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 - 유제관 편집담당국장
2024년 02월 16일(금) 00:00
경기 내용에서 이기고 승부에서도 이기는 게 브라질 축구라면, 내용에서는 우세하지만 승부에서는 지는 것이 스페인 축구라고 한다. 스페인 축구가 실력보다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프리메라리가의 ‘앙숙’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원 팀’으로 뭉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라운드에서는 동료 선수 간 몸싸움도 가끔씩 일어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카메룬과 크로아티아의 경기에서 카메룬의 공격수와 수비수가 서로 치고받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되기도 했다. EPL 역사상 최고의 난투극은 2005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일어났다. 뉴캐슬의 리 보이어와 키어런 다이어는 서로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유니폼이 찢어질 정도로 싸우다 둘 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해외 축구에서나 봤던 행태가 국가대표 팀에서 일어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아시안컵 4강전 전날 밤 식사 자리에서 선수들 간 말다툼이 있었고, 주장 손흥민이 멱살을 잡자 이강인이 주먹을 날렸다고 한다. 대표 팀이 20대, 30대, 그리고 1996년생 그룹 등 세 갈래로 나뉘어 자기들끼리만 어울렸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능력이다. 어느 팀이나 내부 갈등은 있을 수 있고, 의견충돌과 불화가 있다면 이를 중재하고 해결 해야 한다. 클린스만은 재택근무에 전략부재라는 지적에도 선수들과의 소통에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또한 허구임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더 심각한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이해 못할 행동이다. 협회는 영국의 한 매체가 한국 팀의 불화설을 보도하자 곧바로 다툼을 인정하고 당시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해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내부 갈등을 외부로 알려 선수단 스스로 해결할 기회마저 없애버린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회장을 향한 여론의 분노를 돌리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은 다음달 21일과 26일 태국과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른다. 이젠 동남아 팀과의 경기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함께 골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을까.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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