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甲辰年), 육십 간지의 41번째인 ‘청룡의 해’를 맞이했다.

용은 예로부터 봉황, 해태 등 다양한 신물과 함께 역경 끝에 뜻하는 것을 이뤄내는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입에는 여의주를 물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은 지엄한 자태를 뽐낸다. 발톱은 오행사상에 의해 다섯 개(5조룡)로 묘사되곤 하는데 그 이치가 신묘하다.

세상의 조화, 이치를 관장하는 용은 상상 속 영물이다. 그런 탓에 다양한 속담과 격언, 유물과 창건 신화, 설화 등에 자주 등장한다.

용은 하늘과 왕권의 상징으로 높은 신분을 빗대 쓰이곤 하는데 왕실의 옥세, 임금의 시무복인 곤룡포 등에 용문양이 자주 쓰이곤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용은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이들을 위한 상징으로 묘사돼 왔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속담 등에서 용이 신분 상승의 표상을 하는 것이 그 예. 또 비룡이 날아 올라 등용문을 거쳐 입신출세의 길로 들어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설 삼국지 속에서는 제갈공명이 유비의 눈에 띄지 않았던 시절 별명이 누워있는 용이라는 의미의 ‘와룡’ 선생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정권에 진출하기를 기다리며 시기를 가늠하는 유력 주자를 ‘잠룡’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기회를 만나 와룡봉추(臥龍鳳雛)할 잠재력을 가진 인물을 용에 빗대어 온 셈. 그러면서 평민들에게 ‘용’은 풍어와 풍년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갑진년이 청룡의 해인 까닭은 60갑자의 천간 10개, 지지 12개를 조합한 결과다. 용띠인 진(辰)은 양의 기운을 가져 천간 중 양의 글자인 ‘갑, 병, 무, 경, 임’과 합을 이룰 수 있다.

그 결과 ‘갑진, 병진, 무진, 경진, 임진’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5방색을 배치해 갑진은 청룡의 색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병진, 무진, 임진년은 순서대로 적, 황, 흑룡에 해당한다.

용을 인용한 사자성어나 고사도 많다. 처음에는 왕성하나 끝이 흐지부지한 용두사미(龍頭蛇尾)부터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마쳐서 대업을 완수한다는 ‘화룡점정(畵龍點睛)’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용꿈은 돈 주고도 안판다고 한다. 한동안 웅크려 있는 인고의 시간 끝에 저 멀리 비상하는 용처럼, 갑진년에는 모두다 비룡승운의 기개로 뜻하는 바를 이루었으면 한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