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청년 창업 식당의 고민
2024년 02월 14일(수) 23:00
요즘 사는 게 다들 힘들어 보인다. 경제는 벼랑에 몰려 있는 느낌이고 사람들의 안색도 회색이다. 인구 절벽, 지방 소멸 이야기도 워낙 자주 거론되어선지 큰 자극을 못 받는 사람도 많다. 하기야, 그런 거대한 담론을 국가도 어찌 못하고 있는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슨 방책이 있겠는가. 무엇보다 음식 자영업 현장의 분위기를 여러분에게 전해드리고 싶다.

코로나 위기 시절이 나았다는 사람도 많다. 배달도 괜찮았고 구인난도 없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도 있어서 숨통을 열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요새 자영업 분위기는 절망적이다. 우선 소비력이 크게 떨어졌다. 정부에서 내놓는 수치는 피부 체감과 많이 다르다. 정부가 내놓는 여러 현장 경제 수치도 걱정할 정도로 떨어졌다. 통계청은 최근 1월 경기체감지수를 66.0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자영업 체감지수는 37.5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100을 기준으로 상회하면 호황, 하회하면 불황이다. 문제는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나빠지고 있는 듯하다. 한 자영업자는 내게 “막고 품는 느낌”이라고 했다. 도랑을 막고 물을 품어내어 바닥에 깔린 고기를 건지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최후의 수단, 절벽의 상황이다.

무슨 소리냐, 어디 갔더니 줄 섰더라, 이런 말도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우선 가게를 운영하려면 많은 액수의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한다. 포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상업적인 홍보를 한다. 중개업자(마케팅회사)를 써서 리뷰를 올리고, 끊임없이 노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돈을 써야 가능한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써서 대행사 쓰고 사람 모으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는 영세한 가게들이 능력을 넘게 돈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방어적으로 광고도 한다.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가게가 다 하니 우리도 하는 수 없이 한다는 경우다. 안 써도 될 돈을 쓴다. 음식 가게는 음식에 원가를 써야 한다. 자꾸 다른 데 돈을 쓰면 음식이 나빠진다. 손님이 등을 돌린다. 악순환이다. 그래서 자영업 음식점이 1년을 버티는 확률이 통상 3할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취직하지 왜 식당 차려서 고생하느냐고 묻는다. 요새 회사에서 고용을 잘 하는가? 그나마 취직해도 직장의 질이 좋은가? 취직도 삼수 사수를 넘어 장수생이 널렸다. 다수가 자영업, 그 중의 또 다수는 음식업에 뛰어든다. 그들이 살아남아 이익을 낼 확률은 아주 적다. 그래도 뛰어든다. 대안이 없어서다.

요새 물가도 무섭다. 겨울은 원래 채소 가격이 높다. 올해는 그 정도를 넘어섰다. 혹한도 적었는데 상상 이상이다 최근에 시장에 갔더니 시금치 한 단에 1만 5천원, 쪽파 한 단에 3만원 한다. 고기가 채소보다 싸다. 실소가 나왔다.

당연하다. 농사지을 사람도 없고, 외국인 인력을 써도 나갈 돈은 다 나간다. 앞으로 전망도 어둡다. 소비는 부진한데 재료비는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새 외식업을 보면 마지막 악다구니로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 피부로 느껴진다. 내가 다니던 식당은 얼마 전 폐업했다. 10년을 채우고 싶었는데 더 이상 못 버텼다. 코로나 3년의 타격이 제일 컸다. 그후에도 매출이 좋아지지 않았다. 인력난도 겹쳤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시내 다니면 느끼는 게 하나 있다. 국밥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00옥’ ‘00집’처럼 옛날 복고풍의 식당도 많다. 원래 식당을 운영하는 기성세대는 점차 밀려난다. 청년들이 그런 상호를 써서 서민적인 국밥집에 삼겹살집을 연다. 단순히 시대 변화라고 보이지 않는다. 뭔가 쫓기듯 ‘구시대의 업종’에 뛰어드는 느낌이다. 하기야 경쟁이 심해도 너무 심한 카페 업종에 갈 수도 없고, 불경기라 장사 안 되는 양식당을 열 수도 없으니 말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식당도 변한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흐름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게 문제다. 우리는, 식당업자는, 자영업자와 그 가족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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