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바닷속 경이로운 해양생물의 세계 - 상어가 빛날때
2023년 11월 17일(금) 13:00
율리아 슈네처 지음, 오공훈 옮김
18번째 생일을 맞은 독일 한 소녀가 남태평양 피지로 여행을 떠났다. 부모는 바다에 매료된 딸의 소원을 기꺼이 들어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소통을 메고 들어간 바닷 속은 경이로웠다. 소녀는 산호초와 거북이, 암초상어, 형생색색의 물고기들을 보며 ‘너무나 아름답고 색다른 수중세계’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해양생물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소녀는 대학에서 해양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심해생물을 연구하고 있다.

독일 해양생물학자 율리아 슈네처의 신간 ‘상어가 빛날 때’(When Sharks Shine) 첫 페이지를 열면 ‘부모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가 눈에 띈다. ‘푸른행성의 수면 아래에서 만난 경이로운 지적 발견의 세계’라는 부제를 붙인 신간에서 저자는 최신 해양생물학 연구가 밝혀낸 바닷속 생명에 대해 들려준다. 10개의 장(章)으로 나눠 수수께끼로 가득찬 바다에서 시작해 해양생물의 노화와 소통, 플라스틱 오염, 바이러스의 진화 등에 대해 설명한다.

처음 ‘상어가 빛날 때’라는 책제목을 보고 문학적인 은유나 상징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 ‘생체 형광’을 발산하는 상어가 실제로 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남부 사이 태평양 수심 5~450m에 서식하는 ‘스웰샤크’라는 생소한 이름의 상어류 몸통은 얼룩무늬와 둥근 반점 패턴을 하고 있다. 살갗 밝은 부분은 형광을 강하게 발산하고, 어두운 부분은 희미하게 반짝거린다. 이들 상어 눈에 들어있는 어떤 색소로 인해 특정 영역대(440~540 나노미터)의 파장을 볼 수 있다. ‘스웰샤크’ 등이 깜깜한 심해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생체 형광’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지중해에 살고 있는 홍해파리는 노화와 관련된 특별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성체는 생식세포(난자·정자)를 생성한 후 죽지만 수정체는 유생으로 자라 폴립 단계를 거쳐 무성생식을 한다. 이런 ‘전환 분화’ 과정을 거쳐 홍해파리는 무한 증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바다의 ‘배고픈 물고기’들만이 이들의 천적일 뿐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돌고래 역시 미지(未知)의 세계다. 돌고래는 인간보다 뇌주름 표면적이 2배나 넓고 뉴런과 신경교세포 농도가 3배나 많으며, 생후 7개월 때부터 거울에 비친 자기모습을 의식할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돌고래는 ‘서명 휘파람’(signature whistle)으로 통하는 이름도 갖고 있다. 생후 첫 달에 스스로 자기 이름을 지으며, 이를 평생 동안 상대 돌고래에게 자신을 소개하거나 말을 걸 때 사용한다. 수십년이 지나도 예전에 짝짓기한 돌고래의 ‘서명 휘파람’까지 기억을 한다고 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생소한 해양생물을 소개하는 한편 ‘플라스틱 오염’ 등 연구과정에서 느끼는 문제(오염, 남획, 소음공해, 심해채굴, 지구온난화, 해수면 온도상승, 대기중 이산화탄소 증가)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지구는 ‘플라스틱 행성’이나 다름없다. 지난 201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3억t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평양에 프랑스 면적만한 쓰레기 섬이 떠다니고, 1만m 깊이의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비닐봉지가 발견될 정도다. ‘빙하코어’(극지방에 오랜 기간 묻혀있던 빙하에서 추출한 얼음조각)와 동물 몸속, 심지어 아기의 태반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올 만큼 심각하다. 저자는 “아이들이 플라스틱 행성에서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다는 지구표면의 3분의 2에 걸쳐 분포하지만 겨우 20% 정도만 탐사됐다. ‘열수분출공’에 사는 생물 등 아직 연구해야할 분야가 널려있다. 저자의 바람은 단순명료하다.

“우리가 바다에서 잠자고 있는 매혹적인 비밀을 계속 밝혀내려면 바다는 물론이고 바다에 사는 생물들을 계속 지켜내야 한다.”

<푸른숲·1만85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