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2023년 11월 21일(화) 23:00 가가
정부는 최근 현행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서만 연장근로 유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논란으로 사회적 반발이 만만치 않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등 사회적 비판 여론도 컸지만, 현행 주 52시간제가 노동 현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 낸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동부가 지난 6~8월 사업주 9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최근 6개월간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업주는 14.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모든 사업장에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려는 계획은 포기했지만,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제한 적용’이 된다는 점에서 ‘주 최대 69시간’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여전히 길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901시간으로, 38개 회원국 중 다섯번째로 길다. 우리보다 근로시간이 긴 회원국은 콜롬비아와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등 중남미 4개국뿐이다. OECD 국가 평균 1752시간보다는 149시간이 많다. 반면, 미국 근로자는 연평균 1791시간을 일하고, 프랑스와 독일 근로자는 각각 1490시간과 1349시간을 일한다.
이 때문에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워커홀릭’(일 중독) 우려를 조명하기도 했다. 미국 NBC는 한국에서 과로에 대한 우려가 극심한데, 그 이유로 과거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에 의한 장시간 노동과 높은 교육 기대치가 악명 높은 일 중독 문화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일 중독 문화로 인해 OECD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0.78로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어 인구 통계학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까지 한국의 일 중독 문제를 우려하는 마당에 정부는 연장 근로 유연화 추진에 앞서 노동계 등 국민 여론을 우선 반영하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위상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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