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생명성, 날것의 유연함 ‘정원사의 진술’
2024년 02월 13일(화) 19:40
김유정·손몽주·양정욱 작가
25일까지 담빛예술창고

양정욱 작 ‘대화의 풍경’

현대 사회는 규격화, 규정화로 정의될 수 있다. 시스템에 맞게 모든 것이 재단이 되고 부품화 된다. 날것의 생명성, 날것의 유연함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러나 생명성은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는 데서 발현된다. 마치 잡초의 강인함이 버려진 땅에서 연마되는 것처럼.

담빛예술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정원사의 진술’전에서는 식물성, 연속성 등 고유한 특질을 사유할 수 있다.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김유정, 손몽주, 양정욱 세 작가의 작품을 만난다.

이명지 주임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2021년 발행된 마크 헤이머의 수필 ‘두더지 잡기’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 이 주임은 “우리의 일상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다듬기’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가졌다”며 “자꾸만 멈추려하고 나아가 인위적인 것을 덧씌우려는 행위가 우리의 삶을 오히려 퇴보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정원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재단하고 짜여진 틈에 구속하려 하는 경향성을 지닌다”며 “물론 그것이 적절한 배치와 구도에 따른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진정한 생명성을 느끼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정 작 ‘질경이 군락지’
전시장에서는 세 작가의 각기 다른 작품과 마주하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코드는 ‘생명함수’다. 김유정의 ‘질경이 군락지’는 질경이 특유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재질은 스테인리스이지만 들판에서 뿌리를 내린 질경이의 강인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김 작가는 단국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금호미술관 등 개인전과 고양아람누리미술관 등 다수 기획전에 참여했다.

손몽주 작 ‘담빛유목’
손몽주 작가의 ‘담빛유목’은 오랜 시간 짠물에 표백돼 하얗게 닳은 유목이 밴드와 만나 새롭게 공간을 창출한 작품이다. 반복된 선형은 마치 어딘가를 향해 날아오르려는 듯한 이미지를 환기하며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손 작가는 ‘고무밴드 시리즈’로 작가활동을 시작했으며 광주비엔날레 작품 ‘관광타령’을 선보였다. 부유와 움직임을 모티브로 연결과 반복 등의 은유적 표현을 시도해왔다.

양정욱 작가의 ‘대화의 풍경’은 다양한 식물과 사물과 조명 등이 어우러진 어느 공간을 초점화한 작품이다. 아마도 아파트의 거실일 것 같은데, 각각의 오브제들은 하나로 분리돼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된 상태로 이색적인 아우라를 발한다. 아마도 작가가 상정하는 대화의 모습일 것 같다.

가천대 조소과를 졸업한 양 작가는 백남준아트센터,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기관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17년 프랑스 케르게넥 미술관 입주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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