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시즌2] <1> ‘동명책방 꽃이피다’
2024년 01월 14일(일) 21:05 가가
책방에 와서 ‘웃음꽃’ 피웠으면
‘산수책방’ 동명동에 새둥지
‘아니 에르노 읽기 모임’
다양한 주제 독서모임 꾸려
사람들과의 연대 꿈꿔
“나를 위한 시간 갖고 싶을때
‘산수책방’ 동명동에 새둥지
‘아니 에르노 읽기 모임’
다양한 주제 독서모임 꾸려
사람들과의 연대 꿈꿔
“나를 위한 시간 갖고 싶을때
언젠가부터 동네서점이 인기다. 책방 순례를 나서는 이들도 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는 서점들을 찾아간다. 지난 2020년 ‘동네책방 나들이’에 이어 진행되는 시즌2에서는 이후 새롭게 문을 연 서점을 소개한다.
얼마 전, 동명동에서 함께 식사를 한 지인이 식당 앞의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불 켜져 있는 곳, 서점 아닌가요?” 3층 짜리 건물을 본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 카페와 음식점 천국인, 땅값 비싼 동명동에 서점 ‘건물’이라니. 한데 정말 서점이었다. 영업 시간이 끝난 서점 안을 들여다보는 우리를 발견한 주인은 웃으며 문을 열어 주었고 이야기가 시작됐다.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이 서점을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책 ‘노란 불빛의 서점’(루이스 버즈비·문학동네)이었다.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마도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는 따뜻한 ‘노란색’이 마음에 다가와서였을 것이다. 파스텔톤의 노란 외벽과 그 안에서 쏟아지는 노란 불빛이 어우러져 한겨울밤 따사로움을 전했다.
‘동명책방 꽃이피다’. 낯익은 이름이다 싶었는데 ‘산수책방 꽃이피다’가 동명동으로 이사 와 새로 꾸린 공간이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신상 서점 ‘동명책방 꽃이 피다’는 1층은 서점, 2층은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3층은 책방지기의 공간이다.
김미순(56) 책방지기는 지난 2021년 산수동 푸른길 인근에서 ‘산수책방 꽃이피다’를 운영했었다. 월세로 수입의 대부분이 나가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고 임대 기간이 끝난 후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기회가 닿아 땅을 매입하고 직접 건물을 지었다.
“사람들이 반가워들 하세요. 동명동에 어떻게 서점을 지었냐고 놀라기도 하시구요(웃음). 골목길 안쪽의 집을 사서 집을 헐고 서점 건물을 지으려 할 때 이웃한 오래된 집들이 헐리고, 그 자리에 주차장이 생겼어요. 저희 서점 앞으로 탁 트인 공간이 생기면서 책방 건물이 어디에서도 잘 보이게 됐어요. 서점 복이지요.”
김 씨는 30년간 노동운동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노동자교육센터를 10년간 운영하며 숱사람들을 만났고 얻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가는데, 너무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련 없이 센터를 접고 1년을 쉬었다.
“모처럼 휴식 기간을 가지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어요. 대학시절 드나들던 책방이 떠오르더군요. 제가 늘 마음에 두었던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고, 어떤 단체가 운영하는 공간이 아닌, 개인의 공간에서도 제가 사람들과 소통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서점 운영은 힘들기는 했지만 의미있었어요. 스스로 격려하며 잘 버텨왔죠. 사람 복도 참 많은 것 같고요.”
산수책방 초기에는 노동, 성평등,환경 등 자신의 ‘전공’ 분야의 책을 주로 들여 놓았었는데 점점 문학과 인문학 분야의 책도 갖춰가기 시작했다. 이론서가 아니어도 좋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문학 분야 큐레이팅은 지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서점 이름 ‘꽃이피다’는 여러가지 뜻을 담고 있다. 생명의 탄력 있는 생기, 잉태, 여성들이 다시 피어난다는 의미 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머무는 책방에 ‘웃음꽃’이 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서점 내외부의 따뜻한 노란색과 생기 넘치는 푸른색은 오랜 인연을 맺어온 김화순 작가의 의견이 반영됐다. 넓은 2층 공간엔 의외로 탁자 갯수가 많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제가 서점을 연 이유는 사람들과 만나고, 이 곳에서 소박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어서였어요. 예전 산수책방에서 행사를 할 때면 공간이 좁아서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쉬웠죠. 매번 행사를 할 때 의자를 옮기는 것도 번거로워 아예 널찍한 공간을 비워 뒀어요.”
산수책방 시절부터 그가 꿈꾸는 것은 사람들의 연대다. 서점에서 다양한 독서모임을 만들고 행사를 진행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 환경 공부모임, 인문학 독서모임 ‘친절한 페미’ 등을 진행했다. 특히 지원 프로그램이 아닌, 자발적으로 꾸려지는 모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방지기를 비롯해 서점을 찾는 이들 중 맘에 맞는 이들이 함께 만든 ‘아니 에르노 읽기 모임’이 대표작이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2022년 시작된 모임은 프랑수아즈 사강으로 이어졌고,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 또 다른 프랑스 작가로 연결 될 예정이다.
“산수책방 시절엔 지인들이 주로 왔다면 동명책방에는 정말 새로운 분들이 찾아오시는데 그게 참 신기해요. 잘 모르는 사람이 70% 이상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건 참 즐겁지요. ‘책방’이라는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책이 있는 카페라 여기시고 그냥 꽂혀진 책을 들고 올라가 2층에서 읽는 시스템으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웃음). 그럼 이렇게 말하죠. ‘책을 팔고요, 커피‘도’ 팝니다’라구요.”
동명동은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서점 운영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젊은층 취향에 맞는 촬영스폿을 마련하라는 등의 이런 저런 제안을 한다.
“젊은 친구들도 많이 와주면 좋겠지만, 애써 그들 눈높이에 맞추지는 않으려고 해요. 제 또래의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책도 보고, 독서모임도 하는 그런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제 ‘나를 위한 시간을 좀 가져야겠다’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책방 바로 인근에는 지난해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동구 인문학당’도 자리하고 있다. 양옥과 한옥이 어우러진 독특한 집과 새롭게 지은 공간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곳이다. 늘 문화향기가 아쉬웠던 동명동에 근사한 장소가 생겼다.
광주시 동구 장동로 43번길 16, 월~토요일(일요일 휴무), 오전 11시30분~밤 9시30분.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책방지기’ 김미순이 추천합니다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소설가 이화경의 단편집. 시대와 사회와 사랑으로부터 상처받고 소외되었으나, 실낱같을지언정 자기만의 실존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나아가는 여성들이 주인공인 8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시대와 계층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서사도 서사지만, 화자의 서술만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는 작가의 수려한 문장을 만나게 되고, 곱씹어 읽어내는 감칠맛을 느끼게 된다. <이화경·모놀로그>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류시화 시인이 수집하고 우리말로 옮긴, 시애틀추장외 인디언 전사들의 41편의 명연설과 해설, 그들의 희귀한 어록까지 총망라된 연설문집이다. 총과 병균과 종교를 앞세우고 쳐들어 온 백인들에게 터전을 빼앗기고 물러가면서, 그들이 남긴 연설은 오만한 백인 문명의 허구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과 정신세계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류시화·더숲>
▲나비가 된 불꽃-전태일이라는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32명 시인이 기리고 되살린 문학 앤솔러지다. 시인들은 전태일의 마음과 영혼을 헤아려 시를 지으면서 여전히 부조리한 노동자의 삶을 노래하고, 왜 전태일의 삶이 시인지 밝혀주고 있다. (사)전태일의 친구들은, 전태일이 살았던 대구의 옛 집터를 시민과 노동자들의 십시일반으로 구입했고, 이제 그터에 시민모금을 통해 대구전태일기념관을 지으려고 한다. 이 책은 그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전태일의친구들·삶창>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이 서점을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책 ‘노란 불빛의 서점’(루이스 버즈비·문학동네)이었다.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마도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는 따뜻한 ‘노란색’이 마음에 다가와서였을 것이다. 파스텔톤의 노란 외벽과 그 안에서 쏟아지는 노란 불빛이 어우러져 한겨울밤 따사로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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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푸른길 인근에 문을 연 ‘산수책방 꽃이피다’에서 출발한 ‘동명책방 피어나다’는 다양한 독서모임을 운영할 계획이다. |
“사람들이 반가워들 하세요. 동명동에 어떻게 서점을 지었냐고 놀라기도 하시구요(웃음). 골목길 안쪽의 집을 사서 집을 헐고 서점 건물을 지으려 할 때 이웃한 오래된 집들이 헐리고, 그 자리에 주차장이 생겼어요. 저희 서점 앞으로 탁 트인 공간이 생기면서 책방 건물이 어디에서도 잘 보이게 됐어요. 서점 복이지요.”
김 씨는 30년간 노동운동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노동자교육센터를 10년간 운영하며 숱사람들을 만났고 얻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가는데, 너무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련 없이 센터를 접고 1년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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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순 책방지기 |
산수책방 초기에는 노동, 성평등,환경 등 자신의 ‘전공’ 분야의 책을 주로 들여 놓았었는데 점점 문학과 인문학 분야의 책도 갖춰가기 시작했다. 이론서가 아니어도 좋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문학 분야 큐레이팅은 지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서점 이름 ‘꽃이피다’는 여러가지 뜻을 담고 있다. 생명의 탄력 있는 생기, 잉태, 여성들이 다시 피어난다는 의미 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머무는 책방에 ‘웃음꽃’이 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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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서점을 연 이유는 사람들과 만나고, 이 곳에서 소박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어서였어요. 예전 산수책방에서 행사를 할 때면 공간이 좁아서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쉬웠죠. 매번 행사를 할 때 의자를 옮기는 것도 번거로워 아예 널찍한 공간을 비워 뒀어요.”
산수책방 시절부터 그가 꿈꾸는 것은 사람들의 연대다. 서점에서 다양한 독서모임을 만들고 행사를 진행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 환경 공부모임, 인문학 독서모임 ‘친절한 페미’ 등을 진행했다. 특히 지원 프로그램이 아닌, 자발적으로 꾸려지는 모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방지기를 비롯해 서점을 찾는 이들 중 맘에 맞는 이들이 함께 만든 ‘아니 에르노 읽기 모임’이 대표작이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2022년 시작된 모임은 프랑수아즈 사강으로 이어졌고,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 또 다른 프랑스 작가로 연결 될 예정이다.
“산수책방 시절엔 지인들이 주로 왔다면 동명책방에는 정말 새로운 분들이 찾아오시는데 그게 참 신기해요. 잘 모르는 사람이 70% 이상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건 참 즐겁지요. ‘책방’이라는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책이 있는 카페라 여기시고 그냥 꽂혀진 책을 들고 올라가 2층에서 읽는 시스템으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웃음). 그럼 이렇게 말하죠. ‘책을 팔고요, 커피‘도’ 팝니다’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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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친구들도 많이 와주면 좋겠지만, 애써 그들 눈높이에 맞추지는 않으려고 해요. 제 또래의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책도 보고, 독서모임도 하는 그런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제 ‘나를 위한 시간을 좀 가져야겠다’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책방 바로 인근에는 지난해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동구 인문학당’도 자리하고 있다. 양옥과 한옥이 어우러진 독특한 집과 새롭게 지은 공간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곳이다. 늘 문화향기가 아쉬웠던 동명동에 근사한 장소가 생겼다.
광주시 동구 장동로 43번길 16, 월~토요일(일요일 휴무), 오전 11시30분~밤 9시30분.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책방지기’ 김미순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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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화경의 단편집. 시대와 사회와 사랑으로부터 상처받고 소외되었으나, 실낱같을지언정 자기만의 실존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나아가는 여성들이 주인공인 8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시대와 계층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서사도 서사지만, 화자의 서술만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는 작가의 수려한 문장을 만나게 되고, 곱씹어 읽어내는 감칠맛을 느끼게 된다. <이화경·모놀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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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이 수집하고 우리말로 옮긴, 시애틀추장외 인디언 전사들의 41편의 명연설과 해설, 그들의 희귀한 어록까지 총망라된 연설문집이다. 총과 병균과 종교를 앞세우고 쳐들어 온 백인들에게 터전을 빼앗기고 물러가면서, 그들이 남긴 연설은 오만한 백인 문명의 허구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과 정신세계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류시화·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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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32명 시인이 기리고 되살린 문학 앤솔러지다. 시인들은 전태일의 마음과 영혼을 헤아려 시를 지으면서 여전히 부조리한 노동자의 삶을 노래하고, 왜 전태일의 삶이 시인지 밝혀주고 있다. (사)전태일의 친구들은, 전태일이 살았던 대구의 옛 집터를 시민과 노동자들의 십시일반으로 구입했고, 이제 그터에 시민모금을 통해 대구전태일기념관을 지으려고 한다. 이 책은 그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전태일의친구들·삶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