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삶의 모습들…추억속으로
2024년 02월 06일(화) 19:00 가가
박인주 개인전, 20일까지 광주대 호심미술관
골목 귀퉁이에 수북이 쌓인 연탄재. 다 타고 남은 연탄은 으스러지고 깨져 온전한 것이 거의 없다. 이맘때면 한겨울 방안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연탄의 잔해가 골목 구석구석에 쌓여 있었다.
70~80년 한겨울 도심의 골목 귀퉁이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수북이 쌓인 연탄재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를 떠올리게 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구절이 주는 울림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광주대 호심미술관(20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는 박인주 한국화가의 개인전. ‘연탄재 쌓기’ 작품에서 오래도록 발길이 머문다. 기성세대들의 뇌리에는 한겨울 연탄재가 쌓인 골목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사는 게 넉넉지 않은 시절, 연탄 한 장도 꾸어주던 그 시절에는 사람살이의 정이 있었다. 아파트 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웃과의 살뜰한 정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60~70년대 삶의 현장이다. 광주대 평생교육원 한국화반 지도강사로 활동하는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모두 30여 점을 선보인다. ‘엄마! 천천히 가요’, ‘많이 주세요’, ‘똑!똑!똑!’ 등 작품은 추억을 소환한다. 애틋한 필치와 담담한 데생은 잠시 30~40년 시간 속으로 회귀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허름한 교실 천정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묘사한 ‘똑!똑!똑!’은 빈한했지만 아름다웠던 시절을 담고 있다. 박자를 맞추듯 똑똑똑 떨어지는 빗물은 음악처럼 감미롭게 다가온다.
한편 최준호 미술관장은 “작품들에선 화려한 색을 배제하고 먹의 농담과 번짐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며 “기성세대들에게는 젊은 시절의 추억을, 오늘의 세대들에게는 앞선 세대의 삶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70~80년 한겨울 도심의 골목 귀퉁이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수북이 쌓인 연탄재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를 떠올리게 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구절이 주는 울림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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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쌓기’ |
한편 최준호 미술관장은 “작품들에선 화려한 색을 배제하고 먹의 농담과 번짐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며 “기성세대들에게는 젊은 시절의 추억을, 오늘의 세대들에게는 앞선 세대의 삶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