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사랑도 러블리 목포
2023년 12월 11일(월) 18:40
목포 어디까지 가 봤니 <7>
평화광장 ‘맛의 거리’·‘연인의 거리’
낙지·홍어·갈치·병어·꽃게·준치 등
‘목포 9미’ 식도락가 입맛 사로잡고
연인의 거리·갓바위 싸목싸목 걸으며
미식 즐기고 쉼과 낭만 만끽하며 ‘힐링’

평화광장 포토존 ‘목포 러브 게이트’

목포시는 지난 2019년 4월 전국 최초로 ‘맛의 수도 목포’를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2020년에는 목포시 평화광장 일원이 전남도 주관의 ‘남도음식거리’ 조성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낙지·홍어·갈치·병어·우럭·준치·민어·아귀·꽃게 등 ‘목포 9미’(味)는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하당 평화광장 ‘맛의 거리’와 ‘연인의 거리’, 갓바위(천연기념물 500호)를 싸목싸목 걸으며 목포 미식과 쉼, 낭만을 만끽한다.

◇‘남도음식거리 명품화 사업’, 음식관광 인프라 구축=전남도는 지난 2016년부터 ‘남도음식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도음식을 지역특성에 맞게 특화시켜 음식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목포 평화광장이 ‘남도음식거리’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때는 지난 2020년 5월.

목포 평화광장 일대를 위성사진으로 살펴보면 3개의 원형 도로를 중앙에 둔 격자형 도로망이 눈에 들어온다. 3개의 원형도로에는 서쪽부터 ‘원형서로’, ‘원형로’, ‘원형동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평화로’를 따라 ‘맛의 거리’에 들어서면 다채로운 맛집 간판들이 눈에 띈다. 도로변에 설치된 ‘평화광장 맛의 거리’라는 안내판이 이채롭다. 맛의 ‘ㅅ’ 받침을 마치 세발낙지처럼 디자인했다. 오른쪽 모서리에는 ‘맛도 남도-전라남도 지정 음식거리’라는 문구가 낙관처럼 붙여져 있다.

‘맛의 거리’에 들어선 음식점들의 간판마다 전복회, 회정식, 풍천장어, 돼지갈비, 숙성 한우·한돈, 초밥, 바지락회무침 등 대표 메뉴를 표기해 놓았다. 그 가운데 점심으로 ‘모듬구이’를 맛보기 위해 송옥정을 찾았다. 세 종류의 생선(갈치·고등어·조기) 모듬구이가 나오기 전에 에피타이저(appetizer) 격으로 먼저 김국을 내왔다.

얼마 후 나온 모듬구이는 간이 은은해 맛깔스럽고 감칠맛이 났다. 매장 벽면에는 음식점 대표의 ‘아침일기’가 시간대별로 적혀 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어시장과 옛 청호시장에 들러 당일 손님상에 올린 싱싱한 생선과 신선한 식자재를 꼼꼼히 살펴 주문하고, 7시에 간밤에 푹 고아놓은 육수와 식자재 냉장고, 그릇 하나하나를 점검한다. 그리고 8시에 ‘김치~!’하고 미소를 연습해본다는 내용이다. 하단에 쓰여 있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음식장사는 밥 한 그릇 파는 게 아녀! 행복을 파는 거랑께!”

평화광장 목포 형상 벤치
◇활력 넘치는 평화광장 ‘연인의 거리’=“목포시에서 이곳에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광장을 조성한 것은 1999년 이었는데, 당시 최초의 이름은 미관광장이었다. 도시계획에서 사용하는 ‘미관지구의 광장’이라는 행정 편의적인 명칭이 붙어졌는데,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목포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목포시에서 공모를 거쳐 ‘평화광장’으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기리고, 목포가 인권과 평화의 도시로 상징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최성환 목포대 사학과 교수가 지난 2020년 펴낸 ‘목포’(21세기 북스)에서 ‘평화광장’의 유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 동쪽 ‘평화의 다리’에서 서쪽 ‘갓바위’ 입구까지는 1.4㎞ 거리. 도보로 20여 분이 소요된다. 바다를 옆에 끼고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평화광장 앞에 하트 모양으로 디자인 된 ‘스토리가 있는 연인의 거리’ 표지판에 닿는다.

온통 붉은 색으로 칠해진 ‘목포 러브 게이트’(목포바다를 향해 열린 사랑의 문) 조형물(작가 이주언)이 강한 인상을 안겨준다. 가족과 연인들이 포토 존으로 즐겨 이용하는 공간이다. 바로 옆에는 1년 후에 엽서를 배달해주는 ‘사랑의 우체통’이 세워져 있다.

‘목포’ 글자를 활용한 의자 디자인도 재치가 넘친다. 해변 산책로는 조깅이나 걷기를 하는 시민들로 활기가 넘친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목포 하구원 방향을 바라보면 멀리 월출산 자태가 눈에 들어온다. 평화광장은 바다를 바라보며 ‘쉼’과 ‘힐링’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평화광장 일원에서는 목포시 대표 야간관광상품인 해상 멀티미디어 아트쇼 ‘목포 해상W쇼’(4~11월)와 ‘춤추는 바다분수’(현재 기능개선 공사중)를 비롯해 ‘목포 항구 버스킹’(8~11월)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다. 지난 2일에는 ‘평화광장 맛의 거리 싸그리 플렉스’ 행사가 개최됐다

갓바위 공원 조형물
◇오랜 시간 침식과 풍화작용에 의해 형성된 ‘갓바위’=“…차가운 바다 맨발의 삿갓 쓴 아들이여/ 고개를 들고 자책의 고통에서 벗어나라/ 무거운 돌삿갓 벗어놓고 하늘 보며 살아가라/ 남은 날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못다 한 효도하라/ 삿갓 쓴 아들의 눈가에/ 붉게 동이 터오고 있었다.”

갓바위 해상보행교 입구에 유헌 시인의 ‘갓바위’가 새겨져 있다. 해상 보행교를 걷는 탐방객 머리 위로 갈매기 들이 양 날개를 활짝 편 채 바람결을 따라 난다. 삿갓 모양을 한 ‘갓바위’(천연기념물 500호)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자연의 작품이다. 갓바위는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볼수록 신기하다. 설명문에는 “8000만 년 전 화산활동에 따른 화산재가 굳어진 응회암이 파도에 따른 충격과 함께 바닷물과 염분이 암석 모양을 변화시킨 결과”라고 적혀 있다. 소금을 팔러 다니던 아들과 병든 아버지의 슬픈 이야기, 또는 부처님과 아라한(번뇌를 끊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성자)이 잠시 쉬며 내려놓은 삿갓이 바위로 변했다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온다.

생선구이
갓바위를 보고 돌아 나오는 길, 배가 조금 출출하다면 목포만의 주전부리를 맛볼 수 있다. 오랫동안 목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향토음식, 옛날식 ‘디저트’라 할 수 있는 ‘쑥꿀레’이다. 쑥을 넣은 둥근 찹쌀 경단을 조청과 함께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다. 입안에서 쫀득한 맛과 달콤한 맛이 오묘하게 한데 어우러진다. 목포를 찾은 여행자들이 평화광장 ‘맛의 거리’에서 ‘목포 9미’를 맛보고 해변 산책길을 따라 싸목싸목 갓바위까지 걸은 후 간식으로 ‘쑥꿀레’를 맛본다면 더할 나위 없는 ‘대한민국 맛의 수도’ 목포의 진가를 알 수 있으리라. <끝>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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