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창작가요제 대상 ‘목화’팀 “‘출항’은 민주주의 갈망과 투쟁 정신 담은 곡”
2023년 11월 23일(목) 19:25
멤버 5명 프로그레시브 록 장르
“희망·의지 담긴 ‘5월 음악’ 계승”

제13회 오월창작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목화’ 팀의 ‘출항’ 공연 장면. <목화 제공>

‘군화발과 폭압에 짓눌렸던 80년 5월 광주, 희망을 담은 ‘목화’ 씨앗을 품고 미래로 ‘출항’한다.’

최근 ‘제13회 오월창작가요제’가 전남대 용지관 컨벤션홀에서 막을 내렸다. 8팀의 치열한 경합 끝에 대상(상금 1000만원 )의 영예는 ‘출항’을 부른 ‘목화’ 팀에 돌아갔다.

(사)오월음악이 주최한 이번 가요제는 5월 정신을 음악으로 계승하고 표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상곡 ‘출항’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과 투쟁 정신을 뱃노래에 빗댄 곡으로, 국악적 사운드를 차용한 프로그레시브 록 장르다. 악곡 전편에 흐르는 강렬한 사운드는 기존의 5·18을 주제 삼은 정적인 곡들과는 달라 인상적이었다.

“노 저어 가세 바다로 나아가세/ 바다로 나아가자 어기어차” 등의 후렴구에서 보듯 전체적으로 힘있고 역동적이었다. 민주화에 대한 갈망과 염원을 ‘출항’이라는 이미지를 연계해 표현한 것으로 보였다.

기자는 ‘목화’의 리더인 승민정(여·27) 씨와 팀원들로부터 이번 수상 소감, 연습 과정,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오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픕니다. 아마 이번 경연에 오래 몰입해서인 것 같아요. 5·18 영령들의 한을 모티브로 창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시대적 고통에 공감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했죠.”

카리스마 있고 리듬감이 돋보이는 승 씨의 목소리에서 경연을 준비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는 이번 경연을 위해 인천, 광명에 거주하는 팀원들과 새벽연습을 강행하는 등 열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승 씨는 “이모가 광주에 거주해서 평소에도 자주 방문했다. 영화 ‘택시운전사’ 등 5·18을 초점화한 예술 작품들을 보면서 늘 시대적 아픔을 사유해왔다”며 “이 같은 점들이 5·18을 소재로 한 창작곡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출항’은 어둠의 바다를 찢고, 새 시대로 나아가는 곡처럼 들렸다. ‘5·18이라는 주제를 담아내기 위해 어떤 부분에 각별히 신경을 썼느냐’는 질문에 기타리스트 배한슬 씨는 “비브라토를 섞은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공간감을 자아내도록 주안점을 뒀다”며 “마치 출항하는 배에 승선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곡은 리벌브 이펙터(소리 효과)를 많이 사용한 덕분에 기타 선율을 듣고 있으면 물 위를 유영하는 느낌을 준다.

피아노 연주자 손예은 씨도 “5월 비극을 강렬하게 묘사하고 다른 악기들에 힘을 더 주기 위해, 피아노는 의도적으로 한 마디에 한두 번 정도만 연주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시스트 이하은 씨도 마찬가지. 그는 “다른 기교나 테크닉 없이 8비트 연주로 끝까지 곡을 밀고 나갔다”며 “이는 음악으로 ‘노’ 젓는 느낌을 환기시키는 최적의 주법이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나명균 씨의 드럼연주는 웅장한 느낌을 줘 광주의 상흔과도 겹쳐졌다.

한편 가요제 당일 맴버들은 전원이 검은 옷을 입고 연주했다. 무채색 의복으로 통일한 것이 ‘5월에 대한 추도의 의미인지’ 묻자 “팀원들이 덜 주목받더라도 시대적 아픔을 공감하는 의미로 그렇게 하자고 약속했다”는 승 씨의 답이 돌아왔다.

다만 기타에 새빨간 ‘눈물 고름’을 매달고, 허리춤에는 붉은 노리개를 패용해 공연의 포인트를 살렸다. 이 같은 모습은 “살을 갈라서 피워낸 꽃”이라는 가사를 내뱉을 때 5월 영령들의 한이 담긴 ‘피눈물’로 다가왔다.

“내가 만약 시민군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광주 영령들이 피로 일군 민주주의가 빛을 잃지 않도록, 음악으로 계승하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가요제에서는 레드 클라인의 ‘BLACK BIRD’가 금상을, 집시유랑단의 ‘웃는 돌’이 은상을, 용연동 라이브의 ‘해 뜨는 퇴근길로’가 동상을 각각 차지했다. 본선 입상 곡은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