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성폭력·해직 피해 인정될까…보상기준 마련 시급
2024년 01월 02일(화) 20:20
광주시, 5·18 8차 피해보상 신청 마감…2000여명 접수
보상 범위 기간 확대로 구금·해직·연행 등 피해자들로 북적
“5·18은 전국서 일어난 물결…국가 책임 증명하고자 신청”

2일 광주시청 민원실에서 5·18 피해 보상 신청을 하러 온 이들이 줄지어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보상금을 받으려는 게 아닙니다. 국가가 자행한 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5·18민주화운동 제8차 피해보상 신청접수 마지막 날인 2일 광주시청 민원실은 5·18 전후로 해직, 구금, 연행 등 피해를 입은 이들로 북적였다.

박재택(63)씨는 “피해 보상 범위가 1980년 5월 18~27일에 국한되지 않고 확장된다고 해 보상 신청을 하러 왔다”며 “애꿎은 학생들이 1년 유급당하는 등 밝혀지지 않은 5·18 피해가 많다. 이후로도 꾸준한 진상규명과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광주시청에 왔다는 김모(59)씨는 1986년 인천 5·3 민주항쟁에 참여해 ‘광주 학살 책임자를 처벌하라’,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등 구호를 외치다 3개월 동안 구금당했다.

김씨는 “최근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확산하고 있다.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보상 신청을 했다”며 “5·18은 광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난 큰 물결이다. 국가 폭력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광주시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접수받은 5·18민주화운동 제8차 피해보상 신청절차를 2일 마무리했다. 당초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신청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었으나 마감 일자에 휴일이 겹치고 신청자가 많아 2일까지 연장 접수를 받았다.

이번 피해보상은 기존 5·18관련 사망, 행불자, 상이자, 질병·후유증으로 사망한 자, 수배·연행자에 더해 성폭력피해자, 해직·학사징계자까지 보상 범위가 확대됐다.

광주시에 따르면 2일까지 2000여명이 피해 보상을 신청했다.

이 중에는 성폭력 피해자 25명, 해직자 175명, 학사징계자 182명도 포함됐다. 또 재분류 329명, 사망자 1명, 행방불명자 14명, 상이자 290명 등도 신청 접수했다.

8차 보상 신청자 수는 1차(1990년) 2693명, 2차(1993년) 2788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지금까지 1~7차 보상을 통틀어 9227명이 신청해 5807명이 보상을 받았다.

광주시는 사실조사반, 관련 여부 심사분과위원회, 장해등급판정 분과위원회, 보상심의위원회를 꾸리고 이달부터 보상금 지급 심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다만 피해 인정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에 따르면 아직까지 신규 신청자인 성폭력 피해자, 해직자, 학사징계자 등에 대한 보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5·18보상법은 보상금에 대한 지급 기준을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으로 확인된 사람의 유족, 상이를 입은 사람 또는 그 유족, 상이를 입은 사람이 그 상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명시하고 있다.

해직자 관련 5·18보상법에 제시된 보상안은 ‘해직된 관련자의 복직을 권고할 수 있다’, 학사징계에 관한 기준은 ‘학사징계기록 말소와 복학 및 명예졸업장 수여를 권고할 수 있다’는 규정뿐이다.

결국 행안부 보상심의위에서 자체 기준을 세워 보상 심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행안부는 아직까지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보상신청 접수가 마감되고 나면, 접수된 내용들을 확인한 뒤 지급 기준을 마련하겠다. 일단 행안부 차원에서 보상금을 지급할지, 다른 방법이 있는지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광주시와 협의를 통해 세부적인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상심의지급기준을 결정하는 행안부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지원위원회(위원장 한덕수 국무총리) 구성에 대해서도 편파심사 우려가 나온다.

행안부는 최근 보상지원위 위원 선정을 완료했는데, 광주시에서 추천한 10명의 인사 중 단 2명만 위원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광주시에 따르면 총 위원 15명 중 8명은 당연직, 7명은 위촉직이며 이 중 5명은 행안부 추천을 받아 국무총리가 선정한 인사로 꾸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5·18 관계자는 “위원 선정부터 심사까지, 광주시와 행안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뤄서는 안된다”며 “편파 선정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양 기관이 적극적으로 보상 심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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