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달, 치유의 달’ 예술에 투영
2024년 02월 04일(일) 19:40
25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김두석·김재희·하지혜·한서형 기획전

김재희 작 ‘벼랑 끝에 서 있는 구두’

자본주의사회의 지나친 경쟁은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효율과 성과 이면에는 패배와 낙오라는 부정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마련이다.

예술을 통해 치유를 모색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건 그 때문이다. 특히 그림이 주는 평안과 치유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상처의 달, 치유의 달’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김두석, 김재희, 하지혜, 한서형 작가를 초대했다. 올해 첫 번째 기획전으로 열리며 타인이 주는 상처 또는 스스로에게 주는 상처를 ‘달’이라는 매개를 통해 투영했다.

김두석 작가가 먹빛 자기를 배경으로 펼친 빈 나뭇가지는 보는 이에게 마음 한켠을 아리게 한다. 덩그러니 놓인 자기와 앙상한 나뭇가지는 현대인들 또는 작가의 내면을 떠올리게 한다.

김재희 작가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구두’는 상처 받은 자아의 심상을 투영한 작품이다. 상처투성이인 자아가 무언가에 떠밀려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는 ‘달’과 ‘치유’가 키워드라 할 수 있다”며 “뒤틀어진 관계 때문에 상처를 받지만 달을 통해 치유되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혜 작가의 ‘PULL MOON’은 갈대로 보이는, 억새로 보이는 메마른 풀을 초점화했다. 공중에 떠 있는 억새묶음을 ‘달’로 표상한 것 같은데, 그 달은 쓸쓸하면서도 침잠의 분위기를 발한다. 밝고 둥근 보름달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 내면에 저마다 깃든 ‘달’을 은유적으로 구현한 듯하다.

한서형 작가의 작품은 혼돈의 시끄러움 속에서도 사유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바람은 씨앗을 나르고 땅에서는 무엇이든 솟아나고 새들이 목청을 높이는 계절, 봄”이라며 “낮의 소란이 잦아드는 밤이면 달빛이, 보드라운 모성으로 세상을 비춘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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