D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해 화질과 음향을 보완, 실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13년 전 스크린에 올랐던 원작의 화질과 음향 등을 보완해 2011년의 감동을 다시 소환했다.
90년대 홍콩 감성을 그대로 담은 ‘화양연화’도 최근에 전국 메가박스에서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했다. 4K 화질로 감상하는 작품은 원작 이상의 감동을 주고 있다는 평이 이어진다. 또 1998년 첫선을 보인 왕 감독의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또한 평점 8.91(네이버 관람평)을 기록하며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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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리마스터링’ 포스터, 포스터 자체를 수집하는 영화 애호가들에게는 ‘리마스터링 전용 영화 포스터’의 존재만으로도 큰 즐거움이 될 것 같다. |
특히 왕 감독의 ‘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은 기대를 잔뜩 받는 작품이다. 개봉 30주년을 맞아 오는 28일 극장가를 수놓을 예정이며 현재 티빙, 왓챠 등 OTT 플랫폼에서 상영 중이다.
이에 앞서 2009년 개봉했던 영화 ‘아바타’도 3D·4D작업을 거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지난 2022년 재개봉한 사례가 있다. 단 2주에 걸쳐 개봉했을 뿐이지만, HDR 대화면으로 보는 제임스 카메론의 낯선 세계는 기술, 화질, 사운드 등에서 보완을 거쳐 압도적인 감동을 줬다.
이외에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2001년 개봉작 ‘메멘토’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OTT에서 즐길 수 있다.
광주독립영화관 한재섭 관장은 “이 같은 흐름에는 긍정적·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데, 고해상도 파일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검열이 줄어드는 등 새로운 문화기술적 맥락과 궤를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영화 산업이 소위 헐리우드, 마블류 작품 등에 장악당하며 고갈됐기에, 기존에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한 작품을 다른 버전으로 내놓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이미 흥행 보증수표를 받은 작품으로 관객을 ‘눈가림’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